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끔찍한 화재 참사가 거듭됐다. 지난달 이천 쿠팡물류센터에서 발생한 화재는 창고를 완전히 태웠고 완전 진압까지는 5일이나 걸렸다. 이 사고로 김동식 소방관이 순직하는 안타까운 일도 일어났다. 당시 화재경보가 울렸지만 시설관리 직원이 오작동인줄 알았다며 경보기를 6번이나 꺼버렸다고 한다. 안전불감증의 대표적인 사례 가운데 하나다. 이천에서는 이 사건 전에도 냉동창고 건설 현장 화재가 발생해 2008년 50명, 2020년 48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바 있다.

사회에 만연한 안전불감증은 경기도가 지난 27일 실시한 ‘3대 불법행위’ 일제단속 결과에서도 드러났다. 단속 대상인 3대 불법행위는 소방시설 차단, 피난방화시설 폐쇄‧훼손, 불법 주‧정차 등이다. 도 소방재난본부는 숙박시설과 문화집회시설(박물관‧전시관 등), 물놀이 유원시설, 수련시설 등 도내 다중이용시설 410곳을 대상으로 일제단속을 실시했다.

이 결과 98곳(23.9%)을 적발했고 124건을 조치했다. 화재 감지기 제거 후 다시 설치하지 않았거나 계단에 다량의 물건을 쌓아 놓은 숙박시설, 방화문을 훼손한 문화집회 시설과 스포츠 센터도 적발됐다. 도민들이 많이 찾는 다중이용시설에서 여전히 많은 불량시설이 적발된 것이다.

이에 앞서 경기도 소방재난본부 특별사법경찰도 4월 26일부터 이달 2일까지 도내 주상복합과 아파트, 물류창고 등 718개소를 대상으로 2분기 소방시설 기획 수사를 실시했다. 그 결과 118개소(16.4%)가 불량 판정을 받았다.

수원의 어느 아파트는 가스계 소화설비의 안전핀을 차단해 소방시설이 작동하지 않도록 했다. 또 다른 아파트 역시 화재수신기(비상방송장치)를 정지시켰다. 오산의 한 주상복합 건물은 스프링클러펌프를, 의왕의 한 물류센터는 소방펌프를 작동하는 동력제어반을 수동으로 임의 조작하고 있었다. 양평의 한 아파트에선 아예 소화펌프 밸브를 폐쇄했다.

도 소방재난본부장의 말처럼 소방시설을 차단하는 행위는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것과 다름없다. 한숨이 나온다. 이처럼 화재에 무감각할 수 있을까. 도대체 얼마나 더 큰 사고가 일어나야지만, 얼마나 더 많은 인명·재산 피해가 발생해야지만 정신을 차릴 것인가?

현행 소방시설법은 소방시설 폐쇄 및 차단행위 위반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며, 소방펌프 동력제어반, 수신기 임의조작 위반은 200만원 이하 과태료, 피난시설‧방화시설 용도장애 등 위반은 300만원 이하 과태료를 부과토록 돼 있다. 따라서 국민 생명을 위협하는 불법행위에 대한 처벌이 너무 약하다는 지적이 있다. 보다 강력한 처벌과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주장에 적극 동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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