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해 10월 '주거유형이 결혼과 출산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를 발표했다. 대략 예상은 한 바이지만 집 한 칸 없으면 시집·장가도 못가고 아이도 낳기 힘들다는 말이 맞았다.

보고서는 ‘월세로 거주하는 사람이 집을 보유한 사람보다 혼인할 가능성이 65% 이상 감소’한다고 했다. 또 자가 거주에 비해 전세 거주 시 혼인 확률은 약 23.4% 감소하고, 월세 거주의 경우에는 약 65.1% 줄어든다는 것이다. 아이 출산도 집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 확연한 차이를 보였다.

전세 사는 사람은 첫째 자녀 출산 가능성이 내 집 있는 사람보다 약 28.9% 감소했고, 월세 거주자의 경우엔 약 55.7%까지 감소했다.

참 씁쓸하다. 지금까지 인구절벽을 막기 위해 오랫동안 천문학적인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효과는 없었다. 차라리 그 돈으로 공공주택을 지어 저렴하게 분양하거나 이사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싼 공공 임대주택을 마련했더라면 혼인·출산율이 크게 올랐을 터인데.

얼마 전 한 인터넷 매체에 최근 쓴 칼럼에서도 밝힌바 있지만 나도 집 없는 설움을 오래 겪은 사람이다.

아이들과 먹고사느라 내외가 벌어도 집 마련하기 힘들었다. 아이가 많다고 세를 안준다는 사람도 있었고, 아이들이 시끄럽게 떠든다고 석달만에 이사비를 쥐어주며 내쫒는 이도 있었다.

그런 세월이 15년이나 흐른 뒤인 1996년 3월, 주민등록에 숱하게 이사 기록을 남긴 뒤에야 겨우 내 이름으로 된 아파트를 권선동에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없는 살림에 은행 빚을 갚느라고 오랫동안 고생했다.

그래서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내놓고 있는 주택정책에 호감이 가는 것이다. 이 지사는 부동산 투기가 무주택자들을 깊은 고통의 나락으로 내몰고 있다면서 “재화 독점을 통해 타인의 노력을 빼앗는 사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고 주장했다. 그의 말에 백번 공감한다.

젊은이들의 출산과 혼인까지 포기하게 만드는 주택 불균형은 사회 안정을 저해하기 때문에 적절한 공급과 규제로 안정을 찾아야 한다는 이지사의 소신은 나의 생각과 같다.

이 지사가 내놓은 주택정책은 ‘기본 주택’이다. 기본주택은 ‘장기임대형’과 ‘분양형’이 있다.

장기임대형은 무주택자 누구나 30년 이상 장기 거주할 수 있고 입주자가 부담 가능한 적정 임대료를 내는 것이고, 분양형은 토지는 공공이 소유하고, 건물은 무주택자가 분양받아 소유하는 방식이다.

이 지사는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글래드호텔에서 열린 ‘경기도 기본주택’ 온라인 정책토론회에서 “경기도 기본주택과 같이 공공영역에서 주거문제에 대해 책임을 진다는 것을 보여주고 투기가 불가능하도록 제도를 개혁하면 부동산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이 투기수요와 공포수요로 왜곡되고 있는데 이를 해결하려면 “투기로 생겨난 불로소득을 적정하게 환수하고, 평생 세를 살다 길거리에 나앉지 않을까 하는 불안을 해소해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우상호 국회의원의 말처럼 민간 주택의 공급확대정책만으로는 지금의 주거취약계층에 대한 주거방안이 실현될 수 없다는 것이 지난 수 십 년간의 정책과 시장에서 확인됐다. “공공주택 보급만이 (부동산 문제 해결의) 답이 아닌가 하며 오늘 토론회에서 제기되는 기본주택안도 상당히 검토해볼만한 의미 있는 정책”이란 우의원의 말에 동의한다.

집 없는 서민들은 지금 이재명지사의 ‘기본주택’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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