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발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흙이 말랑말랑 가는 길을 잡아준다

말랑말랑한 힘
말랑말랑한 힘
-(함민복, 「뻘」 전문)

센 말, 센 사람들 세상이다. 세게 쳐야 말발이 선다는 것은 오래된 전설. 내용이 맞든 틀리든, 수위 높은 쪽이 낮은 쪽을 쉽게 밀어내는 판이다. 소소한 자리에서마저 강한 화법이 무른 어법을 누르고 주도권을 휘두르기 일쑤다.

센 표현은 강한 불길을 이룬다. 단독이니 특종의 문제도 우선 세게 터뜨리고 보자는 데서 나온다. 클릭 선동에 물리는 자극 좇기 독자 탓도 물론 있다. 틀린 것은 ‘바로잡습니다’로 열심히 확인해 바로잡아도 첫 보도의 재생산이 퍼진 후라 정정이 쉽지 않다. 최근의 ‘황제의전’ 같은 자충수도 자극적인 첫 사진만 떠돌 가능성이 크다. 믿고 싶은 것만 믿듯, 자신이 아는 게 세상의 전부인 양 강하게 밀어붙이는 주장이 오래 남는 것이다. 

이 시에서 짚는 “말랑말랑한 흙”처럼, 순하고 어진 것을 높이 치던 시절이 있었다. 그저 바닷물이 들어오면 받고 나가면 보내며 온 생명을 기르는 “뻘”의 오래된 마음처럼. 무릇 무르고 부드러운 성질은 어느 “발”이 들어도 “말랑말랑” 품는 힘을 길러온 것이다. 그렇게 “발”을 잡아주고 “길”을 잡아주는 갯벌의 힘이야말로 우주만물의 웅숭깊은 어머니 품이겠다. 

그런 “말랑말랑”이 우리 일상에서는 힘을 잃어간다. 고도의 자본주의 경쟁 속에 살아남느라 갈수록 성정도 날카롭고 강퍅해지는 까닭이다. 어쩌면 유한 마음은 단전 아래 숨기고 세상에 지지 않을 강한 마음의 무장만 앞세우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수굿이 져주는 사람을 찾기 어려워지는 판을 보면 ‘나 말랑말랑하지 않거든’ 하면서 다들 갑옷을 껴입고 사는 것 같다. 

하긴 목소리가 커야 들어주는 세태다. 유순히 말하면 무시당하는 경험이 어디서든 목청을 높이게 만들었을 것이다. 세태를 닮는지 전에는 서정적이던 매미도 점점 그악스럽게 울어대서 듣기 괴로운 양철 긁는 소리로 변했다. 이러다 순하다는 표현조차 사라지지 않을지 씁쓸하다.

“말랑말랑” 발음만으로도 감각이 말랑해지는 말. 뻘처럼 무르고 순하고 부드러운 성질이 아름다운 사람살이를 살려가기란 어려운 희망일까. 입에 넣고 굴릴수록 마음마저 연해지는 “말랑말랑”의 미쁜 힘을 굴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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