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나이 든 사람들에게 ‘공무원’하면 생각나는 말은 ‘복지부동’ ‘소극행정’이다. 예전엔 “고압적으로 국민 위에 군림한다”, 심하게는 “세금도둑”이라는 소리까지 들었으나 민선 자치시대가 정착되고 있는 지금은 많이 달라졌다.

그러나 아직도 소극행정은 존재한다. 지시된 사항만 처리할 뿐 일을 만들어 하지 않는 풍조는 여전하다. 소극행정의 유형은 몇 가지가 있다. 문제해결을 위해 노력하지 않고, 적당히 형식만 갖추어 부실하게 처리하는 ‘적당편의’, 합리적인 이유 없이 주어진 업무를 게을리 하거나 불이행하는 ‘업무해태’, 법령이나 지침 등의 변화에도 불구하고 과거 규정에 따라 업무를 처리하거나 기존의 불합리한 업무관행을 그대로 답습하는 '탁상행정'이 그것이다. 또 국민 편익을 위해서가 아닌 자신의 조직이나 이익만을 중시하여 자의적으로 처리하는 행태도 마찬가지다.

공무원들은 소극행정의 발생 원인이 적극행정에 대한 이해가 부족한 탓도 있지만, 보수적인 인사·성과평가 제도, 경직된 조직 문화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공직세계에서는 적극적인 행정을 하다가 ‘잘못되면 나만 손해’라는 인식이 아직도 팽배하다. 따라서 업무를 적극적으로 할 수 있는 적극행정 제도가 활성화돼야 한다. ‘공무원 사회 기강잡기’ 식의 마구잡이 소극행정 징계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는 전체 공무원들을 안일하고 소극적인 집단으로 매도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대신 적극행정을 펼치는 공무원을 우선 발굴하고 포상해야 한다. 특히 인사에 적극 반영해야 한다.

수원시의 적극행정 우수공무원 선발 제도를 주목하는 이유다. 수원시는 ‘2020 하반기 적극행정 우수사례’로 선정된 3개 사업을 기획한 공직자 6명을 ‘하반기 적극행정 우수공무원’으로 선발했다. 도시교통과 주차시설팀 김선명 팀장·김지성 주무관(통합주차정보시스템 구축), 관광과 관광마케팅팀 신소영 팀장·하선호 주무관(해외입국자 가족 안심숙소 운영), 도시디자인단 디자인광고팀 신경호 팀장·유미선 부팀장(GIS 기반 옥외광고물 설치 기준 안내 서비스)이 주인공이다.

이들 중 순위와 관계없이 인상 깊은 사업은 코로나19 상황에서 입국한 수원시민이 자택에서 자가 격리를 하는 동안 가족들은 집에서 나와 호텔을 저렴한 가격에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해외입국자 가족 안심숙소 운영’이다. 안심숙소 서비스는 전국 37개 지자체로 전파되면서 코로나19 방역에 큰 역할을 했으며 숙박업계 매출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는 이들에게 실적 가점·표창을 수여해 인사상 인센티브를 부여하는 한편 상금도 수여해 사기를 높였다.

그렇다. 모든 공무원은 칭찬받고 싶고, 무엇보다 승진하고 싶어 한다. 질 높은 행정을 바란다면 적극행정 공무원을 보호하고 포상도 아끼지 말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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