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락당(獨樂堂) 대월루(對月樓)는
벼랑꼭대기에 있지만
옛부터 그리로 오르는 길이 없다.
누굴까, 저 까마득한 벼랑 위에 은거하며
내려오는 길을 부셔버린 이. 
(조정권, 「獨樂堂」 전문)


다시 홀로다. 스스로를 격리하듯 따로따로 띄어 살기다. 계속된 거리 두기에 세상의 거리들도 버석해진 지 오래. 그동안 싫어도 좋아도 습관처럼 만나고 유지해온 관계 또한 많이 덜어졌다. 

코로나19가 세긴 참 세다. 특히 새로운 변이와 확산에는 신통한 수가 아직 없나 보다. 방역 단계만 풀고 죄기를 반복하는 판이니 다들 지쳤다. 잡을 만하면 백신까지 돌파하는 변이바이러스에 다시 ‘마스크가 답’이라니 말이다. 언제나 마스크 없이 만나서 웃고 떠들 수 있을지 가마득하다.  

獨樂, 시처럼 혼자의 즐거움을 더 찾아야 하나. 사실 독락이란 예부터 드높은 꿈의 경지였다. 세상사 시끄러울 때 ‘치워라!’ 하듯, 자락(自樂)의 고처가 독락당이다. 자기만의 정신적 거처로 깊이 들어가서 한 세계를 열려는 고수의 경지 같은 것이다. 아니면 세상만사 내려놓고 마치 다른 세상에 살기라도 하는 양 무욕으로 혼자 높이 깊이 노니는 것이다. 

그런 독락은 아무나 가능한 게 아니다. 하지만 지금은 혼자 놀기가 필요하다. “내려오는 길을 부셔버린 이”처럼은 어림없어도 세속의 혼자 노닐 거리를 궁리해야 산다. 다행히 독거를 뭐 취급하던 세상에서 요즘은 홀로 놀기 살기를 개발했다. 이른바 혼밥부터 혼영, 혼술, 혼행 등등 혼자 즐김도 눈뜨면 늘어 있다. 1인 가구 급증에 따른 가전, 먹거리 같은 삶의 스타일 자체가 달라지고 있다.

그럼에도 그 어딘가에 그을음처럼 낀 외로움을 다 털어내진 못한다. 오랜 동안 사람과 더불어 웃고 울며 이어온 게 사람살이라니 그럴 수밖에 없다. 그러니 격리 같은 엄중한 시기임에도 사람의 체온 나누는 만남을 찾고 더러는 낮술도 즐기는 것이겠다. 아무나 독락당 짓고 홀로라서 더 높은 자락의 세계에서 득의와 낙락을 즐길 수는 없으니 말이다.

어느새 말복이 지나고 바람 촉감도 달라졌다. 곧 가을이 오리니 설레다, 코로나와의 전쟁 중이라는 사실에 축 처진다. 하지만 인류가 수많은 질병과 싸우며 오늘에 이른 힘을 모으면 코로나도 곧 물리칠 것이다. 그럴 동안은 홀로 즐거움을 더 발명하며 격리 같은 거리를 견뎌야 한다. 부디 어떤 변이에도 지지 않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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