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8년 수원시 권선구 한 중학교 급식실에서 10년 이상 일하다 폐암에 걸려 투병생활을 하던 조리실무사가 사망했다. 같은 곳에서 일하던 조리노동자도 뇌출혈로 쓰러졌다. 근로복지공단은 올해 2월 이들에 대한 산업재해를 인정했다. 3월에는 안양시의 초등학교 급식실에서 청소작업을 하던 중 락스 중독으로 쓰러진 조리실무사의 천식·결막염도 산재로 인정했다.

학교 급식실에서 일하던 노동자들이 폐암에 걸리거나 숨지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조리 과정에서 발암성 물질을 장기간 흡입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YTN은 최근 급식실 노동자들의 열악하고 위험한 근무환경을 보도했다. 노동자들은 조리실 내부의 환기 설비가 미미해 항상 매캐한 연기로 가득했지만 얇은 마스크 한 장만 쓴 채 하루 평균 8시간 이상 일했다고 밝혔다. 펄펄 기름이 끓는 튀김 솥 바로 위에 환풍기가 있어야 하지만 한참 떨어진 벽 쪽에 설치돼있고 청소할 때는 독한 세정제 증기를 들이마셔야 한다고 했다.

급식실 노동자들이 아이들에게 건강한 친환경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땀을 흘리지만 정작 급식실 노동자들은 폐암과 백혈병 등 각종 질병에 시달리고 있거나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다.

지난 4월 27일 경기도교육청 앞에서 전국교육공무직본부 경기지부 주최 ‘경기도내 학교급식실 집단 산업재해 고발 기자회견’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광명시 한 중학교의 급식실 노동자는 “튀김·볶음 조리 때는 3시간 가까이 가스·연기·열기·수증기·기름 냄새를 다 마시고 조리 후에는 대형 부침기와 볶음 솥이 식기 전에 화학약품을 발라가며 세척하면 머리가 어지러웠으며 속이 메스꺼웠다”고 증언하기도 했다. 이로 인해 작업 도중 쓰러지는 경우도 발생한다니 얼마나 열악한 노동환경인지 짐작할 수 있다.

지난 2019년 산업안전보건연구원은 ‘조리 시 발생하는 공기 중 유해물질과 호흡기 건강영향–학교급식 종사자를 중심으로’라는 연구보고서를 발행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고온의 튀김·볶음·구이요리 조리 시 발생하는 조리흄(Cooking Fumes)엔 미세먼지와 1급 발암물질인 벤젠·포름알데히드 등의 휘발성 유기화합물이 섞여 있다고 한다. 따라서 국제암기구는 인간의 발암 발생 가능물질로 분류하고 있다.

아이들의 건강을 위해 음식을 조리하는 급식실 노동자들이 건강해야 양질의 음식을 제공할 수 있다. 지금이라도 학교 급식실 유해요인 전면조사가 실시돼야 하고 노동환경이 개선돼야 한다. 아울러 전체 급식조리노동자를 대상으로 하는 특수건강검진도 실시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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