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과 낭만으로 기억되는 ‘꼬마열차’.

수원과 인천의 송도역을 잇는 수인선(水仁線)을 운행하던 열차 이름이다.

철도 폭이 표준궤도의 절반인 76㎝. 그 위를 달리는 열차역시 보통 객차의 미니어처 수준.

그러나 서민들의 발 노릇을 60년 가까이 해온 탓에 지금도 많은 이야기를 품고 있다.

해서  문학 작품에도 수없이 등장한다.

"협궤열차 타봤어?" 그녀가 느닷없이 물었다. 나는 무슨 물음인가 하다가 피식 웃고 말았다.  "그걸 한번 타보고 싶어서. 요전번에도 트럭하고 부딪쳐서 넘어졌다면서?" 류는 흰 이를 드러내며 웃음을 지어 보였다. 그 열차가 그런 식으로 넘어지는 것이 어쩌다 없지 않았다. 그 말을 듣자 나는 불현듯 역으로 나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불끈 일었다. 그것은 욕망에 가까웠다.

소설가 윤후명이 1992년 수인선을 무대로 쓴 장편소설 ‘협궤열차’의 일부다.

실제, 1990년 10월 당시 화성군 매송면 야목 건널목에서 소형버스와 충돌해 열차가 넘어져 뉴스에 보도됐고 큰 화제가 되기도 했다.
 
협궤열차는 이처럼 세인의 호기심도 자극했지만 삶의 애환과 그리움 고통과 아픔도 실어 날랐다.

일제의 물자 수탈수단으로 운행을 시작해 인천과 수원지역 해안 서민들의 발 노릇을 톡톡히 했기 때문이다.

신경림 시인은 '군자에서'라는 시를 통해 지금은 사라진 협궤열차의 그리움을 이렇게 표현했다.

'협궤열차는 서서/기적만 울리고 좀체 떠나지 못한다/ 승객들은 철로에 나와 앉아/ 봄 볕에 가난을 널어 쪼이지만/ 염전을 쓸고 오는/ 바닷바람은 아직 맵차다/ 산다는 것이 갈수록 부끄럽구나/ 분홍 커튼을 친 술집문을 열고/ 높은 구두를 신은 아가씨가/ 나그네를 구경하고 섰는 촌 정거장(중략)

박경리의 소설 ‘토지’에도 나온다. “왠지 모르게 지구 끝을 작은 기차가 달리고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며 당시 수인선의 앙증맞음을 표현했다.

그런가 하면 이가림 시인은 ‘내 마음의 협궤열차’에서 “출발하자마자/ 돌이킬 수 없는 뻘에/ 처박히고 마는/ 내 철없는 협궤열차/ 오늘도/ 측백나무 울타리가 있는/ 정거장에서/ 한 량 가득 그리움 싣고/ 떠난다”고 읊었다.

2007년에 발표한 이상락 작가의 단편소설 ‘천천히 가끔은 넘어져 가면서’ 1987년에 발표한 이원규 작가의 소설 ‘포구의 황혼’ 등에서도 수인선 협궤열차에 녹아있는 애환을 느낄 수 있다.

'타타타'의 인기가수 김국환은  '수인선 협궤열차'라는 노래를 통해 젊음의 추억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일제강점기인 1937년 8월에 개통한 수인선(52km)은 1995년 12월 31일 소임을 다하고 사라졌다.

이후 17년만인 2012년 일부 구간인 송도∼오이도간13.1㎞가 복선전철로 전환돼 개통하였으며, 2016년 송도∼인천역 구간 7.3㎞가 이어졌다. 

마지막으로 지난 2020년 9월 12일 수원~한대앞 노선이 개통하며 25년 만에 완전히 부활했다. 어제가 그 1년 되는 날이었다.

지금은 역에 들어오는 열차의 뒤뚱거리는 모습과 금방이라도 넘어갈 것처럼 보이는 아슬아슬함은 사라지고 대신  최첨단으로 무장한 객차가 협궤를 달리는 수인선.

앞으로 또 어떤 서민들의 애환과 희망을 싣고 달릴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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