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경점을 하던 어떤 이는 전국 최대 기초지방자치단체의 체육회 사무국장 자리에서 무려 7년 동안 군림했다. 지역 체육인들의 불만은 하늘을 찔렀지만 그는 끄떡없었다. 그는 시장의 친구다. 시의 정체성을 세우기 위해 설립한 문화재단과 시의 정책을 연구하는 시정연구원의 운영 책임자들 역시 시장의 친구이거나 고교 선후배들이다.

평범한 직장인이었던 어떤 이는 몇 년 전부터 수도권 대도시에서 민간 교육단체를 운영하고 있다. 무슨 포럼인가 하는 그럴듯한 이름을 걸어놓고 활동하는데, 그 포럼이 개최하는 조찬강연회에는 연인원 수 천 명이 몰려들고, 특히 시공무원이 많이 참여한다. 그는 시장의 동서다.

전국 최대 기초지자체인 그 시에는 약 900만평의 그린벨트가 있다. 그린벨트 내에 사는 주민들은 연일 규제 완화를 민원한다. 그런데 시는 시민의 민원과 전혀 상관없는 지역의 그린벨트 10만평에 'R&D사이언스 파크'를 짓겠다는 개발계획을 발표했다. 개발예정지 주변엔 시장과 시장의 문중 땅이 집약돼 있다.

한편, 그린벨트 지역의 주민들은 지붕이 세고 벽이 허물어져도 함부로 개보수하지 못한다. 그런데 어찌된 일인지 시는 바로 그 개발제한구역의 건물을 사들여 내부수리비만 무려 10억 원을 들여, 일명 '아방궁'이라 불리는 호화주택으로 개조한 뒤 모 인사를 모셔온다. 그는 인문학도시를 만든다며 시장이 삼고초려해서 모셔왔다는, 고은 시인이다.

최근 구치소에 수감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악행은 차마 입에 올리기 힘들 정도다. 그의 악행을 익히 알면서도 어쩌지 못하던 대다수 국민은 그의 구속에 일제히 환호했다. 만시지탄이나마 이명박의 구속은 답답한 국민의 마음에 한줄기 단비와 같은 일이었다.

유홍준 교수의 '나의 문화유산답사기'시리즈의 여섯 번째 책제목은 '인생도처유상수'다. "고수(상수)들은 세상의 도처에 있다"는 뜻일 테다. 이 글의 제목은 유홍준의 책 '인생도처유상수'와 이명박 전 대통령의 이름인 '명박'에서 따왔다. 지방도처유'명박', 세상에 고수가 넘쳐나듯 지방에는 '명박스런 도둑'이 넘쳐난다는 뜻이다.

앞서 소개한 어처구니없고 한심한 일들은 모두 하나의 지자체에서 벌어진 일이다. 수도권의 최대 기초지자체 수원시가 그곳이다. 100만이 넘는 대도시에서, 더구나 21세기에 벌어지는 일이라곤 믿기지 않는 웃지 못 할 일이다. 시쳇말로 수원에선 시장의 친구이거나 고교동문, 인척이 다 해먹는다는 소문이 공공연하게 돌아다닌다.

특히, 앞서 거론한 시장 자신의 땅과 문중 땅 인근지역을 개발하겠다는 발표는 도덕성을 의심케 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고위공무원이 현직을 이용해 축재하는 것을 금하고 있는 부패방지법과 공직자윤리법에 저촉될 개연성이 큰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통령 재임 중 못된 짓이란 못된 짓은 다 했다는 이명박조차 자신이나 집안 땅 근처의 개발계획을 발표해 땅값을 올리는 파렴치한 일은 하지 않았다. 그래서다. "수원에 이명박보다 더 나쁜 도둑이 있다"거나 "수원에도 MB가 있다"는 말이 나도는 이유다.

바야흐로 선거의 계절이다. 6·13지방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왔다. 전국 어느 지역 못지않게 수원에서도 선거전이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와중에 이미 재선 8년을 역임한 염태영 수원시장이 3선 도전을 선언했다.

그러나 염태영 시장은 위에서 열거한 숱한 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런 해명도 없이 "더 큰 수원"을 만들겠다는 구호를 내놓았다. 그가 말하는 더 큰 수원이란 대체 무엇일까? 지금까지의 행보로 미루어보건대 염 시장의 더 큰 수원이란 "더 크게 해먹을 것이 남아 있는 수원"이라는 뜻이 아닌지 심히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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