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개념의 창시자 조지 레이코프 미국 버클리대 교수는 2004년 ‘코끼리는 생각하지 마’라는 책을 펴냈다.

내용의 핵심은 “코끼리를 생각하지 마”라고 말하는 순간부터 ‘코끼리’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레이코프 교수는 이 책을 펴내면서 인간을 프레임 안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존재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런 프레임은 언어에 의해 강화되거나 약화될 수 있고, 또 반복적인 단어의 활용을 통해 형성되고 변화한다고 주장했다.

사실 조지 레이코프 교수는 미국의 공화당 추종자였다.

코끼리도 공화당의 상징 동물이어서 이 같은 레이코프교수의 정의는 프레임의 대표적 사례로 꼽히기도 한다.

‘코끼리 얘기’ 이전에도 유명한 사례가 있다.

워터게이트사건에 연루됐던 미국 닉슨 전 대통령 얘기다.

닉슨 대통령은 1972년 워터게이트 사건이 일어나자 기자회견을 한다.

거센 사임 압력을 받은 후였다. TV에 출연한 그가 이렇게 말했다.

"나는 시기꾼이 아닙니다."

워터게이트 스캔들로부터 스스로를 변호하기 위해 한 말이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이 말은 국민들이 그를 사기꾼으로 생각하게 만들었다.

어떤 사실을 부정할수록 듣는 사람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준다는 ‘프레임’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금도 곧잘 인용된다. 

그렇다면 정치권에서 유난히 ‘프레임’ 이 횡행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최종 목표인 선거의 승리를 위해서가 아닐까 유추해 본다.

사실 정치에서 프레임이 무서운 이유는 개인에게는 한번 형성되면 쉽게 바뀌지 않고, 사회에서는 주도권을 획득한 프레임은 확대 재생산되며, 반대 논리조차 주류 프레임을 강화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첨예한 이슈에 대해 상대방의 프레임에 한번 잘못 걸리면 헤어나기가 쉽지 않은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대표적인게 ‘친일파’ 프레임이다. 만약 공인이 친일파로 낙인찍힌다면 일종의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이러다 보니 지금도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도 자주 활용된다. 

‘태극기 반공’. ‘종북’도 마찬가지다. 정치권에선 이러한 프레임을 선거의 3대 프레임이라 부른다.

‘누가 뭐래도 나는 아니야’ 하며 가만있자니 인정하는 꼴이 되고 반격하자니 논쟁에 말려들 게 뻔한 상황이 연출돼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프레임 공격.

우리 정치사에 이러한 상대 프레임에 걸려 선거를 망친 정치인은 부지기수다.

대선 총선 지방선거 가릴 것 없이 많다.

그러다보니 ‘프레임 전략을 잘 세우는 쪽이 이긴다’ ‘프레임 전쟁에서는 상대방의 질문에 대답하기 시작하면 진 것이나 다름없다’는 명언(?)도 등장한지 오래다.

대선을 7개월이나 앞둔 현재 정치권이 여.야 할 것 없이 후보자간 아니면 말고식 ‘프레임 전쟁’이 한창이다.

이를 보는 국민들은 ‘혼돈의 시대’ 그 자체다.

어느 것이 진실이고 어느 것이 거짓인지 판단하기도 버겁다.

프레임도 중요하지만 진실이 결국은 국민의 마음을 얻는 것인데 프레임에만 옭아매려는 여야의 손짓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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