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일 폭염이 몰아치고 있다. 엄동설한 추위도 그렇지만 무더운 여름철은 ‘없는 사람들’에게 극한의 고통을 준다. 특히 냉·난방이 어려워 더위에 노출돼있는 이른바 ‘쪽방촌’ 거주자들에게는 가장 힘든 시기다. 쪽방은 폭염 뿐 아니라 비와 태풍에도 취약한 환경이다. 몸이라도 건강하면 그나마 버틸 수 있다고 하지만 쪽방촌 거주자들은 노령층이거나 극빈층이어서 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

남수동 쪽방촌의 경우 다닥다닥 붙은 방 하나가 3평(약 9㎡) 정도라고 하는데 이런 방 8개에서 사람들이 살고 있다. 공간이 비좁아 실내 온도가 높은데다 냄새가 심하고 벌레가 들끓는다. 화장실은 공동으로 사용한다. 슬레이트로 된 지붕은 비가 새 천막으로 덮어놓았다. 행궁동 내의 남수동, 구천동, 팔달로3가 세 곳에 이런 쪽방촌이 있다.

평동에도 쪽방촌이 있다. 비좁은 25개의 방이 있고 공동화장실이 있는 이곳 주민들도 찜통더위와 힘겨운 전쟁을 벌이고 있다. 서둔동과 세류동에도 쪽방촌이 있다고 한다. 수원시에는 500여개소 가까운 무더위 쉼터가 있지만 코로나19 감염 예방을 위해 문을 닫았다. 쪽방촌에도 지난 2019년 무더위쉼터가 지정됐지만 일시적으로 폐쇄된 상태여서 올 여름은 더욱 힘들다.

이에 수원시는 쪽방촌 같은 ‘비주택’ 거주 주거취약계층을 대상으로 주거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시는 최근에도 쪽방촌을 찾아가 ‘주거취약계층 주거지원사업’을 안내했으며 현장에서 사업신청을 받기도 했다. 수원시는 국토교통부 주관 ‘2021년 주거취약계층 주거상향 지원사업’ 공모에서 선도 지자체로 선정됐다. 쪽방·고시원과 같은 ‘비주택’에 거주하는 시민이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비주택 거주자가 공공임대주택으로 거주지를 옮길 수 있도록 통합적으로 지원하고, 이주 후에는 자립과 정착을 돕는다는 것이다. 쪽방·고시원 등 ‘비주택’에서 3개월 이상 거주한 사람 중 ▲전년도 도시근로자 월평균 소득의 50% 이하 ▲총자산 2억1500만원 이하 ▲자동차 가격 3496만 원 이하인 무주택자가 대상이다. 지난 6월까지 33가구를 공공임대주택에 입주시켰다. 지난해에도 64가구가 혜택을 받았다. 시는 보증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시민들을 위해 보증금, 생활 집기·이사비용, 입주 청소·소규모 수선 비용, 정착 물품도 지원한다.

가난한 시민들을 찾아가서 안내하고 상담하는 수원시 공직자들의 적극적인 모습이 보기 좋다. 과로와 스트레스로 지친 복지공무원들의 수고를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좀 더 힘을 내 어려운 이웃들이 이 여름을 잘 지내도록 돌봐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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