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전화가 왔다.

“형, 준혁이가 수원시문화상 받는대”

“난 어제 알았네. 근데 이봐, 내가 10년 전 수원시문화상 받을 땐 축하전화 한마디 없었는데. 어허, 고얀 친구 같으니”

사실 10년 전 그 후배가 내게 전화를 했는지 안했는지 기억나지 않는다. 시상식 때 누가 왔는지도 가물가물한데...그저 실없는 농담일 뿐이다.

김준혁 교수에게 축하 문자를 보냈더니 즉각 “고맙습니다. 형님의 사랑이 저를 키웠습니다.”라는 답이 왔다. 이러니 김준혁을 머리에 앞서 가슴으로 먼저 좋아할 수 밖에.

김준혁 교수(한신대)가 제37회 수원시 문화상 학술부문 수상자로 선정됐다는 소식이다. 고재화 동 지역사회보장협의체 수원시 대표, 김춘호 수원FC 이사장과 함께.

그가 마땅히 받아야 할 상이다. 김교수가 수원시에 남긴 학문적, 사회적 업적이 그만큼 크기 때문이다. 수원 토박이인 그는 정조대왕과 수원화성을 주제로 한 다수의 저서와 논문을 발표한 역사학자다. 가슴까지 따듯하다. 주변 사람이 궂은일을 당하면 발 벗고 나서 자기 일처럼 돕는다. 일일이 밝힐 수 없을 만큼 많다.

김교수의 수원시 문화상 심사위원회의 선정 이유는 다음과 같다.

“1997년 수원화성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된 후 복원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다양한 콘텐츠 개발과 고증 및 자문에 기여했다. 특히 2016년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된 한글본 ‘뎡리의궤’의 존재를 공론화시키고 복제본을 제작하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국사편찬위원회 사료조사위원, 경기도 문화재 전문위원,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회원 등의 활동과 함께 2015년부터는 수원시민을 위한 인문학 강의를 적극 지원하며 대중과 소통하는 역사학자로서 지역문화 발전에 이바지했다”는 것이다. 수상 자격이 차고도 넘친다.

12월 4일 수원시청 중회의실에서 열릴 예정인 수원시 문화상 시상식이 코로나19로 어떻게 조정될지 알 수 없지만 될 수 있으면 직접 가서 축하해 줄 생각이다.

김준혁 교수와의 인연은 잘 숙성된 막걸리 같다. 일일이 밝히긴 어렵지만 20년 넘게 여러 가지 일을 함께 겪어서 이제는 깨지지 않을 만큼 정이 두껍게 쌓였다.

(사)화성연구회에서, 수원시청에서, 그리고 무수한 국내외 여행길에서, 숱한 행사를 통해 숫자에 불과한 나이를 초월해 우정을 나눴다.

인연은 우리 둘 사이로만 끝나지 않았다. 아들 녀석들도 같은 대학 철학과 선후배로 만나 주야로 붙어 다니면서 술 마시는 사이가 됐다.

전기한 것처럼 나는 딱 10년 전인 2010년 이 상을 받았다. 그러니까 제27회 수원시문화상 문화예술부문 수상자였다.

예전에 어떤 매체에서도 밝힌 바 있지만 앞으로 제대로 잘하라는 질책의 뜻이 담겨 있다고 생각해서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받았다. 몇 년 전부터 수원예총 김훈동 회장으로부터 수원시문화상 후보자로 추천할 테니 공적서를 내라는 얘기를 들었지만 한사코 사양했다. 이 권유는 매년 계속됐다.

그런데 그해엔 꼼짝 못하고 수락할 수 밖에 없었다. 김훈동회장과 사무국장이 직접 내 공적서 등 추천 서류를 만들어 사무실로 찾아 온 것이다. 송구스러웠다. 고마웠다. 내가 뭐라고...더 사양했다가는 시건방지다는 소리를 들을까봐 도장을 찍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잊고 있다가 수원시문화상 수상자로 결정됐다는 연락을 받았다.

상을 받으면서도 조심스러웠다. “과연 내가 이 상을 받을만한 사람인가?” 스스로를 의심했다. 왜 그런가 하면 과거 수상자 가운데는 ‘어? 이 사람도 받나...’하며 고개를 갸우뚱 거릴 수 밖에 없는 이들도 더러 있었기 때문이다. 나도 그 중의 한명은 아니었을까?

그런데 이번에는 그런 일이 없을 것 같다. 김준혁은 자격이 충분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학자로서, 인간으로서 모자람이 없다고 믿는다. 다시 한 번 축하한다. 앞으로는 할 일이 더 많을 것이다. 김준혁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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