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인생 선배 중에 이어령 박사가 계십니다.
그 어른이 한 말 중에 내가 특별히 좋아하는 말이 있습니다.
이 박사께서 우리나라 교육의 병폐를 지적하면서 시험 성적으로 줄 세우기하는 점을 지탄했습니다.
160명을 성적순으로 줄 세우면 1등에서 160등까지 등수별로 나오고 그런 교육에서는 창의력과 독창성이 나올 수 없다는 것입니다.
이어령 박사는 160명을 한 줄로 줄 세워 달리기하면 1등에서 160등까지 나오게 되는데, 그렇게 하지 말고 160명이 각자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달리게 하여야 하며 그렇게 하면 1등이 160명이 나오게 된다는지론을 펼칩니다.
얼마나 선명하고 탁월한 관점인가요.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 자원이 없는 국가입니다.
이런 나라가 선진국으로 발돋움하여 세계사의 선두 그룹에 서려면 한 사람 한 사람의 창의력과 독창성을 존중하고 길러주고 이끌어 주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나는 나의 고등학생 시절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범생으로 지나서가 아닙니다. 고등학생 시절에 가출하여 1년하고도 여섯 달을 무전 여행하다 돌아왔습니다.
그 1년 6개월 동안에 교실에서는 배울 수 없는 것들을 배웠습니다.
그리고 배짱을 길렀습니다. 그것은 다른 배짱이 아닙니다. 내 인생 내가 산다는 배짱입니다.
한 번 사는 내 삶을 다른 사람들의 눈치 보며 비위 맞추며 살지 말고 내가 좋아하는 일을, 내가 선택하는 방식대로, 신바람 나게 산다는 배짱 말입니다.
그렇게 살아왔기에 79세 된 지금에 나 자신이 자랑스럽고 신명나고 보람됩니다.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요. 일 년 반을 대한민국이 좁다하고 돌아다니다 귀향하니 나의 동창들은 이미 대학생들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기죽지 아니하고 이발관에 가서 머리를 율 브린너 스타일로 싹 밀고 중학교 2학년 교과서부터 공부하기 시작하였습니다. 기초가 워낙 부실하였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공부하기 시작하여 지방 대학의 철학과에 입학, 철학적 사고의 훈련을 받았습니다.
철학 공부하며 회의와 방황으로 헤매다 예수님을 만나 신학을 하고 목사가 되었습니다.
목사직은 나에게 100%로 맞는 업(業)입니다. 나는 목사직을 즐깁니다. 나에게는 최상의 직업이라는 자부심도 있고 그래서 감사합니다.
목사직은 하기 나름에 따라서는 독창성과 창의력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직입니다.
앞서 말했듯 우리나라는 좁은 국토에 자원이 없는 나라입니다.
좁은 국토마저 산이 거의 70%에 이르기에 쓸모있는 땅이 적습니다.
그러니 나라 발전의 유일한 출구가 사람일 수밖에 없습니다.
국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창의력과 독창성을 지니고 미래를 향하여 전진하여야 국운(國運)이 열립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각자의 창의력을 발휘하려 노력하기보다는 다른 사람이 닦아놓은 것들을 모방하기에 더 익숙해져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국운이 열리지 못하는 이유도 이 때문 아닌가 생각합니다.
차제에 창의력고 모방을 비교한 십계명을 적어 봅니다.
1) 모방은 남의 그림자를 똑같이 따라하려는 것과 같고 창의는 거울 앞에서 마음 놓고 온갖 동작을 표현하는 것과 같다. 어느 쪽이 더 쉽겠는가?
2) 모방은 시작할 땐 쉽지만 갈수록 더 어려워지나 창의는 시작할 때는 어렵지만 뒤로 갈수록 쉬워진다.
3) 모방은 갈수록 주위 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으나 창의는 반복할수록 존경을 받게 된다.
4) 모방은 큰 돈으로 시작해야 하지만 창의는 자본 없이 시작할 수 있다.
5) 모방은 갈수록 로열티 지출이 늘어나지만 창의는 갈수록 로열티 수입이 늘어난다.
6) 모방은 하는 사람이 많아 경쟁이 치열해지지만 창의는 하는 경쟁자가 없기에 하는 일마다 일등이다.
7) 모방은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사정해야 하는 경우가 많지만 창의는 하면 할수록 사람들이 찾아와 사정한다.
8) 모방하는 사람들은 언론사를 찾아가 광고비를 내야 홍보물이 게재된다. 그러나 창의력이 있는 사람들은 돈을 내지 않아도 언론에서 찾아와 크게 보도해준다.
9) 모방은 게으른 사람들의 체면을 유지해 주는 제도지만 창의는 부지런한 사람들이 보람을 느끼게 해주는 보약이다.
10) 모방은 큰 노력을 들여도 망하는 길로 가지만 창의력 있는 사람들은 한 가지만 잘 되어도 성공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