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
이재명 경기도지사.

[수원일보=박노훈 기자]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먹는 문제'에 대한 소신의 정책을 밝혀 눈길을 끌고 있다.

이재명 지사는 28일 자신의 SNS를 통해 '배곯는 설움이 가장 큽니다'란 제목 장문의 글을 남겼다.

이 글을 통해 이 지사는 "제 어린 시절 기억은 유난히 배고픔과 관련이 많다"며 어린 시절을 회고했다.

이어 ‘경기도 먹거리 그냥드림센터’에 대한 취지를 설명한 뒤 "부작용이 아무리 크더라도 먹는 문제로 인간존엄이 훼손되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냐"며 '먹는 문제'를 논했다.

이 지사는 또 경기도가 청소년의 급식카드를 개선하고 있다는 설명을 구체적으로 곁들였다.

이 지사는 "저의 대다수 새 정책은 저의 경험에서 나옴을 부인하지 않겠다. 명색이 OECD 가입국에 세계10대경제대국인 대한민국에서 사랑스런 청소년들이 먹는 문제로 서러움 겪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끝을 맺었다.

다음은 이재명 지사 SNS 전문.

 

<배곯는 설움이 가장 큽니다.>
제 어린 시절 기억은 유난히 배고픔과 관련이 많습니다.
도시락 싼 책보자기를 둘러메고 걷고 뛰던 10리 산길. 굳어버린 꽁보리밥에 콩자반 반찬이 전부인 도시락은 점심시간 전에 반 이상 비어 점심나절부터 저녁 무렵까지 하굣길은 따가운 햇볕 이상으로 배고픔이 더 힘든 길이었습니다.
원조품인 우윳가루와 건빵은 최고의 간식이었고, 건빵을 20개씩 일일이 세 나눠주는 줄반장은 최고의 권력자였습니다. 귀가할 때는 한겨울을 빼면 언제나 산과 개천을 뒤졌습니다. 봄에는 동산에서 진달래를 따먹고 개천가 찔레 순을 한아름씩 꺾어 집으로 가져가며 먹었습니다. 누나가 한약재로 팔 인동꽃을 따러 나가면 꽃이 가득한 바구니 속에 묻혀 꽃향기 가득해 진 산딸기를 누나보다 더 기다렸습니다.
한여름 학교 가는 길에 징거미를 잡아 바윗돌 위에 널어놓으면 돌아오는 오후엔 빨갛게 익어 있었습니다. 남들이 무서워 잘 안 가는 옛 공동묘지는 튼실하고 굵은 더덕이 많은 나만의 농장이었고, 남이 딸세라 다 익기도 전에 딴 개복숭아는 삶으면 시고 쓴 맛이 줄어 그럭저럭 먹을 만 했습니다.
모깃불로 자욱해 진 연기 속에 풀벌레 소리 요란하던 한여름 밤에는 복숭아서리 나간 동네형님들을 기다리는 즐거움이 있었고, 모닥불에 밀을 그슬려 입가가 검게 되도록 밀서리를 하고 반쯤 여문 콩은 좋은 콩서리감이었습니다. 길가로 뻗어 나온 가지의 감을 따다 주인어른 고함소리에 혼백이 빠져 도망을 치고, 복숭아 서리범으로 오해 받아 책보자기를 빼앗기고 엉엉 울었던 기억도 있습니다.동
물이 차가워져 고기를 잡으러 물속에 들어가는 것이 꺼려지는 가을이면 구절골로 텃골로 머루와 다래 산밤 으름을 찾아 헤맸습니다. 추수가 끝난 밭을 손바닥으로 뒤지면 땅콩이 나왔고, 빈 고구마 밭을 괭이로 다시 뒤지면 고구마가 나왔습니다. 괭이에 찍혀 동강나버린 고구마가 안타까웠습니다. 한겨울에는 어른들이 무 내기 화투를 치는 옆에 기다리다 지는 쪽이 무광에서 꺼내 온 차가운 무를 깎아 함께 얻어먹는 낙도 있었고, 얼음을 깨고 개구리와 고기를 잡아 매운탕을 끓여먹는 것도 색다른 맛이었습니다. 화전민이 살다 떠난 소갯집 안방에 누워 막걸리를 파시던 어머니가 동네 손님에게 내 놓는 라면 안주를 한 가닥씩 얻어 먹는 맛도 쏠쏠했습니다.
초등학교를 마치고 성남으로 이사와 소년노동자로 일하면서는 길에서 파는 핫도그와 호떡이 먹고 싶었고, 김이 펄펄 나는 통속에 든 호빵도 먹고 싶었지만 언제나 돈이 없었습니다. 공장 바닥에서 먹는 식은 보리밥과 굳어버린 오뎅 반찬은 목 넘김이 힘들었고, 배식을 받던 새 공장에서는 맛있는 생선을 달랑 한 개만 집어주는 배식아주머니가 야속했고 건더기가 없는 멀건 국물이 야속했습니다. 1978년 봄 오리엔트 공장에 다니며 처음으로 동료들과 남이섬으로 야유회를 가던 날 처음으로 돼지고기를 실컷 먹어 봤습니다. 제 어린 시절은 이렇게 먹는 것에 대한 기억이 많습니다.
누구에게도 마찬가지지만 사는 동안 먹은 것만큼 중요한 것이 없고, 먹을 것이 부족할 때 설움이 크고, 자식에게 먹을 걸 제 때 제대로 못 먹이는 부모 마음이 가장 아픕니다. 성남시정을 할 때도 경기도정을 함에 있어서도 모두가 먹는 것만큼은 서럽지 않게 하려고 애썼습니다.
자기 배가 고파서 가족을 못 먹여서 죽고 훔치고 눈치 보고 서러워하지 않도록 만든 것이 ‘경기도 먹거리 그냥드림센터’입니다. 심사하지 않는데 따른 부작용이 아무리 크더라도 먹는 문제로 인간존엄이 훼손되지 않게 하는 것이 더 중요하지 않겠습니까?
경기도는 청소년 75,664명에게 형편에 따라 조식, 중식, 석식을 구매할 수 있도록 863억원을 들여 급식카드를 지원중입니다. 그런데 대다수가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이나 컵라면으로 때운다는 말을 듣고 이들이 당당하게 낙인감 없이 배부르게 먹도록 세심하게 고쳤습니다.
먼저, 지원급식비가 1식 4천5백원으로 너무 작아 6천원으로 올렸고 다시 7,000원으로 올리는 절차를 진행중입니다. 8,000원이던 1회 사용한도도 12,000원으로 올려 지원금을 모아 먹고 싶은 것을 골라 먹을 수 있게 했습니다.
도내 카드사용처가 11,500개소에 불과하고 대부분 편의점(8,000개소)이던 것을 비씨카드 가맹점 어디서나(15만4,000여곳) 쓸 수 있게 했습니다.
기존 카드가 급식지원용임을 드러내는 독특한 양식이라 '낙인감'이 생길 수 있으므로 일반체크카드와 같은 디자인으로 전면교체해 구분이 안되게 했습니다.
컴퓨터에서만 잔액조회가 가능하던 것을 모바일앱을 만들어 언제든지 잔액조회가 가능하게 함으로써 잔액이 얼마나 있는 지 신경 쓰이지 않도록 했습니다.
저의 대다수 새 정책은 저의 경험에서 나옴을 부인하지 않겠습니다. 명색이 OECD 가입국에 세계10대경제대국인 대한민국에서 사랑스런 청소년들이 먹는 문제로 서러움 겪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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