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수로 2년 전이다. 현재의 소속사와 다른 시절, 특집기사에 대한 아이템 회의였다. 정치·경제·사회·문화·체육 등 각 분야별 경기도내 2018년 ‘이슈’를 다루자는 내용이었다. 당시 경제부와 문화부의 데스크를 맡았던 상황으로, 고민 끝에 문화 분야는 경기도문화의전당(현 경기아트센터) 이우종 사장의 취임을 다루자는 의견을 냈다.

이유는 간단했다. 경기도 산하 경기도문화예술회관을 거쳐 경기도문화의전당으로 법인화 된 이후 20년 가까이 경기도문화의전당 사장은 그간 문화예술계 인사로 채워졌다. 비문화예술계 출신 사장은 그가 처음이었기 때문이다. ‘뭐 이게 그리 대단한 일이야’라고 질문을 던진다면 일부 수긍할 수 있다. 그 해 경기도내 문화예술계에 이 보다 더한 이슈가 있었다면 말이다.

그런데 태클은 엉뚱한 데서 나왔다. 같은 소속사 기자가 질문을 던졌다. "그게 경기도문화의전당만 그런가? 도내 산하기관 다 비슷한데... ." 처음에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해당 분야에 경험이 전무한 인사의 문제를 같은 시각으로 본다? 내적 저항이 살짝 올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타인의 논리를 간과할 수 없어 며칠을 두고 이 관점 저 관점에서 다시 생각해 봤다. 결론은 완전 틀린 말은 아니었다. 그래서 결국 그 특집기사는 다루지 않았다.

며칠 전 저녁자리였다. 최근 수원일보 타이틀로 나간 경기아트센터(구 경기도문화의전당)의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요는 자기 사람을 앉히기 위해 구색만 갖춘 공고, 즉 내정자의 채용에 대해 ‘언제는 안 그랬어?’란 질문 아닌 질문이 던져졌다. 합석한 지인, 경기도 문화예술계를 꽤나 아는 당사자였다. 불현듯 앞선 2년 전의 일화가 떠올랐다. 그러면서 이내 깨닫게 됐다. '아, 그래서 이들에게 문제의식이 없었구나. 저 초자 저렇게 말할 정도면... .’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 씁쓸했다. 생각해 보면 지인의 말 역시 틀린 말은 아니었다. 더 개운치 않았던 건 기자로서, 기자란 직업을 가져오며 그 틀린 말이 아닌 관점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스스로도 그 굴레를 방치한 당사자 중 한 명이란 자학(自虐)을 했다. 그러다 문득 얼마 전 봤던 영상이 떠올랐다.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계곡 무허가 건축물에 대한 행정대집행을 할 무렵 집행을 반대하는 당사자들과 가진 대화의 자리였다.

그들 중 누군가 질문과 함께 요청을 했다. ‘(행정대집행을)당장 하지 말고 2년이든, 3년이든 유예기간을 줄 수 없느냐’였다. 이에 대한 이재명 지사의 답은 다음과 같다. 
"사실은 수 십 년 간 유예를 한겁니다. 매년 계고장 보내고, 유예하고 또 보내고 안 하니까 또 보내고, 언제까지 할겁니까 이렇게. (중략)원칙적으로 문제를 접근하고 해결을 해야 됩니다. 새로운 출발을 위해서는. 전체를 보고 할 수 밖에 없는 것이고 법이라고 합의한 형태는 지켜야 됩니다. 안 지키는 사회는 미래가 없습니다. 여러분은 아프겠지만 저도 그 아픔을 일부 공감을 해요. 그럼 어떻게 하겠어요. 또 이렇게 계속 방치합니까. 그래서 유예는 불가능합니다." 소위 사이다 발언이다.

‘원칙적으로 문제를 접근하고 해결을 해야 된다’는 이 지사의 말이 아로새겨지는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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