날씨가 무덥다. 매일 30도를 훌쩍 넘어서는 기온에 가만히 앉아있어도 땀이 흘러내린다. 나는 연신 부채질을 하면서도 덥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사는 이 더위에 60여 년 전 한국전 참전용사들은 군복에 총까지 들고 우리 조국과 국민을 지키기 위해 전장에서 피와 땀을 흘렸다.

문득 그렇게 생각하니 참전유공자 등록담당으로서 6.25전쟁 관련 안내를 할 때 입으로만 50년 6월 25일부터 53년 7월 27일까지라고 읊어대던 내 모습을 다시 한 번 돌아보게 되었다. 내가 기계처럼 말하는 이 3년간의 시간이 그들에게는 얼마나 길고, 또 큰 의미를 갖는 시간이었을까.

한국군이 목숨을 걸고 우리나라를 지키기 위해 싸웠던 64년 전 여름,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되었다. 정전협정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 1951년 7월 10일 개성에서 처음 정전회담이 열린 것을 시작으로 1952년 7월 본회담이 개최되었으나, 전쟁 포로 등의 문제로 인해 9개월 간 회담이 중지되었다.

그 후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최종적으로 정전협정이 체결되었고, 이로써 끝날 것 같지 않았던 포격소리도 멈추었다.

길고 긴 전쟁동안 한국군 62만 명, 유엔군 15만 명, 민간인 240만 명이 사망하고 부상당하고 실종되었다고 한다. 그 밖의 물질적 피해까지 생각한다면 정말 온 국토가 초토화 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6·25 전쟁은 한반도에 큰 피해를 입혔다.

게다가 전쟁이 완전히 끝나지 못하고 국토가 분단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금까지도 북한의 핵으로 인한 안보 위협 등 꾸준히 발생하는 긴장상황을 상기해본다면 7월27일, 정전협정이 체결된 날을 맞아 잠시라도 조국을 위해 희생한 이들을 기리고 고마움을 표해보는 것도 뜻 깊은 일이 될 것이다.

6·25 전쟁 발발일에 비해 7·27 정전협정 기념일은 상대적으로 잘 알려져 있지 않아서 안타깝다. 하지만, 정전협정의 목적인 ‘평화적 해결이 이루어질 때까지 한국에서의 적대행위와 모든 무장행동의 완전한 정지’를 되새겨본다면 7·27 정전협정 기념일 역시 매우 중요한 날 중 하나일 것이다.

정전 64주년을 맞은 2017년 7월 27일, 다시 한 번 정전협정의 의미를 되새기며 남북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향해 나아갈 수 있는 디딤돌이 놓아지기를 바란다. “함께 지켜온 대한민국, 함께 나아갈 통일한국”이라는 이번 정전협정 기념일의 슬로건처럼 조국을 위해 희생한 그들의 정신을 이제는 우리가 이어받아 평화로운 조국으로 나아가는 한 발 한 발을 모두 함께 내딛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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