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수산씨(가명, 61세)는 내년 3월 13일에 실시되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 선거에 입후보할 생각이다. 3년 전 실시된 제1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에서 아깝게 낙선한 뒤 내년 선거를 염두에 두고 준비해왔다. 하지만, 조합장 선거일이 180일 여 남은 지금, 불․탈법선거를 감수해서라도 조합원들의 표를 확보해야하는 건 아닌가 조바심이 든다. ‘추석 명절도 다가오는데, 안면 있는 조합원들에게 명절 선물을 돌리는 건 어떨까?’ 농씨의 복잡한 머릿속으로 문득 이런 생각이 떠오른다.

「공공단체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이하「위탁선거법」) 제32조, 제34조, 제35조에 따르면, 후보자(후보자가 되려는 사람 포함), 후보자의 배우자, 후보자가 속한 기관․단체․시설은 임기만료에 따른 위탁선거의 경우 임기만료일전 180일부터 선거일까지 선거인(선거인명부를 작성하기 전에는 그 선거인 명부에 오를 자격이 있는 자 포함)이나 그 가족에게 위탁선거에 관한 여부를 불문하고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따라서, 농수산씨와 배우자, 농수산씨가 속한 기관․단체․시설은 올해 9. 21.(금)부터 내년 3. 13.(수)까지 선거인이나 그 가족에게 조합장 선거에 관한 여부를 불문하고 기부행위를 할 수 없다.

이 조항에 위반해서 농씨가 기부행위를 하게 되면 어떻게 될까?「위탁선거법」제59조에 따라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지게 될 것이다. 어디 이뿐이랴?「농업협동조합법」제49조에 따라 ‘「위탁선거법」제59조의 죄를 범하여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선고받고 4년이 경과하지 아니한 자’에 해당되면 당선 이후라도 조합장의 지위에서 당연 퇴직된다.

‘에이,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설마 일체의 기부행위가 금지되는 것은 아니겠지?’ 농씨의 궁금증에 대한 해답은「위탁선거법」제33조에 있다. 이 조문은 ‘기부행위로 보지 아니하는 행위’에 대해 열거하고 있으니, 조합장선거 출마를 염두에 두고 있는 농씨라면 이 조문을 꼼꼼히 확인해서 위법행위를 하지 않도록 미리 주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지난 조합장선거에서 적발된 후보자들의 기부행위 물품은 식사, 현금(축의금, 부의금, 찬조금, 분담금, 헌금, 관람료, 과자 값, 찻값 등 온갖 명목으로 지급되었다)에 그치지 않고, 배 박스, 쌀 포대, 양말 세트, 멸치 상자, 철제 난로 등 그야말로 상상초월이었다. 주려는 자도 받으려는 자도 많으니 이렇게 다양한 물품이 오고 갔을 것이다. 그렇다면 기부를 받는 자에 대한 처벌 규정은 없는 것일까?「위탁선거법」제68조에 따라 기부행위 제한기간 동안 기부를 받는 자에게는 그 제공받은 금액 또는 물품 가액이 1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에는 형사처벌을, 그렇지 않은 경우에는 3천만원 이내에서 제공받은 가액의 10배 이상 50배 이하에 상당하는 금액의 과태료를 부과한다.

‘아니, 이보쇼, 선관위 양반, 친지간에 선물을 주고받는 것은 우리나라의 고유한 미풍양속인데 기부행위 금지로 인해 개인의 자유가 지나치게 제한되는 것 아니요? 아무리 봐도 위헌같은데......’ 농씨의 이러한 비판에 대해서는 올해 초 나온 헌법재판소 합헌 결정문으로 답변을 대신하려 한다.

‘기부행위 처벌 조항은 조합장선거에서 부정한 경제적 이익의 제공으로 조합원의 자유의사를 왜곡시키는 선거운동을 범죄로 처벌함으로서 조합장 선거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규정이다. 조합장선거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경우 조합장 선택에 관한 조합원들의 의사가 왜곡되고 그로 인해 지역 농협의 민주적인 운영이 위협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조합장 선거의 공정성이라는 법익은 기부행위를 하지 못하는 사익보다 훨씬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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