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가 발행하는 인터넷 신문 ‘e수원뉴스’를 검색해 보다가 박종일 시민기자가 쓴 ‘수원 환경컵 큐피드(Cupid)’ 관련 글을 읽었다. 박 기자는 참 성실한 친구다. 시민기자 초창기부터 활동한 끈기있는 사람이다. 게다가 지역 봉사활동에도 적극 나서 수원시 방범기동순찰대원으로서 정자3동 지대장까지 역임했으며, 환경시민단체 활동, 화성행궁 장용영 수위장 교대의식 참여 등 다방면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
박 기자를 왜 이렇게 잘 아는가하면 ‘e수원뉴스’ 초대 주간을 맡은 사람이 나이기 때문이다. 그 전에는 ‘늘푸른 수원’이란 종이 신문을 만들었지만 열흘에 한번 씩 만들었지만 여러 가지 사정으로 인터넷신문으로 전환하게 됐다. 그리고 시민기자제도를 만들었다.
아무튼 박종일 기자가 쓴 글을 통해 ‘수원 환경컵 큐피드(Cupid)’란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 수원 환경컵은 환경운동가이자 그린디자이너인 윤호섭 교수가 재능기부로 디자인해 만든 450㎖ 용량의 스테인리스 재질 텀블러다. 1000원에 구매할 수 있으며, 당연히 여러 번 사용할 수 있다.
수원시가 5400만원의 예산을 들여 환경컵 1만1200개를 제작, 행궁동과 인계동 일대 카페에 배부했다는 내용이다.
텀블러야 내 방에도 여러 개 있으니 별로 관심이 없다. 그런데 이 환경컵을 지참하면 올해 말까지 화성행궁과 화성에 무료입장할 수 있다는 부분에서 무릎을 쳤다.
행궁동을 산책하다보면 행궁 안으로 들어가고 싶을 때가 많다. 그때마다 입장권을 사서 들어가기도 귀찮다. 현직에 있었을 때야 자유롭게 드나들었지만 은퇴한 지금은 당연히 돈을 내고 들어가야 한다. 그런데 사실 행궁은 내 집 같은 느낌이 들어서 표를 사고 들어갈 때마다 어색하다.
게다가 나는 1989년 10월 '수원화성행궁 복원추진위원회' 위원으로서 홍보부장이란 직책을 맡아 초창기부터 복원사업에 참여했기에 남의 것이란 생각이 들지 않는다. 며칠 전 밤엔 신풍루 앞에서 큰소리로 심재덕 전 수원시장, 이종학 선생, 김동휘 선생, 이승언 선생 등의 이름을 불렀다. 물론 술기운이 좀 오른 상태였다. 복원운동의 중심축이었던 이들은 지금 세상 사람이 아니다.
그런 중에 수원 환경컵을 사면 연말까지 화성행궁에 무료입장할 수 있다는 희소식을 듣게 된 것이다. 내년부터는 나도 이른바 ‘지공거사(지하철을 공짜로 탈수 있는 나이 든 사람)’ 대열에 합류하게 돼 무료입장할 수 있다. 노인대접 받는 게 마냥 좋은 일은 아니지만.
그래서 어제는 행궁동 카페골목을 기웃거렸다. ‘큐피드’, ‘환경컵’이라고 써 붙인 곳이 있으면 들어가서 거기에 커피를 담아 달라고 해서 당당하게 행궁으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어디서 구입하는지 몰랐다. 소위 행리단길을 천천히 한 바퀴 돌았는데도 밖에 써 붙인 곳이 없다. 박종일 기자도 이런 점을 지적하고 있었다.
“행리단길 있는 행궁동 주변 13여곳 카페가 환경컵 큐피드에 동참하고 있다. 외부에 큐피드를 홍보하는 문구나 포스터 등은 찾아볼 수 없다. 대신 내부 계산대에 큐피드를 홍보하는 작은 배너가 설치되어 있다. 손님 중 일부는 호기심에 구입했지만, 대부분은 크게 관심을 두지 않고 기존이 플라스틱 1회용 컵과 종이컵을 이용했다. 큐피드를 소지하면 무료입장이 가능한 화성행궁에도 컵을 소지하고 입장하는 관람객을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매표소와 정문 신풍루 입구에 대형 배너를 설치해 무료입장을 홍보했지만, 대부분은 입장권을 구입해 입장했다.”는 것이다.
할 수없이 연극배우 출신 후배 표수훈 씨가 운영하는 공방거리 카페 단오로 가서 문의했다. 이 골목 터줏대감인 그도 전혀 모르고 있었다. 표 씨는 곧바로 시청 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어 수원환경컵을 요청했다. 옆에서 통화하는 소리를 들으니 담당자가 매우 고마워하는 것 같았다. 월요일은 단오가 쉬는 날이니 화요일 오후나 수요일에 가면 수원 환경컵 큐피드를 구입할 수 있을 것이다. 나도 그리하겠다고 약속했다.
수원 환경컵 큐피드는 좋은 취지에서 시행되는 사업인 만큼 보다 많은 시민들이 알 수 있도록 시가 더욱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지역 카페들도 자발적으로 동참하면 좋겠다.
낮에도 좋지만 밤이면 더 아름다운 화성행궁. 오는 5월1일부터 밤 9시30분까지 야간 개장한다니 앞으론 더 자주 가게 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