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하루의 일상은 아침 식사 후 글쓰기, 점심식사 후 글쓰기(또는 책 읽기), 그리고 눈이 침침해지면 산책을 나서는 것이다.

요즘 나의 산책은 수원의 오래된 나무 순례와 겹친다. 책에 수록될 원고를 쓰기 위해서 몇 번이고 나무가 있는 장소를 찾아간다. 좀 멀다 싶으면 자전거를 타지만 대부분은 걸어서 다닌다. 꾸준한 산책 덕분에 신발 교체시기가 더 빨라졌다.

산책 후 돌아와 샤워를 하고 나면 어둑해 질 무렵이다. 낮과 밤의 일정을 바꿔 야간에 산책을 할 때도 많지만 돌아와서는 여행관련 프로그램과 스포츠 채널의 야구 중계를 본다.

코로나19로 여행을 못하니 텔레비전을 통해서라도 간접적이나마 가보고 싶은 것이다. 최근에는 인도네시아 족자카르타의 보로부두르 사원과 쁘람바난 사원, 캄보디아의 앙코르와트, 우즈베키스탄의 타슈켄트와 사마르칸트 등이 소개됐다. 이 세 지역은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전에 여행한 곳이다.

텔레비전을 별로 좋아하지는 않지만 여행프로그램과 함께 야구중계는 자주 본다. 야구는 그날의 하이라이트라도 꼭 챙겨서 볼 정도다.

좋아하는 팀은 수원을 연고지로 하는 KT위즈다. 창단 초 매번 꼴찌나 9위를 차지했던 수원kt는 지난해 정규리그 2위를 했다. 수원 팬들이 그토록 바라던 포스트시즌, 이른바 ‘가을야구’ 맛도 봤다.

그리고 올해도 만만치 않은 실력을 보이며 순조로운 출발을 했다. 4일 현재 리그 2위. 1위 삼성과는 0.5게임 차이 밖에 나지 않는다. 물론 너나 할 것 없이 체력이 떨어지는 길고 긴 여름철을 지나봐야 알겠지만 현재 상태라면 우승도 기대할 만 하다.

강백호와 조용호가 믿음직스럽다.

16경기 연속안타를 이어가고 있는 강백호의 현재 타율은 0.418로 KBO리그 1위다. 특히 최근 10경기 타율은 0.450으로 매일 불방망이를 휘두르며 팀의 승리에 기여하고 있다. 강백호는 사랑스러운 선수다. 나이든 선배에게 깍듯이 인사하는 예의바른 모습이나, 헛스윙 후 몸이 돌아가 타석에서 튕겨나가는 장면조차도 보기 좋다. 내게는 전력을 다하고 있는 모습으로 비쳐진다.

지난 1일 대 KIA전서 홈으로 들어오는 KT위즈 조용호선수.(사진=KT위즈 홈페이지)
지난 1일 대 KIA전서 홈으로 들어오는 KT위즈 조용호선수.(사진=KT위즈 홈페이지)

조용호도 내가 좋아하는 선수다. 2일 수원에서 열린 KIA전서 1번 좌익수로 선발 출전, 3타수 3안타를 기록하는 등 맹활약하고 있다.

조용호의 지난해 타율은 0.296이었지만 출루율은 0.392였다. 올해 2일까지 타율은 0.288로 지난해보다 좋지 않지만 출루율은 0.398로 거의 4할 대다. 이는 그가 kt의 중추라는 뜻이다. 더 자세히 얘기하자면 조용호는 개인 성적보다는 팀의 승리가 우선이라는 생각을 갖고 있다. 조용호는 지난 2일 경기가 끝난 뒤 스포츠 전문 채널과의 인터뷰에서 “팀에서 내가 생각하는 역할은 타율보다도 출루를 최우선으로 생각해야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올해 개인 기록은 정말 관심 없다. 내 목표는 무조건 팀 우승”이란 말도 했다.

KT위즈 선발라인인 투수 소형준, 고영표, 배제성의 호투를 보는 재미도 크다. ‘리그 최강을 자랑하는 토종 선발라인’이란 평가를 받고 있는 이들은 최근 경기에서 믿음직한 모습을 보이며 승리투수가 돼 팬들을 흐뭇하게 했다.

지난 주말은 KT위즈로 인해 즐거웠다. KIA 타이거즈와의 3연전을 모두 이겼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걸 어째, 내 술친구인 ㄱ이 뜨겁게 응원하는 팀이 KIA인데...당분간은 그 친구 앞에서 야구 얘길 하지 말아야겠군.

어쨌거나 올해 가을 야구가 수원에서 열리게 되길 기대한다. 외야석에 모여 앉아 맥주를 마시며 소리 지르는 그 기분은 아는 사람만 안다. 그나저나 코로나19가 물러가야 야구장에서 한 잔할 수 있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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