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준성 여민동락(50)] 시(詩)와 추석(秋夕)
상태바
[정준성 여민동락(50)] 시(詩)와 추석(秋夕)
  • 정준성논설실장
  • 승인 2021.09.20 07: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정준성 논설실장

 

시간이 흐르며 추석 풍경도 변했지만 아직도 고향에 대한 그리움은 마음속에 여전하다.

보고 싶은 사람 생각나는 사람. 문득문득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가지만 남아있는 추억은 언제나 새롭다.

그 시절 본 달은 변함이 없는데 추억이 새로운 건 아마도 사랑과 정이 세대를 넘어 이어지는 탓 아닌지.  

가족과 함께한 사랑과 정은 유난히 가슴 한편을 적신다.

평생 잊지 못하는 기억으로 남아있으면서 작은 편린(片鱗)일지라도 잊혀지는 것들이 없다.

특히 추석 등 명절을 맞는 시기는 더하다. 그래서 시인들은 많은 사람들과 중첩된 마음을 이렇게 노래했나 보다.  추석을 온 마음으로 느끼게 하는 몇 편의 시를 모아 보았다.

“추석입니다 / 할머니 / 홍시(紅枾) 하나 드리고 싶어요 / 상강(霜降)의 날은 아직도 멀었지만 / 안행(雁行)의 날은 아직도 멀었지만 / 살아생전에 따뜻했던 무릎 / 크고 잘 익은 / 홍시 하나 드리고 싶어요.(중략, 김춘수/오십년 전 그날처럼)

“남의 집 추녀 밑에, 주저앉아 생각 는다 날 저물 때까지/ 그때는 할머니가 옆에 계셨는데, 어머니도 계셨는데, 어머니래도 젊고 이쁜 어머니가 계셨는데/ 그때는 내가 바라보는, 흰 구름은 눈부셨는데 풀잎에 부서지는 바람은, 속살이 파랗게 떨리기도 했는데/ 사람 많이 다니지 않는, 골목길에 주저앉아 생각 는다/ 달 떠 올 때까지”(나태주/ 추석 지나 저녁 때)

 “고향의 인정이, 밤나무의 추억처럼, 익어갑니다/ 어머님은 송편을 빚고, 가을을 그릇에 담아, 이웃과 동네에, 꽃잎으로 돌리셨지/ 대추보다 붉은, 감나무 잎이, 어머니의, 추억처럼, 허공에, 지고 있다”(황금찬/ 추석날 아침에)

 “가을이 되엇으니, 한가위 날이 멀지 않았소, 추석이 되면, 나는 반드시, 돌아간 사람들을 그리워하오/ 그렇게도 사랑 깊으시던 외할머니, 그렇게도 엄격하시던 아버지, 순하디 순하던 어머니, 요절한 조카 영준이! 지금 천국에서, 기도하시겠지요”(천상병/ 한가위 날이 온다)

 “너도 나도 집을 향한 그리움으로/ 둥근 달이 되는 한가위/ 우리가 서로를 바라보는 눈길이/ 달빛처럼 순하고 부드럽기를/ 우리의 삶이 욕심의 어둠을 걷어내/ 좀 더 환해지기를/ 모난 마음과 편견을 버리고 좀 더 둥글어지기를/ 두 손 모아 기도하려니/ 하늘보다 내 마음에 고운 달이 먼저 뜹니다/ 한가위 달을 마음에 /신도 내내 행복하세요/ 둥글게”(이해인/ 달빛 기도)

 “나이 쉰이 되어도, 어린 시절 부끄러운 기억으로 잠 못 이루고/ 철들 때를 기다리지 않고 떠나버린 어머니, 아버지/ 아들을 기다리며, 서성이는 깊은 밤/ 반백의 머리를 쓰다듬는 부드러운 달빛의 손길, 모든 것을 용서하는 넉넉한 얼굴”(유자효/ 추석).

가족을 만나지 못하는 사람들이 가장 많은 외로움을 느낀다는 추석 전날이다.

서로 모여 가족 간 일체감과 단결, 그리고 혈연 공동체임을 재확인 하는 기쁨이 사라진 코로나 시대.

비록 한 줄의 시지만 위로의 큰 힘이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