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각은 시각이나 후각 못잖게 생존에 중요하다.

특히 소리를 듣는 것 외에 평형감각도 관장하고 있어서 더욱 그렇다.

그런가 하면 사람이 죽을 때 최후까지 버티며, 제일 늦게 기능을 상실하는 기관이 청각을 담당하는 귀 라는 얘기도 있다.

실제 의사들이 사망직전의 환자에게 계속 말을 걸어주는 것이 좋다고 충고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심지어 식물인간 판정을 받았던 환자가 2개월 만에 기적적으로 깨어났는데, 자신이 식물인간 상태였던 때 들었던 대화들을 정확히 기억한 사례도 있다고 하니 청각, 즉 귀의 중요성이 새삼 실감한다.
 
듣는 소리가 넘쳐나는 세상이다.

따라서 난청환자도 계속 늘고 있다. 이비인후과 전문의들은 85㏈(데시벨) 이상의 소음에 계속 노출되면 귀에 손상이 올 수 있다고 하는데 우리 주변엔 기준치를 넘기는 소음이 넘쳐난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난청 질환으로 진료받는 인원은 지난 2012년 27만7000명에서 2017년 34만9000명으로 연평균 4.8% 이상 증가하고 있다.

선천성 난청환자도 늘고 있다.  보건복지부 조사에선 국내 건강신생아 1000명당 4.6명이 중등도 이상 난청을 앓는 것으로 나타났다.

난청위험군 발생률은 100명당 2.9명에 이른다. 특히 스마트폰 사용 인구가 늘면서 ‘소음성 난청’을 호소하는 환자도 급증세다.

40∼50대들의 돌발성 난청도 늘고 있는데, 스트레스가 주요 원인이다. 국내 병·의원에서 난청 진료를 받은 환자는 2019년 기준 약 61만명이다. 10년 전에 비해 50%나 늘었다.

잘 듣지 못한다는 사실은 불행이다.

그 불행을 조금이나마 덜어보고자 정한 기념일이 오늘이다.

귀 건강과 관련된 교육과 홍보를 위해 1962년 '귀의 날'로 지정했으니 59회째다.

숫자 ‘구(9)’와 ‘귀’의 발음이 비슷하다고 하여 9월 9일을 귀의 날로 제정한 이후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귀 건강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계기를 제공했다.

뿐만 아니라 귀를 통해 소리를 듣는 기능에 이상이 생기면, 대화를 통한 소통이 어려워 타인과 단절된 삶을 살지도 모른다는 경각심도 높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체 결함적 난청이 아닌, 정신적 난청 환자들은 더욱 늘어난 형국이다.

특히 국민의 목소리를 전혀 듣지 못하는 정치적 난청 환자들의 득세로 세상이 어지럽다.

그러다보니 掩耳盜鈴(엄이도령)이 따로 없다.

귀를 막고 방울을 훔친다는 뜻으로, 모든 사람이 그 잘못을 다 알고 있는데 얕은 꾀를 써서 남을 속이려 하는 말만 난무한다.

‘귀의 날'. 자신들의 탐욕을 앞세워 청이불문(聽而不聞 : 듣고도 못 들은 체함)하는 정치적 난청 환자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국민들 사이에 진짜 난청환자가 더 늘어나지 않을까 걱정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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