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추석 연휴가 길었다. 코로나19 때문에 부모님이 잠들어 계신 이천호국원엔 일주일 전에 미리 다녀왔고 형제들이 모이는 차례도 생략했다. 가족들과 외식 한번 한 것을 제외하곤 온전한 나만의 쉼을 가졌다. 뭐, 어차피 출근할 곳도 없는 자유인이니 매일이 휴식이긴 하지만.

어쨌거나 추석 선물로 들어 온 홍삼액과 녹용단, 흑마늘 추출액, 엉겅퀴 추출액을 교대로 입에 털어 넣으며 책도 보고 산책을 하며 연휴를 보냈다.

이것도 나이라고 이번 추석 선물은 모두 건강에 관련된 것들이다. 고맙다. 건강하게 살라는 마음이 담긴 선물들이니 열심히 먹고 꾸준히 운동하련다.

선물을 고를 때는 고민이 필요하다. 어떤 것이 그에게 필요한가, 그가 받으면 가장 기뻐할 물건은 무엇일까, 생각하게 된다. 내가 받은 건강식품들은 평소 술을 즐기는 내게 알맞은 것들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추석에 가장 행복한 선물을 받은 수원시민은 누굴까? 아마도 장안구 영화동에 사는 김 아무개 씨(44)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김 씨는 아이가 다섯이다. 딸 둘 아들 셋.

나도 딸 셋, 아들 둘, 모두 다섯이다. 그래서 다자녀 가정의 형편을 잘 안다. 이사를 하려 해도 아이가 많다고 거절당한 적이 있으며 아파트 층간 소음으로 인한 항의도 들어봤다. 아이가 많기 때문에 들어가는 것도 많다. 시원찮게 벌어서는 아이들 치다꺼리도 힘들다. 부부 중 한사람은 육아와 살림에 전념해야하기에 맞벌이도 어렵다. 그러니 내 집 마련은 꿈 과 같은 얘기다.

그래서 수원시가 나섰다. ‘다자녀 수원휴먼주택’사업이 그것이다.

LH가 매입임대주택 중 일부를 ‘다자녀 수원휴먼주택’으로 공급하고, 수원시가 임대보증금·임대료를 내준다. 이날 김씨 가족이 입주한 다자녀 수원휴먼주택의 보증금은 1천만원이고, 임대료는 월 30만원인데 이 돈을 수원시가 부담한다. 김 씨 가족은 관리비만 내면 된다.

김 씨 가족은 추석을 앞둔 9월 29일 장안구 영화동의 다세대주택(2016년 준공)에 마련한 다자녀 수원휴먼주택에 입주했다. 방 3개짜리(전용면적 60.46㎡) 집인데 특히 화장실이 2개가 있어 ‘아침 전쟁’을 하지 않아도 된다. 더욱 안심이 되는 것은 반경 800m 안에 어린이집, 초·중학교가 있다는 것이다.

김 씨 가족에게 수원휴먼주택 말고도 또 하나의 선물이 들어왔다. 해장국으로 유명한 유치회관 박명숙 대표가 140만원 상당의 스탠드형 에어컨을 기증한 것이다. 살 맛 난다. 그래, 오늘 점심은 유치회관 해장국이다!

‘집 없는 설움’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수원시의 ‘다자녀 수원휴먼주택’은 집 없는 설움을 겪고 있는 서민, 특히 다자녀가구를 위한 주거복지정책이다.

수원시에 따르면 주택이 없는 네 자녀 이상 가구(수원시 2년 이상 거주) 중 소득이 전년도 도시근로자 가구당 월평균 소득 100% 이하인 가구에 순차적으로 지원한다는 것이다.

2018년 11월부터 지금까지 다섯 자녀 이상 19가구에 다자녀 수원휴먼주택을 제공했다. 수원휴먼주택에는 최장 20년 동안 거주할 수 있으므로 주거비 부담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양육할 수 있다. 아울러 부모 직장, 자녀 학교 등을 고려해 대상자가 원하는 지역의 주택을 제공하고 층간소음을 배려, 가능한 한 1층을 매입해 지원 한다니 마음 씀씀이가 고맙다.

내년부터 2025년까지 매년 30~35호를 공급할 계획이라니 ‘휴먼시티 수원’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다.

내가 아이 다섯 기르느라 허덕거릴 때는 왜 이런 정책이 나오지 않았는지. 에잇, 속 쓰린데(사실은 어제 음주 탓) 해장국이나 먹으러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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