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의 첫 날이다. 본격 봄의 길목으로 접어드는 시기다. 덕분에 시선(視線)이 머무는 산마다 들마다 연두빛 향연이 시작됐다. 홀로 단아하게 봄을 맞이하던 목련은 벌써 하얀 옷깃을 여미듯 꽃잎을 떨구고 있다, 봄이 희망과 부활의 계절임을 증명하듯.

그러나 시야에 들어오는 봄날 모습과 달리 사람들의 마음은 아직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이다. 새로운 희망과 미래를 이야기 해야 하지만, 코로나 등 녹록지 않은 상황이 생각과 행동을 움츠리게 해서다. 거기에 ‘잔인한 달’ 4월이라는 이미지마저 더해져 작은 바람에도 옷깃을 여미게 한다.

사실, 시인 엘리어트가 잔인한 4월을 표현했던 것은 깊은 뜻이 담겨 있다. 단순히 계절적인 의미를 넘어 1차 세계대전 후 황무지와 같이 삭막해진 서구인들의 정신상태를 상징했다. 사람들이 수없이 죽고 도시가 파괴된 전쟁의 비참함 속에 인간의 마음에 내재된 무한한 이기심과 탐욕의 실상이 어떠한가를 간접 표현한 것이기도 했다.
 
올해도 역시 서정과 낭만, 싱그러움이 모두 사라진 4월을 맞았다. 일상의 모든 것을 앗아간 코로나 19의 여파속에, 나라를 뒤흔든 부동산투기, 좀처럼 되살아나지 않는 서민 경제, 거기에 서울 부산시장 보궐선거까지, 유권자는 물론 보는 국민들마저 혼돈의 시대로 몰아 넣고 있다.

경기도 지역 현안을 봐도 시원한 것이 없다. 오히려 이해가 상충하는 지역 주민들과 단체장들의 고통이 가중되며 4월의 잔인함을 더하고 있을 뿐이다. 실제 수원시의 경우,  경기도가 3차 공공기관 이전에 속도를 내는 만큼 지역사회의  반발이 더욱 거세지면서 시간이 갈수록 고통이 가중되고 있다.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 2월17일 경기주택도시공사·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경기신용보증재단 등 7개 공공기관이 포함된 3차 공공기관 이전 계획을 발표했다.

발표 이후  경기도의회 수원지역 도의원·수원시의회·경기도공공기관노동조합총연맹·경기도공공기관이 참여해 '공공기관이전반대범도민연합(범도민연합)'을 발족하고 이전에 공동대응하고 있다. 그러나 “낙후된 지역에 대한 공공기관 이전은 지역 발전을 견인할 뿐만 아니라 희생에 대한 정당한 보상”이라며 밀어붙이고 있는 도지사 추진력을 막기에는 역부족이다. 

따라서 4월의 잔인함을 느끼는 수원지역사회의 체감온도는 시간이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가뜩이나 코로나 19등으로 어려운 상황속에서 말이다.

잘 알다시피 공공기관이전은 신중해야 한다. 절차, 경제적 효용성을 철저히 따져야 하며 지역경제 발전으로 연결되도록 세심한 계획 아래 실행해야 한다. 뿐만아니라 선거의 유불리 등 선출직 단체장, 특히 실행권자인 경기도지사의 정치적 의도는 철저히 배제하고 합리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막연한 낙후지역 발전이라는 이전 명분쌓기, 선거를 염두에 둔 정치적 행위라는 비난을 피할 수 없다. 뿐만아니다. 이전할 공공기관이 소재한 지역의 반대 여론을 지금처럼 기득권 세력들의 수성(守成)으로 몰아부친다면 설득력은 상실 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점점 골이 깊어지고 있는 경기 남북 동서간 지역갈등도 봉합할 수 없다.

눈을 돌려 전국을 보면 4월의 잔인함이 더욱 빛(?)을 발할 모양세다. 우선 4·7 재·보선을 보자. 서울·부산시장을 뽑는 메머드급 선거판 이외에  시장·군수를 선출하는 2개 지역, 경기도 구리시 도의원을 비롯한 17곳의 시·도의원을 선출하는 지역에서 선거가 실시된다.

거의가 집권당의 텃밭이라 불리던 지역의 재·보선 이지만  부동산정책 실패 등 현 정부의 실정으로 인해 민심이 이반, 민주당 후보들의 당선이 호락호락하지 않다고 한다. 출마자가 느끼는 4월의 잔인함이  어느 정도인지를 가늠하기에 충분하다. 사정이 이러하다보니 그들을 출전시킨 집권여당 지도부의 마음은 또 어떨까 짐작이 간다.

많은 사람들이 세월가는게 두렵다고 한다. 그러면서도 ‘4월이 빨리 지났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혹여 아름다운 꽃과 움트는 새싹을 보며 희망을 노래하고 미래를 꿈꿔야 할 4월이 ‘잔인함’을 품고 있어서 그런 것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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