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화두지만, 지방자치단체장은 지역사정에 밝고 정무감각보다는 행정 감각이 우수한 행정 유경험자이어야 한다는 것이 보편적 개념이다.

거기에 민주주의의 뿌리를 키울 소양이 있고, 지역의 특성을 극대화해 지역적 특색을 명품화하는 마케팅전문가라면 더 없이 금상첨화라 평한다.

그러나 어디 이 같은 ‘소신의 군자’를 찾기가 쉬운 일인가.  

전국적으로 민선 4기 지자체장 중 법적 송사에 휘말린 단체장이 절반가량이라는 부끄러운 통계가 존재하는 것을 보면 더욱 그렇다.
 
특히 비록 일부이기는 하지만 전혀 '깜'이 안 되면서도 지·학연을 동원, 패거리식으로 표를 몰아 당선된 후 인·허가권을 고리로 사적 이익을 취하고 2선 3선 연임을 욕심내는, 그야말로 주민을 위한 단체장이 아닌 ‘선거꾼’도 부지기수로 봐왔다.

따라서 하루가 다르게 변하는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 중 하나가 '지방자치'라는 자조섞인 이야기가 나온 지도 오래됐다. 

그러다보니 지방자치가 부활한지 27년이라는 짧지 않은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우리는 중앙집권적 사고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국회의원, 장.차관 등과 관련된 사안에 대해 열을 올리는 사람들도 정작 자신들이 속한 지역의 단체장이나 지역의원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 

오죽했으면 선거 때마다 지방선거에 지방이 사라졌다는 소리가 나오겠는가.

지역 문제를 조금만 들여다 본 사람이라면 지방의 문제가 중앙보다 훨씬 심각하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도 말이다. 

주민들의 이러한 무관심에 편승, 나타나는 부작용은 하나 둘이 아니다.

먼저 준비 안 된 인물들이 자치단체장과 의원으로 자리 잡고 정당의 보호막 아래서 정치를 하는 악순환을 만들고 있는 것이 대표적이다. 

사람보다 정당을 보고 찍는 우리나라 선거행태의 산물이라 아니 할 수 없다.

주민의 견제를 받지 않는 자치단체장은 독선적 행정을 추진하기 마련이다. 

또한 인사권 독점을 무기로 자기 사람을 요직에 발탁하고 자신의 자리를 지키는데도 활용한다. 거기에 예산편성권까지 거의 독점 하다시피 한다. 

물론 지방의회가 견제한다고는 하나 일부 단체장과 같은 정당의 의원들이 다수인 지자체에서는 서로 ‘윈 윈’하는 나눠먹기식 폐해도 종종 발생한다. 

선거철만 되면 시민 사회단체에서 “해묵은 지방정부의 적폐를 해소하는 데는 새로운 인물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이는 이유이기도 하다. 

사실 지금까지 경험한 바로 비춰 볼 때 지방정부의 적폐가 쌓인 데는 지역민의 무관심과 함께 선거에서 정당이 새로운 인물을 수혈하는데 실패한 책임도 크다. 

자방자치에 대한 유권자의 냉소가 만연돼 있는데도 아이러니하게도 후보는 선거 때마다 넘쳐난다.

정당 공천을 위한 후보자간 견제와 충돌도 점점 심해지고 있다. 공천이 곧 당선이라는 상황에서는 더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최근 수원시 제2부시장이 새로 임명됐다. 제2부시장은 알려진 바와 같이  정무직 성격이 짙은 자리다.

정무직은 정치적인 직종에 속하는 공무원을 말한다. 다시 말해 특수경력직 공무원에 속하지만 원칙적으로 국가공무원법과 지방공무원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다.

그리고 단체장 즉 임면권자의 의중이 작용하지 않으면 선택받기 힘든 자리다.

물론 ‘공모’라는 공식의 절차를 거쳤지만 제2 부시장은 단독후보로 등록했던 것으로 알려져 선임에 따른 이면 이야기가 호사가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내용은 염태영 수원시장과의 ‘35년 환경 및 시민운동 인연’이 핵심이다. 그리고 수원지역 정가에 적지 않은 관심을 불러왔다. 

임명된 제2부시장이 그동안 차기 수원시장 출마 후보군에 속해 있으면서 하마평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다. 이와 맞물려 내년 지방선거에 수원시장 출마를 꿈꾸는 여야의 많은 예비 후보자들도 촉각을 곤두세우는 모습을 보였다.

덩달아 여당소속 수원시장 출마 예비주자들의 보폭도 넓어졌다. 공천을 향한 때 아닌 물밑 경쟁도 한창이다. 최근 유력주자로 거론됐던 행정안전부 차관출신 인사가 퇴임을 하고 본격 행보에 나서 더욱 그렇다.

대선 후보들의 이슈가 연일 언론을 장식하는 상황 속에서 차기 수원시장에 대한 신경전이 펼쳐지고 있는 작금의 수원정가. 

그들만의 리그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시각은 과연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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