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에스몽테 베이커리에 마련된 프리지아 자율 판매대.(사진=수원시)
삐에스몽테 베이커리에 마련된 프리지아 자율 판매대.(사진=수원시)

[수원일보=서동영 기자] 봄이 성큼 다가왔음에도 정작 화훼농가는 코로나19로 인해 극심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들에게 수원시민과 수원시 공공기관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수원시 권선구 호매실동에서 21년째 화훼농장을 운영하는 박경재 씨는 올해 코로나19로 인해 판로가 꽉 막혔다.

예년처럼 졸업·입학, 발렌타인데이 등 대목은 꿈도 꾸지 못했다. 경매를 보낸 꽃이 트럭에 실린 채 그대로 돌아오기 일쑤고 도매시장에선 꽃을 보내지 말라는 연락까지 받았다.

튤립의 경우 80%를 출하하지 못했고 한창인 프리지어도 팔지 못한 채 땅속에 묻어야 하는 상황을 맞았다.

이때 수원과 화성, 군포 등 대형 베이커리에서 꽃을 판매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는 연락을 받았다. 박 씨의 얼굴엔 모처럼 웃음꽃이 피었다. 그는 “베이커리에서 판매를 한 덕분에 프리지어의 경우 절반 이상 출하할 수 있게 됐다”며 “어려운 상황에서 도움을 주신 이웃들께 감사할 뿐”이라고 말했다.

박 씨의 꽃을 구입한 제과점 중 한 곳이 수원시 권선구 고색동에 위치한 한옥베이커리 ‘삐에스몽테’다.

매장엔 프리지어 다발 앞에 ‘코로나로 힘들어하시는 화훼농장에 큰 응원을 보내주시면 고맙겠습니다’라는 푯말과 자율적으로 판매금액을 넣는 통이 함께 놓여 있다.

손님들에게 꽃을 팔게 된 것은 우원석 삐에스몽테 대표의 아이디어로 시작됐다.

염태영 수원시장이 선별진료소 의료진에게 전달한 꽃과 감사편지.(사진=수원시)
염태영 수원시장이 선별진료소 근무자들에게 전달한 꽃과 감사편지.(사진=수원시)

꽃을 좋아하는 우 대표는 화훼농가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뉴스를 접한 뒤 수원시농업기술센터를 통해 인근의 프리지어 농가를 소개받아 매장에서 판매하기로 했다.

금전적 이익은 없다고 한다. 오히려 물도 갈아주고 포장까지 해주는 등 일거리가 더 늘었다. 그래도 4주간 판매하는 동안 꽃을 사서 좋아하는 손님들의 웃음 어린 표정에 뿌듯함을 느낀다.

대한제과협회 부회장이기도 한 우 대표는 협회 소속 대형 베이커리에 화훼농가 돕기를 제안했다.

우 대표는 “베이커리 역시 매출 감소로 어려운 상황이긴 하지만 지역 농가에 희망을 줄 수 있어 다행”이라며 “꽃이 새롭게 피는 모습을 보며 많은 사람이 새로운 희망을 얻고 힘을 내길 바란다”고 말했다.

수원시도 화훼농가 살리기에 적극 나섰다.

염태영 시장은 코로나19의 최전선에서 감염병 확산을 막고 있는 선별진료소 근무자 60여 명에게 감사 편지와 함께 프리지어를 통해 마음을 전했다.

수원시농업기술센터는 지역 내 화훼농가가 생산한 꽃을 활용해 행정기관과 주변, 거리 화단 등에 꽃을 심어 봄을 재촉하도록 각 부서에 협조를 요청했다.

이에 시 각 부서는 절화와 화분, 초화류 등을 활용한 사업을 신속하게 추진하기로 했다. 각 단체에도 꽃 소비 촉진에 대한 협조를 구해 판매량을 늘려달라고 요청했다.

수원시농업기술센터 관계자는 “심각한 어려움을 겪는 지역 내 화훼농가가 힘을 낼 수 있도록 꽃 소비 촉진에 동참해 주시길 부탁드린다”며 “실질적인 화훼 수요가 확대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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