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사는 사회는 나름의 질서가 있다.

법으로 규제 하지 않아도 정도(正道)를 지키려는 노력이 사라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느 분야를 들여다봐도 원칙과 정도를 쫓고, 순리를 따르는 곳이 많다.

‘살맛나는 세상’이라는 훈훈함이 자주 전해지는 것도 다름 아닌 이 같은 ‘정도’가 살아있어서다.

하지만 유독 정치판만 보면 ‘아니올시다’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아시타비(我是他非)를 내세우며 ‘원칙과 정도(正道)’는 무시되고 ‘편법과 사도(邪道)’가 난무하는, 그야말로 질서보다 무질서가 더욱 판을 쳐 그렇다.

물론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원칙과 정도를 쫓지 않고, 순리를 따르지 않는다는 국민적 질책도 선거 때마다 받았다. 그런데도 여전히 나아지지 않았다. 

대선 주자간 경선을 치루거나 앞둔 작금의 정치판을 보면 오히려 더하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당리당략에 따라 서로 물고 뜯는가 하면 국회의원들마저 줄서기를 하다못해 사분오열로 갈라져 주군(?)을 위한 충성 경쟁이 한창이다.

작금의 정치판을 놓고 ‘난장판’ ‘아사리판’이라 말하는 국민적 여론과도 무관치 않다.

충북대 조항범 교수가 지은 ‘정말 궁금한 우리말 100가지’에서 발췌 해보면, ‘난장판’은 ‘과거장(科擧場)에 모여든 선비들이 무질서하게 들끓고 떠들어대던 현장’을 가리킨다.

다시 말해 여러 사람이 떠들거나 뒤엉켜 뒤죽박죽이 된 곳을 뜻한다.

옛날에는 관리로 등용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과거를 거쳐야 했다.

그래서 과거를 볼 때가 되면 오로지 급제를 위해 수년 동안 공부를 한 양반집 자제들이 전국 각지에서 시험장으로 몰려들었다.‘아사리판’은 또 어떤가.

이렇듯 수많은 선비들이 모여들어 질서없이 들끓고 떠들어대던 과거마당을 '난장'이라고 했다는데 어쩌면 지금의 정치와 이렇듯 비슷한 형국인지 놀랄 따름이다.

'아사리판'은 또 어떤가.

불가에서는 빼앗을 사람과 빼앗길 사람이 한데 어울려 무법천지가 된 상태를 ‘아사리판’이라 한다.

그런가 하면  ‘덕망 높은 스님들이 함께 모이는 장소’로도 해석한다.

‘아사리’를 ‘제자를 가르치고 제자의 행위를 지도하여 그 모범이 될 수 있는 중’으로 보기 때문이다.

덕망 높은 ‘아사리’들은 중요한 일이 있을 때마다 모여서 함께 의견을 개진한다.

지식과 경험이 풍부한 ‘아사리’들이 함께 모여 각자 이야기를 하다 보면 의견이 많아지고 또 다양해진다.

물론 서로 다른 의견에 대해서는 격론을 벌이기도 하는데, 그러다 보면 ‘아사리’들이 모인 장소가 자칫 소란스럽고 무질서해 보일 수가 있다.

바로 이러한 점 때문에 ‘아사리판’이 ‘질서 없이 어지러운 현장’으로 굳어졌다는 것이다.

이 또한 현 대선정국 정치판과 어찌 이리 비슷한가?

 ‘두 판’이 난무하면 할수록 국민들의 혼돈(混沌)은 더욱 깊어질텐데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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