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의 기초가 주춧돌이듯, 우리 삶의 기초는 노동이다. 필수노동자의 헌신적인 손길이 코로나의 위기에서 우리의 일상을 든든하게 지켜주었다.” 이는 문재인대통령이 1일 자신의 SNS에 밝힌 노동관이다. 옳은 말이다. 노동은 우리 삶의 기초다.

지난 1일은 131주년 세계 노동절이었다.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는 5월 1일을 노동절 휴일로 정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근로자의 날’이다. 이 ‘근로자의 날’을 ‘노동자의 날’로 바꾸어야 한다는 지적은 예전부터 꾸준히 제기돼 왔고 많은 국민들의 호응을 얻고 있다. 그런데 바뀌지 않았다. 아직도 ‘노동’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자동적으로 북한의 노동당과 노동신문이 연상되기 때문일까.

우리에겐 분단의 콤플렉스가 존재한다. 붉은 색은 공산당을 뜻했다, 진달래는 북한 사람들이 사랑하는 꽃이기 때문에 이를 좋아한다면 친북 빨갱이로 매도당했다. 그러나 붉은 색은 2002년 월드컵 때 한국의 색이 됐다. 보수 야당도 붉은 색을 사용한다. 진달래는 북한의 국화(사실은 목란)라고 해서 기피하기도 했지만 지금은 수원시와 이천시가 시화로 정할 만큼 친근한 꽃으로 돌아왔다.

만약에 ‘노동’이란 단어에 대한 거부감이 전기한 ‘레드 콤플렉스’ 때문이라면 하루빨리 벗어 던져야 한다. 아울러 노동자를 하급계층으로 인식하고 이들을 통제하겠다는 생각으로 근로(勤勞)를 고집한다면 그 낡은 생각도 고쳐야 한다.

근로자라는 말의 사전적 의미는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이다. 일제 강점기 때 일본이 우리나라 국민을 강제노역에 동원하면서 ‘근로봉사대’, ‘근로정신대’라는 이름을 사용했다. 노동자는 일하는 사람, 주체성 있게 서로 소통하며 동등한 입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란 개념이다. 그러나 근로자는 고용된 사람, ‘자본과 권력이 시키는 대로 부지런히 일하는 사람’이다.

이미 우리나라엔 고용노동부, 노동위원회 등 정부기구가 있고 직장에는 노동조합이 구성돼있다. 노동이라는 단어가 공식적 법률용어로 사용되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해 6월 ‘부지런히 일한다’는 통제의 의미가 아닌 ‘노동’이라는 가치중립적 용어로 대체해야 한다는 취지로 법률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

이 법률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되어 내년부터는 종속적인 의미의 ‘근로자의 날’이 아닌 인격을 존중하는 수평적 의미인 ‘노동자의 날’을 보낼 수 있게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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