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곤 교육논단] 교과서는 어떤 관점으로 결정하나
상태바
[김만곤 교육논단] 교과서는 어떤 관점으로 결정하나
  • 김만곤 (주)비상교육 자문위원
  • 승인 2021.04.02 09:1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김 만 곤 (주) 비상교육 자문위원

 

지금 70, 80대들은 동화책 만화책을 구경하기가 어려웠다. 그런 책이 있는 줄도 몰랐다. 교과서 받는 날을 기다렸고 집으로 가는 길의 시냇가, 산비탈에서 한두 권은 그날 다 읽었다. 교과서를 금과옥조로 여길 수밖에 없는 세대여서 양보할 수 없는 논쟁이 붙었을 때도 “이건 교과서에도 나온다!”고 하면 더 따져보지도 않았다. 교과서는 절대적 경전, 세상을 보는 창(窓)이었다. 그게 국정교과서였다.

전국의 모든 학교에서 오로지 그 교과서만으로 가르치고 배웠다. 지금은? 교과서 말고도 재미있고 유익한 책이 넘친다. 재활용품 내놓는 날, 마음만 먹으면 말끔한 책을 수십 권씩 들여놓을 수 있다. 책보다도 유튜브를 즐겨보기도 한다. 장차 학교교육이 어떤 모습으로 이루어지고, 어떤 매체를 학습자료의 주종으로 삼아야 할지 예견하기가 쉽진 않지만 그게 전국 유일본 국정교과서일 것 같진 않다. 그런데도 초등의 경우 그 국정교과서가 지금까지 남아 있었는데 마침내 수학, 과학, 사회는 검정으로 바뀌게 되었다. 과목별로 여러 종의 교과서가 발행되고 학교에서는 각기 적절한 교과서를 골라 쓰게 된 것이다.

이렇게 심사를 통해 교과서 발행을 허가하는 ‘검정’이나 검정보다도 훨씬 자유롭게 교과서를 출판하는 ‘인정’으로 바꾸는 게 간단하진 않지만 국정교과서 편찬을 주관했던 이들은 흔히 국정 지상주의에 물들어 검인정을 백안시한다. 여태 국정교과서를 쓰는 몇몇 나라를 들어 우리만 쓰는 게 아니라고 강변하고 우리가 국정 검정 인정 등 여러 가지를 쓰는 것을 다양성으로 호도한다. 또 검정교과서는 겉은 화려하지만 속은 어떤지 의문이라며 내용을 보지도 않은 채 무책임한 비판을 하고 책을 구경하기도 어려웠던 시절의 국정 체제를 계속 적용해야 마땅한 것으로 착각한다.

검정교과서는 이미 공표된 기준만 충족하면 일단 교과서 자격을 부여하고 어느 학교에서 어떤 교과서를 선택해서 사용할지는 그 학교 선생님들에게 맡겨서 정하게 한다. 군사정부시절에는 정부에서 교과서는 몇 권으로 한다는 것을 정했지만 지금은 소정의 심사만 통과하면 모두 교과서로 허가하는 것이다.

그럼 좋은 교과서는? 더 많은 학교에서 선택된 교과서? 그렇지 않다. 그건 안일하고 위험한 생각이다. 가장 많은 선택을 받은 교과서가 가장 좋은 교과서라면 당연히 모든 학생들이 그 교과서로써 공부해야 한다. 정부에서는 그 교과서만 공급하게 해야 한다. 그렇게 하면 그게 국정교과서와 뭐가 다르겠는가. 출판사가 책을 만들어 제출하면 정부에서 심사해주고 선택은 학교(시장)의 자율에 맡기는 것이 검정의 취지이다. 정부에서 교과서 심사위원에게 기준 준수 여부를 확인해 달라는 것이 심사의 핵심이 된다. 교과목별로 교과서 품질의 순위를 매겨달라고 하지 않는다.

교과서 검정은 미흡해 보이는 책을 적당히 탈락시키는 게 아니라 선택의 폭을 넓혀주는 데 의미가 있다. 그러므로 소수 학교에서 선택된 교과서도 얼마든지 효과적으로 쓰일 수 있고, 그럴 경우 싫든 좋든 무조건 써야 했던 국정교과서에 비해 참으로 소중하고 고마운 책이라는 인식이 확산되어야 한다. 다른 학교에서 쓰지 않는 교과서를 쓰는 것은 우리 학교 학생들에게 적절한 교과서, 우리 학교 선생님들이 가르치기에 좋은 교과서를 선택한 것이므로 이상적 선택이라는 걸 인정해주어야 한다.

내년부터 초등학교 3, 4학년이 사용할 수학, 과학, 사회 교과서 검정심사에서 한 과목은 100%, 다른 두 과목은 71%, 64%만 합격했다고 한다. 심사기관이 달랐기 때문일까? 혹 하위 점수를 받은 책 몇 권이 탈락된 건 아닐까?… 그렇진 않을 것이다.

다만 지식 주입보다는 활동을 중시하고 창의력·사고력을 앞세운 책이 탈락된 경우는 없었기를 기대한다. 학생들이 그 교과서를 만날 행운을 잃어버리는 것도 안타깝고 다음에 또 교과서를 집필하고 편집할 전문가들이 위축되는 것도 경계해야 한다. 우리 교육이 창의성, 사고력을 더 중시해야 할 과목이라면 더욱 그렇다. 좋은 책이 교과서의 이름을 얻지 못하고 사라진 건 아닌지, 그 상황은 심사위원 아니면 알 길이 없다.

 

<김만곤 (주)비상교육 자문위원>

-안동교육대학, 대구대학교 사범대학, 경북대학교 교육대학원(석사)

-초등학교 교사 (경북, 대구 : 21년)
-교육부 편수관, 장학관, 교육과정정책과장 (14년)
-초등학교 교장 (경기도 : 6년)
-한국교과서연구재단 수석연구위원 (5년)
-현 ㈜ 비상교육 자문위원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 연구위원
-교육부 교육과정심의위원, 교과서 연구·집필·심의위원
-한국사회과교육연구회 이사
-한국지리교육학회 이사
-한국교육과정학회 이사
-한국통합교육과정학회 이사
-교육부 시도교육청 평가위원
-유니세프한국위원회 자문위원
-경기도교육청인사위원회 위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