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궁동 양조장에서 출시될 행궁둥이 막걸리. (사진=수원양조협동조합)
행궁동 양조장에서 출시될 행궁둥이 막걸리. (사진=수원양조협동조합)

어쩌다보니 연속해서 막걸리 얘기를 쓰게 됐다. 아무래도 코로나19 거리두기 강화로 오후 6시 이후 2명밖에 모일 수 없는데다 장마철이다 보니 자연히 막걸리가 ‘땡기는’ 탓도 있겠다.

지난 번 칼럼에서도 언급했지만 머지않아 행궁동(북수동)에서 수원지역 쌀(효원 쌀)을 주원료로 한 막걸리 ‘행궁둥이’를 생산한다는 소식이 들려 반가웠다. 사실은 몇 달 전부터 행궁동의 마당발 황현노 씨가 얘기를 해줘서 알았다. 황 씨는 행궁둥이 막걸리를 만드는 ‘수원양조협동조합’ 이사장이다.

하지만 양조장인 ‘공유경제공장’ 위치를 설명해 줬음에도 그게 어딘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며칠 전 일부러 큰 맘을 먹고 찾아 나섰다. 성안 옛 1번국도 북동쪽 마을 북수동을 S자 모양으로 훑기 시작했다. 드디어 찾았다. 어이없게도 내가 익히 알고 있던 집이었다.

지난 봄 수원의 오래된 나무를 함께 찾아다니던 사진가 이용창 형이 오래된 라일락을 발견했다고 해서 함께 가봤던 동네였다.

그 후 동네 산책을 하던 내가 또 한그루의 오래된 라일락을 발견했는데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 마당에 있어서 들어가 볼 수는 없었고 낮은 담장 너머로 사진을 찍었다. 라일락꽃이 피면서 몇 번 더 찾아갔다.

수원양조협동조합 공유경제공장 입구. (사진=김우영 필자)
수원양조협동조합 공유경제공장 입구. (사진=김우영 필자)

어느 날은 공사하는 모습을 본 터라 사람이 곧 들어와 살겠구나 생각했는데 그곳에 양조장이 생긴 것이다. ‘막걸리꾼 본능’이었을까, 어쩐지 그 집이 자꾸 끌리더라니.

양조장인 공유경제공장 지번 주소는 북수동 250-1번지이다. 도로명 주소는 정조로 860번길 19-3. 장안사거리 아래 횡단보도가 있는 작은 사거리에서 수원천 쪽으로 가다가 얌얌분식과 로맨스모텔 사이, 골목 초입에 있다.

지금은 코로나19 4차 확산으로 인해 가동을 잠시 중단하고 있지만 9월 중에 출시할 예정이라고 한다.

황 이사장은 나와 오랜 인연이 있는 사람이다. 내 친구의 친구로 알게 됐는데 당시 방범기동순찰대 수원시연합본부 부본부장도 하는 등 수원시를 위한 봉사활동을 지금까지 끊이지 않고 이어오고 있다. 특히 지난 2013년 한 달 동안 행궁동에서 열린 ‘생태교통 수원 2013’ 때도 누구보다 앞장서 주민들을 설득하고 사업을 적극적으로 돕는 그의 모습에 감동을 받은 바 있다. 사람을 좋아해서 발도 넓고 일을 좋아하니 동네 양조장 대표로는 제격인 인물이다.

황 이사장은 “역사와 문화가 함께하는 최적의 요건을 갖춘 수원에서 대표할만한 전통주가 없다는 것에 착안했다. 지역자원을 활용하고 문화를 결합한 컨텐츠를 개발한다면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 지난해 공유경제공장 비즈니스모델 ‘전통주 사업’을 제안했다”고 과정을 설명한다.

수원양조협동조합 공유경제공장 일부. (사진=김우영 필자)
수원양조협동조합 공유경제공장 일부. (사진=김우영 필자)
수원양조협동조합 공유경제공장 일부. (사진=김우영 필자)
수원양조협동조합 공유경제공장 안. (사진=김우영 필자)

공유경제공장에서 생산되는 막걸리 ‘행궁둥이’의 맛은 달다. 단 막걸리를 좋아하지 않는 나는 순간 거부감이 든다. 어? 그런데 뭔가 색다른 단맛이다. 이를테면 식혜의 단맛, 인공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자연스러운 단맛이다. 청량감도 있다. 깔끔하고 부드럽다. 감미료 대신 쌀을 많이 넣어 단맛이 많이 난다는 것이다.

냉장고에서 한 달 정도 충분히 숙성된 ‘행궁둥이’ 막걸리는 과일향이 난다. 입에 순하게 감긴다. 2030 젊은 세대의 입맛에도 잘 맞을 것이라고 확신한다.

그런데 술 이름이 왜 ‘행궁둥이’일까.

“행궁동에 오면 궁둥이를 붙이고 꼭 마셔야 하는 막걸리라는 뜻이에요. 또 ‘~에서 태어난 아이’라는 접미사 ‘-둥이’가 붙어 ‘행궁동에서 태어난 술’이라는 의미도 있지요” 최경미 이사의 설명이다.

‘행궁둥이’, 참 재미있고 센스도 있는 작명이다. 요즘 젊은이들이 행궁동 일대를 ‘행궁둥이’라고 부르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서울 ‘경리단길’을 모방해 ‘행리단길’이란 별칭이 붙었지만 어느 틈엔지 ‘행궁둥이’로 불린다. ‘행궁동’이 ‘행궁둥이’란 애칭으로 불리고 있는 것이다. 남의 동네 이름을 따와 듣기에 불편했던 ‘행리단길’보다 얼마나 친근하고 정겨운가.

‘행궁둥이’에 온 사람들이 반드시 마셔봐야 하는 ‘막걸리 행궁둥이’가 되길 바란다.

행궁둥이 막걸리가 생산되는 양조장 내부. (사진=김우영 필자)
행궁둥이 막걸리가 생산되는 양조장 내부. (사진=김우영 필자)

행궁둥이 막걸리가 더욱 잘 되기를 바라는 이유가 있다. 행궁동 동네 사람들이 참여해 행궁동에 만든 수원양조협동조합 공유경제공장과 지역 쌀 재배 농가 등 철저하게 지역 인프라를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요즘 행궁동에는 ‘정월’ ‘팔딱산’ 등 막걸리 카페가 생겼고 이 카페들은 젊은이들의 취향을 저격해 문전성시를 이루고 있다. 막걸리 행궁둥이가 출시되면 이곳도 또 하나의 수원 명소로 탄생하게 될 것이다. 한옥 세 채를 깔끔하게 리모델링, 관광객과 주민들이 이곳에서 막걸리를 마실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지역의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해 작은 공연과 전시도 이루어질 수 있으므로 문화가 있는 동네 사랑방 역할도 하게 된다.

갑자기 내린 소나기 소리에 섞여 “막걸리 좋아하는 김 모 씨, 갈 곳이 또 하나 늘어 좋겠네.” 아내의 음성이 귀에 들리는 듯하다. /김우영 논설위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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