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의 어느 곳에서는 식량이 모자라 굶는 이들이 많은 반면 어느 나라에서는 생산된 음식물의 절반이 버려진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이에 독일에서 ‘공유냉장고’ 운동이 시작됐다. 그냥 버리면 음식물쓰레기가 되는 여유 음식물을 배고픈 사람들과 나누자는 이 움직임은 우리나라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특히 코로나19로 무료급식소를 이용할 수 없는 극빈층으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국내에서 공유냉장고가 가장 활성화된 수원시의 경우 2018년 1월 권선구 고색동에 첫 설치된 이래 현재 25곳에서 운영되고 있다. 공유냉장고는 운영자(자원봉사), 공급자(시민, 시민단체, 기업 등)의 자발적인 참여로 운영된다. 누구나 공유냉장고를 운영하는 업소나 기관에 기증의사를 밝힌 후 음식을 냉장고에 넣으면 된다. 또 음식이 필요한 사람 아무나 가져갈 수 있다. 경제적, 사회적 소외계층, 취약계층을 주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누구나 이용할 수 있다.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 관계자는 “마을에 유기적인 ‘먹거리 네트워크’를 형성해 마을공동체를 복원하는 사랑·나눔·공유 프로젝트”라고 소개한다. 먹거리 사각지대를 해소하고 먹거리 공동체를 형성하게 된다는 것이다.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부수적인 효과도 얻을 수 있다. 12호점까지는 수원지속가능발전협의회에서 설치·운영했지만 수원시자원봉사센터도 공유냉장고 사업에 동참하고 있다.

공유냉장고에는 채소를 비롯한 식자재, 과일, 반찬류와 함께 통조림과 같은 가공품, 냉동식품, 음료수, 곡류, 빵, 떡 등을 넣을 수 있다. 다만 유통기한이 지났거나 다되어가는 식품과 술 종류, 건강보조식품 등은 받지 않는다.

이제 공유냉장고는 단순히 음식을 채우는 공간이 아니라 주민들이 서로 교류하고 소통할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되고 있다. 시민들의 자발적 참여와 신뢰를 기반으로 추진한 진정한 거버넌스 실현 사례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지난해 11월에는 수원시가 ‘수원시 공유냉장고’로 제22회 지속가능발전대상 공모에서 대통령상을 받기도 했다. 환경부가 주최하고 전국지속가능발전협의회가 주관하는 지속가능발전대상은 지속가능발전목표를 실천한 우수사례를 발굴하고 확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는 공모전이다.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면서 생활고를 견디지 못한 이들이 늘어나고 있다. 취약계층의 먹거리 위기가 더 악화되고 있다. 얼마 전 수원에서는 고시원에서 구운 달걀을 18개를 훔친 혐의로 중형을 구형받은 이른바 '코로나 장발장' 사건까지 발생했다. 어려운 이웃과 음식을 나누는 공유냉장고가 확산되기를 바란다. 공유냉장고는 사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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