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산업개발 홈페이지 캡처.
현대산업개발 홈페이지 캡처.

[수원일보=서동영 기자] <속보>현대산업개발이 라돈 불안에 떠는 아파트 입주민을 외면하고 있다는 주장(본보 11월 14일 보도)이 제기된 가운데, 그 배경엔 제도적 허점이 한 몫 거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도마에 오른 A아파트는 현대산업개발 뿐 아니라 롯데건설이 공동 시공한 것으로, 국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두 거대 건설사가 이 같은 허점을 교묘하게 활용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3일 국토교통부와 지자체인 B시, 현대산업개발, 롯데건설, A아파트 입주민 등에 따르면 A아파트 입주민들은 지난 3월 라돈 검출 등의 이유로 B시에 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이 시공한 해당 아파트에 대해 준공승인을 내지 말아야 한다고 이의제기 했으나 B시는 두 건설사가 제출한 검사결과에 문제가 없다며 준공승인을 냈다.

그러나 통상 신규 아파트는 입주 전 보이지 않던 하자가 입주 후 발견되는 사례가 다반사다. A아파트의 라돈 검출 경우 입주민과 건설사의 입장이 첨예하게 대립돼 있다 하더라도 통상 하자에 대한 입장은 건설사가 유리한 것이 제도적 현실이다.

입주민들이 하자를 발견하고 건설사에 보수를 요구했을 때 건설사가 이에 응하면 다행이지만 ‘하지가 아니다’며 건설사가 잡아떼면 사실상 불리해 지는 것은 입주민들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준공 후 하자는 모른 척 해도 당장 큰 불이익이 없기 때문이다.

지자체도 건설사에 별다른 영향력을 행사할 수 없다. 지자체는 하자 발생 시 건설사에 시정명령을 내린다. 건설사가 이를 이행하지 않는다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하지만 최대 300만 원이다. 이조차도 건설사가 현장 확인조차 않는 등 아무 조치를 하지 않을 때 내릴 수 있다.

시에서 해결할 수 없다면 입주민으로서는 국토교통부의 하자심사 분쟁조정위원회에 심사를 요청하는 수밖에 없다. 하자심사 분쟁조정위원회는 하자 여부를 판정하고 건설사와 입주민의 분쟁을 조정하는 기관이다. 하지만 건설사가 위원회의 하자 판정을 무시해도 과태료는 1000만원에 불과하다.

입주민이 선택할 수 있는 마지막 방법은 소송이다. 비전문가인 입주민이 수준급 변호인단을 보유한 건설사를 상대로 하자를 증명해 승소하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가장 큰 문제는 소송이 언제 끝난다는 보장도 없다는 지적이다.

전자금융감독원에서 지난달 전자공시한 분기보고서에 따르면 현대산업개발은 지난 9월 30일 현재 36억원짜리 소송인 C시의 시공 아파트 하자보수를 놓고 입주민과 2016년 7월부터 법정 다툼을 벌이고 있다. 지난 6월에야 1심 판결이 선고(현대산업개발 일부 승소)됐다. 롯데건설의 경우 소송가액 49억원인 D시 시공 아파트는 2015년부터 다툼이 시작됐지만 아직 2심이 진행 중이다. 지리한 법정 싸움 끝에 입주민이 이긴다 해도 많은 시간을 소비할 수 밖에 없다.

A아파트 입주민들은 답답함을 호소하고 있다. 더욱이 라돈의 경우 건설교통부가 정한 하자의 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다. 분쟁조정위원회가 정한 하자 항목에는 ‘라돈’ 자체가 없어 심사요청을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권대중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하자의 범위를 더 넓혀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문제를 근원부터 차단해야 한다"며 "덤핑이나 하도급을 제한해야 한다. 하청에 재하청이 거듭될수록 업체는 이윤을 남겨야 하기에 날림 공사가 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하자에 대해서는 시공사에 확실하게 책임을 물어야 할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현대산업개발과 롯데건설 관계자는 "준공 후 하자 발견 시 최선을 다해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정말 특이한 경우가 아니라면 원만하게 처리하려고 노력 중"이라며 "우리가 제도적 허점을 이용하는 건 절대 아니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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