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나라에 상륙한 첫 태풍 '오마이스'는 비교적 작은 규모로 빠르게 우리나라를 지나갔지만 도시침수와 도로유실, 이재민 발생 등의 피해가 잇따랐다.

앞으로 몇 개의 태풍이 우리나라에 영향을 미칠지 모르겠지만 같은 피해가 반복될까 걱정이 된다. 

그런데 도시의 침수는 태풍뿐만 아니라 일시적인 집중호우에도 어김없이 발생하고 있다. 

이렇게 비만 내리면 반복되는 도시침수는 언뜻 보면 집중호우에 따른 천재지변 때문으로 보이지만, 사실은 도시의 불투수면적이 증가하기 때문이다. 

도시가 개발되면서 아스팔트와 콘크리트 구조물이 차지하는 면적이 넓어져 빗물이 땅속으로 침투하지 못하는 불투수면적이 증가하고 있다. 이로 인해 땅속으로 스며드는 빗물은 줄어들고, 지표면을 흘러 우수관으로 유입되는 빗물은 늘어나기 때문에 우수관의 처리능력을 초과하는 강우가 쏟아지면 도시는 결국 침수되고 만다. 

그리고 도시개발이 늘어나면 불투수면적도 늘어나게 되고, 따라서 이전과 같은 양의 비가 내리더라도 땅으로 스며들지 못한 물의 양은 늘어나게 된다. 그래서 이전보다 자주 도시침수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8월18일 집중호우로 강릉시 솔올지역의 도로가 침수됐는데, 원인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 때 상류지역에 건설된 대단위 아파트 단지의 콘크리트와 아스팔트 도로를 따라 유입된 빗물 때문이라고 한다. 아파트 건설로 인한 불투수면적이 증가하기 전에는 비가 오더라도 침수피해가 발생하지 않았다고 한다. 

불투수면적의 증가는 비단 도시침수만 초래하는 것이 아니다. 빗물이 땅속으로 들어가지 못해서 지하수가 부족하게 되고, 그래서 지하수가 있어야 할 자리에 싱크홀이 생기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도시가 머금고 있는 물이 줄어들어 증발산에 의한 온도조절을 하지 못해 열섬현상이 더욱 심해지는 등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한다.

이렇게 불투수면적의 증가로 야기되는 다양한 문제에 대한 해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불투수면적을 줄여 유출되는 빗물을 줄이고 땅속으로 스며드는 빗물을 늘리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지금껏 불투수면적을 줄이는 대신에 수천억 원의 예산이 들어가는 ‘대심도 빗물터널’을 비롯한 우수관로 확관 등 대규모 토목공사에만 몰두하고 있다. 

이런 식으로 빗물을 땅으로 흡수시키는 원인요법을 외면한 채 도로 위의 빗물을 빠르게 흘려버리려는 대증요법으로는 도시침수를 비롯한 다양한 환경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외국에서는 도시침수 방지를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불투수면적을 줄이는 노력을 하고 있다.

콘크리트나 시멘트 같은 불투수포장을 투수포장으로 바꾸거나 불투수면적에 비례하는 양의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을 갖추도록 하고 있다. 또한 불투수면적에 비례해서 하수요금을 부과하는 곳도 있다. 

다행스럽게 우리나라도 2018년에 ‘건전한 물순환체계 구축’을 목적으로 하는 「물관리기본법」이 제정됐다. 법적 토대는 마련됐으니 이제 우리가 할 일은 법제정 취지에 맞게 불투수면적을 투수성능이 높은 투수포장으로 바꿔서 빗물의 유출량을 줄이고 투수량을 늘이는 노력을 해야 한다. 그리고 옥상 녹지정원, 잔디블록, 벽면녹화 등을 통해 도시가 빗물을 더 많이 머금고 증발산 시켜서 빗물유출이 감소되는 물순환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많은 대안들이 제시되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물순환을 제안하고 있다. 불투수면적을 줄이는 도시물순환 회복을 통해 도시침수를 비롯한 다양한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기후위기에도 적극 대응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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