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친절해”졌다. 보통은 미사일을 쏘고도 침묵을 하다가 미국이나 일본 혹은 우리가 반발하면 그때서야 입을 여는 것이 일반적인 “관례”였는데, 지난 2일 새벽 미사일을 발사한 이후의 행동은 사뭇 달랐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ICBM(대륙 간 탄도 미사일)을 시험 발사한 이후에는, 인공위성을 발사했다고 하면서 자신들도 우주를 평화적으로 이용할 권리가 있다는 주장을 펴곤 했던 것이 북한의 본래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번은 달랐다. 북한은 미사일을 쏘고 난 직후인 지난 7월 26일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우리의 거듭되는 경고에도 불구하고 남조선 지역에 첨단공격형 무기들을 반입하고 군사연습을 강행하려고 열을 올리고 있는 남조선 군부호전 세력들에게 엄중한 경고를 보내기 위한 무력시위의 일환으로 신형전술유도무기사격을 조직하시고 직접 지도하셨다”고 밝혔다. 그러니까 자신들이 미사일을 쏜 이유와, 미사일이 “겁 줄 수 있는 대상”이 누군지를 “친절하게” 밝힌 셈이다.

이렇게 북한이 갑자기 “친절”해진 이유는 뭘까? 아마도 그 이유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 북한은 수차례에 걸쳐 우리와 경협을 재개하자는 언급을 했었다. 이것은 북한의 경제 상황이 그만큼 엄중하기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지만, 동시에 한미동맹에 균열이 생기도록 하기 위해 북한이 시비를 거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러니까 이번 미사일 발사는 자신들의 욕구 불만의 표현이자, 한미동맹 균열을 위해 대한민국을 겁주려는 행위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눈여겨봐야 할 또 다른 측면이 존재한다. 북한이 다시금 “통미봉남”으로 회귀했다는 점이다. 권정근 북한 외무성 미국 국장은 지난 6월 27일 “조미 대화의 당사자는 말 그대로 우리와 미국이며 조미 적대관계의 발생근원으로 보아도 남조선당국이 참견할 문제가 전혀 아니다”라는 주장을 했다. 뿐만 아니라 북한의 대남 선전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지난 7월 6일 “조미 두 나라가 마주 앉아 양국 사이의 현안을 논의하는 마당에 남조선이 굳이 끼어들 필요는 없으며 또 여기에 끼어들었댔자 할 일도 없다는 것은 자명하다”는 언급을 발표했다. “통미봉남” 전략을 본격화 하겠다는 일종의 선언인 것이다.

본래 북한 외교의 중심축은 “어디를 통해서든지 워싱턴에 가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서울을 통해서든, 아니면 다른 제3국을 통해서든 워싱턴으로 가기만 하면 된다는 생각을 북한은 예전부터 해왔다는 것이다. 그러다가 자신들이 직접 미국과 대화를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생기면 곧바로 이런 우회 전략을 폐기해왔다. 그것이 바로 통미봉남인 것이다. 그런데 이번 통미봉남 전략은 과거와 좀 다르다. 예를 들어 과거에는 미국과 대화를 하면서, 우리를 단순히 제외시키려는 전략을 주로 구사했다면, 이번에는 미국과 대화의 끈은 놓지 않되, 우리에게 노골적 위협을 가한다는 특징이 있다는 것이다.

북한이 이런 전략을 구사하는 이유는 첫째, 자신들이 이제는 핵보유국이 됐다는 생각으로 우리를 마음대로 휘두르려고 하기 때문에, 둘째, 한미 관계가 예전만은 못하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에 미국을 의식하지 않으면서 우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생각에서, 셋째, 주일미군을 자신들의 미사일 사정권 안에 뒀다는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본토를 위협하지는 않지만 미국을 압박할 수 있다는 계산 때문일 수 있다.

어쨌든 분명한 것은, 북한이 우리를 노골적으로 위협하면서 미국과 대화는 계속하겠다는 전법을 구사한다는 점이다. 이런 상황을 타개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우리와 미국의 관계를 좀 더 돈독하게 만드는 것이다. 물론 트럼프 식 외교 하에서는 우리가 이런 의지를 갖고 있다고 하더라도 쉽지 않을 수 있다. 과거 미국 대통령들의 경우, 자국의 이익을 최우선시 하되 명분 역시 중요하다고 생각했는데, 트럼프는 명분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미국과의 관계를 좀 더 돈독히 만들어 나아갈 필요가 있다. 일각에서는 미국이 뭐 그리 중요하냐는 주장을 펼 수도 있지만, 당장 일본의 경제 보복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도 절대적으로 필요한 존재가 미국이라는 점, 그리고 중국과 러시아가 우리의 방공식별구역을 헤집고 다니고, 러시아가 우리의 영공을 두 번씩이나 침범했을 때 우리가 대항할 수 있는 중요한 힘의 원천은 미국이라는 것을 충분히 이해해야 한다.

한반도 운전자론이나 중재자의 역할을 함에 있어서도 미국의 힘은 필수적이다. 외교는 좋고 싫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뿐만 아니라 외교는 이념을 위해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 자국의 이익을 위해 이루어지는 존재다. 우리 모두 국익의 관점에서 외국과의 관계를 생각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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