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에서 가을로 바뀌는 시간의 변화를 바라보고 있노라면 유난히 후회 섞인 과거가 많이 생각 난다.

그래서  흔히들 9월을 삶에 대한 성찰의 계절이라 말하는 걸까?

이 시기만 되면 많은 사람들이 애창하는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이라는 시가 있다.

작가는 미상이지만 행간(行間)에 함축된 지나온 삶에 대한 성찰이 묻어나 읽을 때마다 울림을 준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사람들을 사랑하겠습니다.”(중략)

서쪽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시원하고 나무사이 쓰르라미와 섬돌 밑 귀뚜라미의 울음소리가 더 정겹게 들리는 것을 보니 가까운 발치에 가을이 왔음도 실감케 한다.

덩달아 가을의 초입인 9월이 낭만과 설렘, 추억만 주는 것이 아니라 뭔가 준비해야 하는 계절임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이런 마음을 시인 문병란은 ‘9월의 시’에서 이렇게 노래했다.

"해변에선 벌써/이별이 시작된다 /나무들은 모두/무성한 여름을 벗고/제자리에 돌아와/호올로 선다/누군가 먼길 떠나는 준비를 하는/저녁(중략), 플라타너스 넓은 잎들은/무성했던 여름 허영의 옷을 벗는다/후회는 이미 늦어버린 시간/먼 항구에선/벌써 이별이 시작되고/준비되지 않은 마음/눈물에 젖는다."

시에서 읊조린 것처럼 지금까지 모두 허영이었다면 이젠 겉치레의 옷을 벗어 버리고 원래의 모습으로 돌아가야 하는 게 9월인지도 모른다.
 
세월이 흐르듯 흐르는  강물을 보며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의미를 이야기한 안도현 시인의 ‘9월이 오면’을  읽으면 더욱 그렇다.

"그대/구월이 오면/구월의 강가에 나가/강물이 여물어 가는/소리를 듣는 지요
뒤따르는 강물이/앞서가는 강물에게/가만히 등을 토닥이며/밀어주면/앞서가는 강물이/알았다는 듯/ 한 번 더 몸을 뒤척이며/물결로 출렁/걸음을 옮기는 것을(중략)

그대/사랑이란/어찌 우리 둘만의/사랑이겠는지요
그대가 바라보는 강물이/구월 들판을/금빛으로 만들고 가듯이/사람이 사는 마을에서/사람과 더불어 몸을 부비며
우리도/모르는 남에게 남겨줄/ 그 무엇이/되어야 하는 것을

구월이 오면/구월의 강가에 나가/우리가 따뜻한 피로 흐르는/강물이 되어/세상을 적셔야 하는 것을."

시간이 흐르는 것은 미래로 가는 것이다. 아찌보면 1년중 9월은 그 길목이다. 모든게 어려운 시기 9월부터 갖게 되는 여러 희망과 기대가 현실이 됐으면 좋겠다. 모든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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