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아트센터(구 경기도문화의전당) 전경.
경기아트센터(구 경기도문화의전당) 전경.

[수원일보=박노훈 기자] 경기아트센터(구 경기도문화의전당)가 운영하는 경기도극단(구 경기도립극단)이 기존 상주하던 연출단원(직책단원) 외에 올해 초 같은 보직의 단원 한 명을 더 늘렸는가 하면 극단 창단 이후 단 한 번도 없던 보직을 만들어 또 다른 연출단원 한 명을 충원한 것으로 확인돼 그 배경에 의문을 낳고 있다.

특히 이들이 임명된 시기는 코로나19 전염이 한창일 무렵으로, 공연계가 ‘올스톱’하는 상황이 충분히 예견됐음에도 굳이 단원 증원을 했어야 했는 지에 대해 예산낭비 논란도 불거진다. 경기도극단은 올해 단 한 번도 관객과 직접 만나지 못했다.

6일 경기아트센터(이하 센터)와 경기도극단(이하 극단), 지역 문화예술계 인사 등에 따르면 센터는 지난 1월 6일 ‘2020년 상반기 도립예술단 단원 모집 공고’를 냈다. 같은 달 31일 서류전형 합격자 발표 및 실기전형 공고를 냈으며, 2월 12일 실기전형 합격자 발표 및 면접전형 공고를 냈다. 최종합격자는 2월 20일에 발표했다(3월 임명). 최종합격자 가운데는 극단의 연기단원 한 명 외에 연출단원 A씨와 B씨가 포함됐다.

그런데 이들 중 A씨가 맡은 보직은 극단 내에 이미 그 역할을 수행하는 단원이 있는 상태로, 보직 명칭도 같다. 극단 예술감독을 도와 작품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는 역할이다. 기존 연출단원의 경우 올해 말까지 계약기간이 남아 있으며, A씨는 2년 계약으로 임명됐다. 약 1년 간 같은 보직의 연출단원 두 명이 중복 상주하게 됐다.

B씨의 보직은 1990년 극단 창단 이후 공식적으로 단 한 번도 없던 보직이다. 명칭만 보면 작품 연출을 보조하는 역할이지만 이 또한 앞선 연출단원과 역할 중복 가능성이 높다. 예술감독이 직접 작품 연출을 맡는다면 앞선 연출단원이 보조 역할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현재 극단은 작품 연출과 관계된 인원만 예술감독 포함 3명이며, 이를 보조하는 연출단원 한 명을 포함하면 총 4명이다. 지난해까지 예술감독 한 명, 연출단원 한 명 등 총 2명의 체제였던 것에 비하면 두 배가량 많아졌다. 여기에 극단은 작품에 따라 외부연출가를 초빙하기도 한다.

지난 1월말부터 2월 초 예정된 공동주최 공연 일부가 코로나19로 취소됐음을 알리고 있다.(사진=센터 홈페이지 캡처)
지난 1월말부터 2월 초 예정된 공동주최 공연 일부가 코로나19로 취소됐음을 알리고 있다.(사진=센터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정작 극단은 올해 단 한 작품도 직접 관객과 만날 수 있는 무대를 만들지 못했다. 지난 1월부터 국내에 본격 창궐한 코로나19 때문이다. 극단을 운영하는 센터 스스로도 지난 1월 말부터 2월 초까지 계획된 어린이공연(공동 주최) 일부를 취소했다. 여기에 지난 3월 극단이 유튜브를 통해 선보인 작품은 외부연출가가 맡은 것으로 확인됐다.
 
A와 B씨는 직책이 다른 등급으로 임명돼 연봉은 각각 3500만∼6630만원, 1700만∼5300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경기도예술단 보수내규. 부가급여 제외). 이들의 인건비는 경기도민들의 세금에서 충당된다. 결국 센터는 극단에 활용하지 못할 자원을 뽑아 놓고 두 명 합산 수천만∼1억 원대까지 소요될 수 있는 연봉을 지급하고 있는 셈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공연계가 올스톱한 만큼 사설단체 혹은 개인 문화예술인들은 당장 생계 걱정부터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이런 비상시국에 공공단체에서 단원을 증원했다. 예산낭비가 뻔한데, 어떤 특별한 이유가 있지 않고서는 납득하기 힘들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센터 관계자는 "2020 레퍼토리 시즌제를 준비하면서 지난해 선임된 예술감독의 요청에 따라 과정을 거쳐 채용을 진행했다"며 "단체의 역량을 강화하고 완성도 높은 작품을 만들기 위한 것으로, 예술감독을 중심으로 전문영역에서 필요한 역할을 이행하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경기도극단 단원모집 공고 최종합격자 발표.(사진=센터 홈페이지 캡처)
경기도극단 단원모집 공고 최종합격자 발표.(사진=센터 홈페이지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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