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교칼럼] '경기안택굿’ 무형문화재 지정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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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교칼럼] '경기안택굿’ 무형문화재 지정 시급하다
  • 김우영 논설위원
  • 승인 2020.11.16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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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우영 논설위원 / 시인

 

“석화가 도착했으니 와서 구워 드시라”는 연락을 받았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 굴이 제철인지라 곧바로 가겠다고 답했다. 지동시장을 지나고 언덕 위 높은 곳에 있는 제일교회를 지나 고려암에 도착했다.

오랜 친구인 최영선 시인이 불 피울 준비를 하고 있고 그 옆에 이 집 주인인 고성주씨(경기안택굿 보존회장)가 어서 오시라고 반색을 한다. 고씨는 경기안택굿 명인이다.

그는 어릴 때부터 재인청의 운학 이동안 선생(1906~1995년, 중요무형문화재 제79호 발탈 예능보유자)에게서 재인청 춤을 사사받았다. 18세에 신내림을 받은 후 무업(巫業)을 하면서도, 재인청 춤을 전승시키기 위해 자택에 무용실까지 마련, 후학들을 지도하고 있다.

그는 2017년 ‘민간신앙·세시풍속 경기안택굿’ 명인으로 지정받았다. 경기안택굿은 집안의 평안이나 무병장수, 자손의 번창 등을 기원하며 집안을 지키는 모든 신들을 모시고 하는 굿이다.

경기도에서는 각 가정마다 한해가 시작하는 음력 정월이나 음력 10월 상달에 안택굿을 했다. 정월에 하는 안택굿은 가내의 태평과 가족들의 무병장수를 위한 굿이며, 10월 상달의 안택굿은 일 년의 평안함 등을 감사하는 내용이다.

화랭이들의 판소리와 비슷해 보이지만 흥겨우면서 예술적인 행위가 돋보인다. 무속연구가들은 경기 안택굿의 무가가 경기도 판소리인 경제(京制)를 기본으로 하지만 경기민요의 창법과는 구별된다고 평가한다.

경기안택굿은 문화예술의 총체극이다. 악사들이 반주와 단골네들의 소리, 멋들어진 춤, 연극적인 전개를 모두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안택굿은 익히기 힘들다. 고성주 씨의 경우 “내림을 받고나서 문서를 익히고 재주를 익히는데 한 10년은 실히 걸린 것 같다”고 밝힌다. 10년은 배워야 안택굿의 장단 가락, 바라, 징, 장구, 춤사위, 노래, 사설 등을 익힐 수가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옷 개는 법, 굿의 순서대로 무복을 착용하는 법, 상 차리는 법, 상 차리는데 필요한 음식까지 다 배워야 한다.

따라서 제자들이 배우다가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그 자신도 나이가 들어가면서 맥이 끊어질까봐 걱정이 태산 같다.

국가, 또는 경기도무형문화재 지정이 시급한 이유다.

많은 굿이 무형문화재로 지정받았지만 경기안택굿은 아직도 문화재로 지정 받지 못하고 있다. 보존할 만한 가치가 높은 무형유산은 국가와 지방정부가 보존해야 한다. 이 경기안택굿은 뛰어난 예술성이 있다. 보존의 가치가 매우 높다. 수원시와 경기도가 이 무형문화유산을 보존하기위해 적극 나서기 바란다.

그는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경기안택굿은 굿 속에서 마음에 닿는 느낌이 있어요. 사람들을 울리고 웃고, 함께 춤을 추는 그런 굿이에요. 예술적이면서도 신성이 함유된 굿이고요. 특히 굿판에서 세상사는 방법을 함께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그런 굿이죠. 한 마디로 살아있는 굿이라고 하면 될 것 같아요.”라고 밝힌바 있다.

또 경기안택굿이 본류라고 한다. 고려 때부터 조선조에 이르기까지 한양 성내에서 굿을 할 수가 없었는데, 어떻게 서울에 안택굿이 있을 수가 있었겠냐고 반문한다.

고성주 씨는 선행으로도 소문이 났다. 30년 넘게 매년 초복 날 수 백 명 분의 삼계탕을 끓여 노인들을 대접한다.

매년 5월엔 마을 노인을 초청해 경로잔치를 벌이는데 300명 이상이 모인다, 또 가을이 되면 김장김치 1천포기를 담가 불우이웃에 나눠준다. 동지섣달엔 팥죽도 쑤어 가난한 노인들에게 나눠준다.

매년 쌀 8kg 200포 이상을 홀몸노인과 장애인 가정에 전달한다. 그가 봉사에 쓴 비용은 어림짐작으로만 따져도 매년 수 천 만원이 넘는다.

베풀기 좋아하고 정이 넘치는 그의 평생소원인 무형문화재 지정이 하루빨리 이루어지길 바란다. 경기안택굿은 종교를 떠나서, 수원시와 경기도, 대한민국의 뛰어난 문화자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