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도시철도 노선도.
동탄도시철도 노선도.

60줄 중반인 나, 한 살 아래인 ‘가영이 아범’, 내년에 환갑인 ‘지연이 아범’, 아직은 50대라며 자신만만한 막내 ‘수연이 아범’... 우리 4형제들은 한 달에 한번씩 만난다.

‘4형제’라고 했지만 엄밀하게 따지자면 한명은 핏줄이 얽히지 않았다. 화성시 고위 공무원 출신인 ‘가영이 아범’은 내 바로 아래 누이동생의 남편이다. 하지만 친 형제들보다 더 살갑다.

우리 형제들은 먼저 술 한 잔 하자는 연락을 매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다. 마음은 따듯하지만 마음을 건네는 데 익숙하지 않다.

‘술푸대’였던 아버지에게 질려 형제끼리의 술자리를 꺼렸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가영이 아범은 다르다. 항상 먼저 술자리를 제안한다. 우리 아버지도 사위인 그를 매우 좋아했다. 아버지의 술버릇을 아는 우리들은 아버지가 술병을 들면 눈살부터 찌푸렸지만 그는 장인과 잘 어울렸다.

그래서 아버지는 생전에 가영이 아범을 기다렸다. 아마 지금도 이천국립묘지에서 가영이 아범이 따라주는 술 한 잔을 간절하게 기다리고 계실 것이다.

그의 고향은 안성인데 가끔 고향집에 오가며 누이와 그곳에 들르는 것 같다. 미안한 것은 현직에 있을 때 그의 제안에 거의 응하지 못했던 것이다. 꼭 약속이 겹쳐 있는 날, 아니면 전날 광음(사실은 ‘과음’이라고 입력하려고 했는데 ‘狂飮’이 돼 버렸네...)의 후유증으로 방바닥을 긁고 있을 때만 연락이 왔다. 그래서 은퇴 후에는 속죄하는 마음으로 부를 때마다 만사 제치고 달려간다.

그도 나이가 들어 몇 년 전 직장에서 은퇴했다. 현재 사는 곳은 화성시 2동탄 신도시다. 아직까지는 아무래도 대중교통이 불편하다.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나오면 좋겠지만 술자리가 끝난 뒤가 걱정이라서 시내버스를 이용한다. 시내버스는 망포역에서 탈 수 있다.

용인에 사는 지연이 아범도 전철을 타면 쉽게 올 수 있고 나도 대중교통으로 편하게 접근할 수 있으므로 우리 4형제가 만날 수 있는 최적의 조건을 갖춘 곳이 망포역이다. 최근 4~5년 동안 한 달에 한번 주로 토요일 오후에 만난다.

따라서 망포역 근처 음식점이나 술집은 거의 모두 눈에 익었다.

얼마 전 본보에 좋은 소식이 실렸다. 동탄도시철도(트램)가 수원 망포역까지, 동탄 2신도시에서 병점역까지 연장될 전망이라는 것이다. 경기도가 수립한 '도시철도망구축계획 변경안'에 동탄도시철도 망포역 연장이 포함됐다고 한다.

제일 기쁜 것은 이제 망포역 뿐 아니라 트램이 연결되는 동탄이나, 오산, 병점에서도 편하게 만날 수 있다는 것이다. 음식선택 범위도 넓어지고 새로운 맛집을 개척하는 재미도 느낄 수 있다.

총 9773억원이 투입되는 이 사업은 오는 2024년 하반기에 착공, 2027년 개통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니까 6년 후라는 얘긴데 에이 씨, 그때는 70이 넘은 나이다. 칠순 지나서도 형제들과 트램 타고 수원 화성 오산, 이곳저곳 맛집을 돌아다니려면 건강관리 잘 해야겠지?

어쨌거나 동탄역을 중심으로 오산과 수원을 한 번에 연결하는 핵심 교통망을 조성함으로써 경기 서남부권에 활기가 돌 것이 분명하다. 수원과 화성, 오산 이른바 ‘산수화’ 간의 거리도 그만큼 가까워질 터이다. / 김우영 논설위원 ·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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