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국원 괘종시계.(사진=수원시)
부국원 괘종시계.(사진=수원시)

[수원일보=서동영 기자] 일제강점기 수원 부국원(富國園)의 벽걸이 괘종시계가 80여 년 만에 제자리로 돌아온다.

수원시 영통구에 거주하는 이 모 씨는 최근 시에 괘종시계를 비롯한 부국원 관련 유물 140여 점을 기증했다. 이 씨는 1926년부터 1940년대 후반까지 부국원에 근무했던 故 이OO 씨의 손자다.

수원 출생인 이 씨의 할아버지는 신풍초등학교와 화성학원(수원고등학교 전신)을 졸업 후 1926년 부국원에 입사해 20여 년 동안 근무했다. 성격이 워낙 꼼꼼해 근무하는 동안 주고받은 서류를 버리지 않고 모아뒀다. 해방 후 부국원이 문을 닫자 집에 보관했다.

1923년 건립된 부국원 건물은 종묘·농기구 회사였던 ㈜부국원의 본사다. 일본인이 세운 부국원은 수원에 본점, 서울 명동과 일본 나고야에 지점, 일본 나가노현에 출장소를 둔 상당히 큰 회사였다.

20여 년 전 할아버지가 세상을 떠난 후에도 유품을 보관했던 이 씨는 얼마 전 우연히 ‘수원 구 부국원’ 앞을 지나가다가 부국원 건물이 전시관으로 바뀐 사실을 알았다. 전시관에 부국원 관련 유물이 적은 것을 보고, 할아버지 유품을 기증하기로 마음먹었다.

이름을 밝히지 말아 달라고 부탁한 이 씨는 “어린 시절 할아버지와 향교로를 지나갈 때마다 할아버지께서 부국원 건물을 가리키며 ‘내가 오랫동안 일했던 회사’라고 말씀하셨다”며 “소중한 할아버지 유품이 다시 빛을 보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시는 기증 유물이 연구·전시 자료로서 가치가 높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유물은 당시 부국원에서 사용했던 괘종시계(1938~1939년 제작 추정)다. 일본 야마토(大和)사 제품으로 태엽장치 시계다. 보관 상태가 양호하다.

또 ‘부국원 화재해상보험 주식회사’가 발행한 보험증서, ‘거래 검수서’, 부국원 야구부 운동기구 구입 영수증, 부국원 수취 엽서·봉투, 일제강점기 우표 등 부국원과 관련된 다양한 유물이 있다.

‘거래 검수서’엔 부국원이 함경북도를 비롯한 여러 지역 농회와 거래한 농산물 내역이 담겨있다. 당시 부국원 경제 사정과 농업 구조까지 파악할 수 있는 귀한 자료다.

부국원의 일제강점기 모습(왼쪽)과 현재 모습.(사진=수원시)
부국원의 일제강점기 모습(왼쪽)과 현재 모습.(사진=수원시)

시 관계자는 “1930~40년대 종자·종묘 거래 내역 등 당시 부국원 사정을 파악할 수 있는 희귀한 자료를 기증해주셨다”며 “지속해서 자료를 발굴해 부국원 연구를 활성화하겠다”고 말했다.

기증 유물은 보존 처리·자료 해제 작업을 거친 후 시민들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길영배 시 문화체육교육국장은 지난달 23일 이 씨에게 기증 증서 전달 후 감사의 뜻을 표했다.

해방 뒤 부국원 건물은 한국전쟁 이후 수원법원·검찰 임시청사(1952~1956년), 수원교육청(1950년대 말~1963년), 공화당 경기도당 당사(1970년대) 등으로 활용됐다.

1981년부터 ‘박내과 의원’으로 오랫동안 사용했다. 개인소유였던 건물이 개발로 인해 2015년 철거 위기에 놓이자 시가 매입해 복원했다.

2015년 국민문화유산신탁의 시민이 뽑은 지켜야 할 문화유산 12선에 선정됐다. 2017년 10월엔 문화재청 등록문화재 제698호로 지정돼 역사적 가치를 인정받기도 했다.

시는 2016년 복원계획을 수립해 전문가 자문 아래 원형조사·복원공사를 했다. 지난해 11월 ‘근대문화공간 수원 구 부국원’을 개관했다. 구 부국원 1~2층은 상설전시관, 3층은 교육공간·사무실이다. 부국원 관련 사진·유물 기증 문의는 시 문화예술과 (031-228-24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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