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부도는 내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가본 섬이다. 그것도 배를 타고 간 게 아니다. 바닷길을 걸어서 갔다. 썰물 때 바닷물이 빠져 나가면서 드러나는 길, 그 신비로운 길을 걸어서 갈 때 가슴이 뛰었다. 고등학교 1학년 때의 일이다.

너른 갯벌을 기어다니던 달랑게들과 팔딱팔딱 뛰어다니던 망둥어(짱뚱어를 그렇게 불렀다)가 신기했고, 섬 입구부터 펼쳐진 땅콩 밭과 섬 서쪽의 해송 숲은 문학소년의 시심을 일깨웠다.

그 해송 숲에 텐트를 치고 불가에 둘러앉아 밤새 노래를 불렀다. 잠을 자려고 했지만 모기떼의 습격으로 도저히 잠을 이룰 수 없었기 때문이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자면 그곳 모기는 담요까지 뚫고 피를 빨아 먹을 정도였다. 다행히 부근에는 쑥이 지천으로 자라고 있어 쉴 새 없이 뜯어다 모깃불을 피웠다. 그때 내 옆에 앉았던 여학생이 누구였더라? 나이 들면 어제 일은 모르지만 50년 전 일은 생생하게 기억난다던데, 왜 이름도 얼굴도 떠오르지 않는 것이냐.

친구는 가끔씩 제부도의 추억을 얘기했다. 좋아하던 여자와 제부도에 놀러 갔다가 바닷길이 막히고 버스가 끊어져 ‘할 수 없이’ 함께 밤을 보냈다는. 그런데 내가 보기에 그 친구는 물때를 잘 알고 있었던 것 같다. 고의성이 짙다. 기타를 잘 쳐서 여자들에게 인기가 많았던 그 친구는 어떻게 살고 있을까? 

제부도 갯벌. (사진=이용창 사단법인 화성연구회 이사)
제부도 갯벌. (사진=이용창 사단법인 화성연구회 이사)

하루에 두 번씩 바닷물이 양쪽으로 갈라지기 때문에 구약성서에 나오는 ‘모세의 기적’ 같은 현상을 볼 수 있는 제부도. 따라서 이 곳은 ‘화성팔경(八景)’에도 들어 있다. ‘제부모세’라... 누가 이런 과감한(?) 그리고 생뚱맞은 작명을 했을까 궁금하다.

화성팔경에는 궁평리에서 감상하는 ‘궁평낙조’도 있다. 나는 제부도에서 보는 낙조도 추천하고 싶다. 매바위 3형제나 바다 건너편 작은 섬들 사이로 사라지는 석양은 감동을 준다.

수도권의 많은 사람이 몰리는 이유는 갯벌 체험, 승마 체험, 해안 산책, 수상 레포츠, 바다 낚시 등을 즐길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가 발표한 '2021-2022 한국관광 100선'에 수원화성 관광특구와 함께 제부도가 선정된 것도 이 때문이다.

2018년엔 제부도 워터워크(Water Walk)가 독일의 ‘2018 레드닷 디자인 어워드’에서 커뮤니케이션 디자인부문 본상을 수상했다. 2017년 제부도 아트파크(Art Park)와 경관벤치(SEAt)에 이은 2년 연속 본상 수상이다.

이 상은 ‘iF’, ‘IDEA’와 함께 세계 3대 디자인상으로 꼽히는 상으로 45여개 국가에서 8600개 이상의 작품이 출품됐다. 워터워크는 하루에 두 번씩 바닷물이 갈라지는 물길의 시작점부터 바다 위에 44m 길이로 설치된 구조물이다. 밀물 땐 바다 위를 산책하는 기분으로 물의 흐름을 감상할 수 있고, 썰물 땐 드러나는 갯벌과 함께 제부도 전체 풍경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다.

제부도에 또 하나의 명물이 등장한다. 제부도해상케이블카다.

제부도 해상케이블카 운행 조감도. (사진=화성시 제공)
제부도 해상케이블카 운행 조감도. (사진=화성시 제공)

전곡항에서 제부도까지 2.12㎞에 이르는 해상구간이 자동 순환식 곤돌라로 연결되는 것이다. 오는 10월 개통 예정인 제부도해상케이블카는 바다 위 구간만 놓고 봤을 때 국내 해상케이블카 중 가장 길다.

바닥과 벽이 투명한 크리스털 케빈으로 제작된 케이블카는 바다 위 30m 상공에서 투명한 바닥을 통해 왕복 20분간 제부도 모세길과 전곡항 마리나, 누에섬, 서해 낙조 등을 한눈에 감상할 수 있다고 한다.

제부도가 유명세를 타면서 휴일이나 주말엔 수도권 관광객들이 몰려 큰 혼잡을 빚고 있는데 이 케이블카가 운행되면 모세길의 정체를 다소나마 해소할 수 있을 것이다.

제부도는 언제라도 달려가서 만나고 싶은 섬이다. 한편으론 옛 정취가 많이 사라져서 아쉽기는 하지만 그래도 수원 인근에서 이만한 곳이 어디 있겠는가.

벗들, 해상케이블카가 운행되면 1박2일 여행 어떤가? 어차피 당분간 외국 답사여행도 못할 것 같으니 가까운 ‘해외’(海外) 제부도라도 가볼거나. /김우영 논설위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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