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회고록이 있지만 사람들은 영국 윈스턴 처칠수상의 회고록을 최고로 치는데 주저하지 않는다.

전쟁영웅인 그가 회고록을 처음 쓴 것은 1948년이다.

그리고 1953년까지 매년 1권씩 모두 6권을 출간했다.

제목은 ‘제2차 세계대전(The Second War)’

전 세계를 전쟁의 소용돌이 속에 몰아넣은 것만큼 내용도 매우 방대했다.

나중에 1권으로 묶어낸 요약본만 1천 페이지가 넘으니 그 분량을 짐작할 수 있다.

처칠은 회고록을 쓰기 위해 끔찍한 전쟁을 진두지휘한 사람으로서 보고 듣고 겪었던 현장과 경험, 자료와 메모를 미리 챙겨 놓았다고 한다.

특히 과거 종군기자 출신답게 여러 증인을 다시 만나고 기록물들을 꼼꼼히 재검토, 회고록을 낸 것으로 유명하다.

그래서 처칠 회고록은 발간되자마자 주요 역사 사료로 인정됐고 1953년에 노벨문학상도 받았다.

기록물이면서 읽는 이에게 문학적 감동을 안겨준다는 것이 선정 이유였다.

소설가·시인이 아닌 정치가가 노벨문학상을 받은 경우는 처칠이 유일하다.

2차 대전을 승리로 이끈 처칠에게 노벨평화상도 아닌 노벨문학상을 안겨준 회고록, 그래서 사람들은 이 회고록을 최고라고 평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이처럼 역사의 기록으로 후대에 남는 회고록은  진솔한 술회가 바탕이 돼야 한다.

그리고 객관성이 담보돼야 훌륭한 역사적 기록으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지금까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수많은 회고록이 출간됐지만 이러한 반열에 드는 회고록은 사실 많지 않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전직 대통령을 비롯,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많은 사람들이 회고록을 냈으나 낼 때 마다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심지어 국론마저 분열시키는 사례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굳이 이름을 거론치 않아도, 5.18과 관련 지금도 법정에서 시시비비를 가리는 회고록이 있을 정도니 말이다.
 
회고록은 개인사에 치중하며 자신의 일생을 다룬 자서전과는 다르다.

저자가 살아온 시대 및 사회적 현실, 혹은 그 시대에 발생했던 사건의 내막이나 진상들을 돌이켜 생각하며 적은 것이어서다.

따라서 논란의 중심이 됐던 일부 전직 대통령과 유명 정치인들처럼 실패를 변명하고 업적을 미화하는 자기방어용 변호로 일관해서는 안 된다.

리콴유 전 싱가포르 총리는 회고록을 내면서 “판사로부터 신문을 받는다는 심정으로 글을 썼다”고 했듯 회고록은 ‘역사 법정의 최후 진술’과 같다는 말이 있다.

회고록은 진실을 기록해야 역사적 가치가 크며 솔직하게 기술하지 않은 것은 아무 가치도 없다는 뜻이다.

전기 작가 스테판 츠바이크는 “회고록에는 이름이 아니라 인격이 담겨야 한다”고도 했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회고록 ‘조국의 시간’이 연일 정치권을 뜨겁게 달구고 있다.

출간되자마자 완판됐고 10억원이 넘는 매출을 기록했다고 해서 덩달아 세인의 관심도 뜨겁다.

마치 스탕달 증후군을 연상케 한다.

무엇이 이 같은 신드롬을 불러 오고 있는 걸까?

회고록 속에 담긴 내용·이름 아니면 진실. 그것이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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