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달 24일 ‘아제’라고도 불리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2차 접종을 마쳤다. 1차 접종은 6월 8일이었으니 두 달하고도 보름이 지나서야 접종을 마치게 된 것이다.

접종완료 후 14일이 지났으니 지금부터는 접종 완료자 몇 명 만 더 끼면 오후 6시가 넘어도 6인까지 모일 수 있겠다. 세상 참.

접종을 한 곳은 장안문 로터리에 있는 유계희 신경외과라는 곳이었는데 살면서 그렇게 살갑고 친절한 의사는 처음 봤다.

원장인 듯한 의사는 1차 접종 후 증세가 어땠는가를 먼저 물었다. 아무렇지도 않았으며 혹시 몰라서 샀던 진통제에 손도 대지 않았다는 말에 “아이구 고마우셔라.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이번 접종 후에도 과격한 운동과 샤워, 음주를 삼가세요”라고 진정 섞인 염려를 해줬다.

그래, 이 병원이다. 병이 나서는 안되겠지만 이쪽 계통 문제가 생기면 무조건 이 병원에 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1차 접종 후 당일에는 뻐근하다거나 어지럽다거나 그런 증세가 없었다. 하루가 지나니 몸살 오기 직전처럼 졸렸고 입맛이 없었다. 내가 좋아하는 마파두부밥을 사먹고 한숨 푹 자고나니 거짓말처럼 멀쩡했다.

2차 접종 후 증세는 전혀 없었다. 그래도 이틀까지는 평소 하루에 두 번씩 했던 샤워도 참는 등 나름 조심했다. 3일 후엔 접종 전후 ‘6일씩이나’ 참았던 생맥주를 몇 잔 했지만.

안심이 된다. 변종 코로나로 인해 부스터샷이라고 불리는 3차 접종이 남아 있는지는 모르나 접종을 안 한 사람보다는 감염 확률이 대폭 낮아진 것이 사실이다.

어서 코로나19 사태가 끝나 평화로운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사진=김우영 필자)
어서 코로나19 사태가 끝나 평화로운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 (사진=김우영 필자)

코로나 19 장기화로 ‘코로나 블루’라는 새로운 말이 생겼다. ‘코로나19’와 ‘우울감(blue)’이 합쳐진 것이다. 우리말로는 ‘코로나 우울’이 되려나. 코로나19가 확산되면서 생긴 우울감이나 무기력증이다.

‘우울 위험군’ 비율이 가장 높은 층은 20~30대다.

이는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21년 2분기 코로나19 국민 정신건강 실태조사’에서 나타난 내용이다.

이에 수원시가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스트레스·우울을 느끼는 청년들을 위해 비대면 정신건강 서비스를 제공한다.

수원시행복정신건강복지센터가 오는 9~10월 수원지역 대학생 1300여 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 대학생 심리지원사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수원여자대학교와 동남보건대학교 재학생을 대상으로 온라인 정신건강 검진과 정신건강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심리상담 서비스를 지원한다.

상담 후 고위험군이라고 판단되면 적절한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관련 기관(병원)으로 연계할 예정이다. 청년들의 마음건강 회복을 지원할 수 있는 좋은 사업임에 틀림없다.

코로나19로 큰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들은 또 있다. 자영업자들이다. 특히 기존 거리 두기 단계가 연장되고 식당·카페 영업시간이 밤 9시까지로 한 시간 단축된 이후 자영업자들은 “사실상 가게 문을 닫으라는 것” “업주들만 옥죄는 방역정책”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휴업하거나 아예 폐업한 곳도 적지 않다. 내가 작업실로 쓰고 있는 행궁동 원룸 일대에도 ‘휴업’, 또는 폐업으로 인한 ‘임대’ 안내문이 붙어 있는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다.

가끔 다니는 식당 주인은 가게문을 닫고 싶어도 대출금을 상환해야 하기 때문에 폐업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한숨을 쉬고 있다.

나와 비슷한 나이라서 가끔씩 대포 한잔 나누는 사이였던 닭곰탕집 사장은 얼마 전 자신의 가게에서 변사체로 발견됐다는 안타까운 얘기도 들었다.

그가 자주 갔던 통닭집 사장에 따르면 그날 밤 혼자 가게에서 신세한탄을 하며 술을 마신 건 알고 있었는데 며칠 동안 소식이 없어 가보니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래, 오늘 밤엔 불 꺼진 그 친구 가게 앞에 향이라도 서너 줄 피워줘야겠구나. “옴 아모카 바이로차나...”

정부는 자영업자들의 반발을 감안해 오후 6시 이후에도 식당·카페에서 접종 완료자 4명을 포함해 최대 6명까지 모일 수 있도록 했다.

가만있어보자, 자주 만나는 술꾼들 중에 ㅇ형, ㄱ박사, ㅇ사장, ㅇ박사 등이 접종을 완료했으니, 아직 접종을 완료하지 못한 ㄱ이사, ㅈ시인, ㅎ아우 등은 안심하고 나오너라.

비록 10시까지 밖에 마시지 못하지만 그만하면 됐다. 건강, 술값, 아내 바가지 등등을 생각하면 나쁘게 생각할 일만은 아니다.

자영업자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백신을 맞아도 사람들이 계속 모이지 않게 조치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델타 변이, 람다 변이가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백신접종률 80%인 이스라엘에서도 변이바이러스 감염자가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어찌됐거나 장기화된 강력한 거리두기 조치 이후 자영업자·소상공인들의 피해와 시민들의 피로감이 극에 달했다.

접종 완료자에 대한 이런 인센티브가 시민들의 피로감이나 자영업자들의 피해 해소에 얼마나 큰 도움을 줄지는 모르지만 접종을 완료한 나에게 ‘최대 6명’은 나쁜 소식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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