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옛 서울농대 캠퍼스에서 열린 수원연극축제.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2019년 옛 서울농대 캠퍼스에서 열린 수원연극축제.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지난해엔 코로나19로 인해 ‘수원연극축제’가 열리지 못했다. 내 큰 즐거움 중의 하나는 그렇게 사라졌다.

올해도 5월엔 열리지 못했다. 그러나 오는 10월에는 볼 수 있을 듯하다. 수원문화재단이 10월 1일부터 3일까지 제24회 수원연극축제를 개최한다고 발표했다. 다만 장소가 옛 서울농대가 있던 경기상상캠퍼스 서쪽으로 맞붙어있는 수원탑동시민농장으로 변경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와 축제 관람객의 안전을 위해’서란다.

아무러면 어떠랴. 이 잔치를 다시 볼 수 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기쁘다. 재단측도 관람객들이 안전하게 수준높은 공연예술 축제를 즐길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다하겠다고 밝혔다. “푸르른 자연을 배경으로 한 새로운 거리공연들을 준비하고 있다”니 기대가 크다.

2019년 열린 수원연극축제 공연 장면.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2019년 열린 수원연극축제 공연 장면. (사진=수원시 포토뱅크)

내가 이처럼 수원연극축제에 각별한 관심을 갖는 것은 이유가 있다.

‘수원연극축제’의 전신은 ‘수원화성국제연극제’다. 1996년 수원화성 축성 200주년을 기념해 시작됐다. 연극제 초창기엔 나도 '극단 성' 김성열 대표 등과 함께 기획·홍보 업무를 도왔으며 외국공연단을 접대하는 일도 마다하지 않았다.

처음엔 극단 성이 주도했다. 한국을 대표하는 국제연극제로 성장시키겠다는 의욕으로 김성열 김우영 황의숙 원치성 오호영 등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수원화성문화재단(초대 이사장 김동휘)을 설립했다. 그리하여 1999년부터는 수원화성문화재단이 행사를 주최했다. 이 재단은 뒤에 수원문화재단으로 재탄생됐다.

1996년 화서문에서 열린 제1회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사진=이영창 사진작가)
1996년 화서문에서 열린 제1회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사진=이용창 사진작가)
1998년 화홍문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2회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사진=이영창 사진작가)
1998년 화홍문 특설무대에서 열린 제2회 수원화성국제연극제. (사진=이용창 사진작가)

첫 행사엔 중국 길림성 경극단, 미국 오하마매직시어터, 일본 신주쿠양산박, 러시아 유고자빠제 등 외국 극단과 한국의 극단 성이 참가했다.

첫 행사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주요 신문과 방송들이 행사를 극찬했다. 한겨레신문 이봉수 논설위원은 ‘수원성에 살고 싶다’라는 장문의 칼럼을 통해서 행사를 극찬했으며 조선일보도 프랑스의 아비뇽 페스티벌 못지않다며 ‘옛날과 오늘이 어울려 멋진 조화를 이뤘다’고 보도했다. CNN은 긴 시간을 할애해 이 소식을 전 세계로 내보냈다.

그런데 횟수가 거듭되면서 시민들과 동떨어진 행사가 됐다. 수원지역이 빠진 ‘서울 사람들만의 행사’라는 비난도 나왔다. ‘수원화성국제연극제’라는 명칭도 ‘수원연극축제’로 바뀌었다.

나 역시 ‘수억 원이 투입되는 행사이면서 내용이 매우 실망스럽다’는 비판 글을 신문에 여러 차례 썼다.

차라리 행사를 폐지시키는 게 낫겠다는 이야기를 술자리에서 털어놓으면서도 가슴 아팠다. 초창기의 열정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따라서 수원연극축제가 경기상상캠퍼스로 자리를 옮겨 개최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는 고개를 갸우뚱했다. 그 외진 곳에 과연 누가 온다고...

그런데 예상을 깨고 대성황을 거두었다. 2018년엔 무려 15만명이 공연장을 찾았다고 한다. 2019년엔 21만5000여명이 관람, 수원의 대표적인 문화예술축제로 자리 잡았다.

다음은 당시 내가 한 신문에 쓴 사설이다.

‘이번 행사는 수원연극축제를 비롯, 지역 축제가 지향해야 할 바를 명백하게 보여줬다. 행사장인 도심 속의 숲 경기상상캠퍼스에는 연일 엄청난 인파가 몰려 밤늦게까지 공연을 즐겼다...(중략)...녹음이 우거진 아름다운 숲과 어우러진 공연은 한마디로 환상적이었다. 숲에 어둠이 내리자 이곳저곳에 조명이 들어오고, 사람과 자연, 예술이 하나가 되어 분위기는 뜨겁게 달아올랐다...(중략)...축제의 전형을 보여줬다. 나무랄 데 없었다. 그야말로 ‘숲 속의 파티’였다. 관객들은 숲 속에서 어머니의 품에 든 듯 편안했고 행복했다. 한동안 ‘차별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행사’ ‘막대한 예산대비 성과 없는 행사’란 비난을 받았던 수원연극축제의 환골탈태가 기쁘다’

그랬다. 싱그러운 숲속에서 공연되는 국내외 연극과 서커스, 퍼포먼스들은 꿈인 듯 황홀했다. 그러니 내 발길은 매일 수원연극축제 ‘숲속의 파티’장으로 향할 수 밖에 없었다.

올해 10월 1일부터 나는 또 거기에 있을 것이다. 10월이면 나를 비롯, 코로나19 백신 접종을 한 사람들도 많아져 거리두기와 영업시간 제한이 훨씬 완화될 터이니, 행사 끝나고 생맥주 한 잔씩 할 수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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