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마의 계절임이 실감난다. 요즘 거의 매일 대권 출사표가 시중에 넘쳐나고 있어서다.

이런 상황속에 대통령이 되겠다고 나선 후보들의 면면을 보며 새삼 ‘인지부조화(認知不調和)’라는 심리학 용어가 생각난다.

사회학자는 아니지만 필자 개인적으로 나름, 출마의 변 곳곳에 자기합리화에 능한 인간의 본성이 숨겨져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인간은 ‘합리적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라고 한다.

 미국의 저명한 심리학자 ‘레온 페스팅거’는 이같은 인간 본성을 일찍이 ‘인지부조화’라 규정했다.

그는 ‘합리화에는 여러 가지 덫이 있다’고도 했다.

스스로 현실을 왜곡하고 자기 중심적 사고의 결과물을 끊임없이 생산해내는 것도 그중 하나며 기억의 왜곡도 포함된다고 했다.

 인지부조화를 설명할 때 인용하는 유명한 사례가 있다.

‘레온 페스팅거’교수가 발표한 내용이기도 하다. 그는 1950년대 미국의 어느 마을에서 한 사이비 종교 교주의 주장을 접하고 그의 심리를 추적했다.

그리고 다음과 같은 내용을 발표했다. 내용은 대략 이렇다.

교주는 주장하기를, 자신이 신으로부터 계시를 받았는데 조만간 큰 홍수가 닥칠 것이며 오로지 자신을 믿고 따르는 신도들만 비행접시로 구출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 맹신한 사람들은 전 재산을 교주에게 헌납하고 철야 기도에 들어갔다. 하지만 운명의 날,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자 교주는 신도들에게 이렇게 말했다. “당신들의 믿음에 힘입어 세계는 멸망의 문턱에서 구원을 받았다.”

이후 신도들은 속은 것에 분노하기는 커녕 자신들의 맹신을 합리화하며 교주를 더 신봉했다.

레온 페스팅거 교수는 이를 자기합리화의 백미라며 “이렇듯 어떤 상황에 부딪혔는데 그로부터 이끌어낼 수 있는 합리적인 결론이 기존에 철석같이 믿고 있던 생각과 정면으로 모순될 때, 사람들은 합리적인 결론보다는 부조리하지만 자신의 기존 생각에 부합하는 생각을 선택한다”고 설명했다.
 
우리의 일상에서도 인지부조화 사례는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부모가 반대한 결혼, 잘못된 물품을 구매한 경우 어떻게든 자기 합리화를 하려는 심리가 그것이다.

금연을 못하는 애연가들의 자기 합리화도 마찬가지다.

담배가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호품이니, 폐암보다 다른 병으로 죽는 경우도 많다느니, 흡연하면 살도 안찐다는 등등. 

이렇듯 사람들은 자기가 어리석은 선택을 했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도 어떻게든 그 선택이 어쩔 수 없는 것이었다고 믿으려 애쓴다.

그러면서 명백히 잘못된 판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여러 이유를 들어 끝까지 자신이 옳았다고 우긴다.
 
우리 주변에선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자기 합리화를 하는 경우를 쉽게 접하게 된다. 

이런 사람일수록 심리적 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자기 자신을 속일 수 있는 능력을 많이 가지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사회학자들은 선거 출마를 결심하는 사람들에게서 이 같은 심리가 많이 발견된다고 밝히고 있다.

역량이나 능력, 경력, 일의 추진력에 있어서 깜냥이 아니면서도 선거에 나선 사람들, 특히 가족과 지인 등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출마 결심을 굳히는 사람들일수록 그렇다고 한다.

우리는 그동안 정치인들이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는 데 열중하면서 그것을 찾지 못할 때는 억지로 만들어내는 것을 수없이 보아왔다.

또한 자신의 합리화를 위해 편법과 불법을 동원하며 진실을 왜곡하는 사례도 여러차례 목도했다.

자신의 결정이 옳다는 점을 스스로에게, 나아가 다른 사람까지 이해시키려고 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인지부조화가 국민에 미치는 영향은 매우 크다. 

판단의 오류를 가져오게 하고 추종자들의 맹목적 인지부조화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사이비 교주의 자기 합리화에 동조하는신도들처럼 말이다. 

아무튼 내년 대선을 앞두고 대권 후보들의 출마가 러시를 이루고 있다.

모두가 ‘나 아니면 안 된다’며 스스로를 선거에 내몰고 있다.

이럴 때 일수록 국민들은 출마자들의 결정이 인지부조화에 속하는 것인지는 꼼꼼히 따져 봐야 한다.

대통령은 ‘자신’이 아닌 ‘국민’과 ‘나라’를 위해 헌신해야 하는 존재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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