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행궁 광장 옆 주차장으로 사용됐던 부지(팔달구 팔달로 1가 134번지 일원, 3256㎡)에서 공사가 한창이다. 드디어 정조테마 공연장 건설공사가 시작된 것이다. 아마도 내년 하반기쯤이면 완공되지 않을까 짐작된다.

공연장은 무예24기는 물론 각종 공연도 할 수 있도록 무대변형이 가능하다는 말을 들었다. 기대가 크다.

가장 기쁜 것은 무예24기 공연이 중단 없이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지금까지는 신풍루 앞에서 하다가 코로나19가 창궐하면서 행궁 안 유여택에서 관람인원을 제한한 상태에서 공연하고 있다.

야외에서 열리는 공연이다 보니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비나 눈이 오면 중단되기 일쑤였고 혹한기나 혹서기에도 공연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오랜 세월 무예24기 관계자들과 친분을 이어오고 (사)무예24기보존회 창립이사로도 참여한 인연으로 20년 넘게 무예24기 공연을 지켜본 나는 누구보다 정조테마 공연장 건립공사가 반갑다.

무예24기 공연단 교전 모습. (사진=김우영 필자)
무예24기 공연단 교전 모습. (사진=김우영 필자)

앞으로 무예24기 공연단 단원들은 날씨에 영향 받지 않고 예전보다 나은 조건에서 연습을 하고 공연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냉난방 시설과 샤워장이 마련된다는 것이 무엇보다 마음에 든다. 무더운 여름 맨 위에 입는 갑옷까지 땀에 젖을 정도로 열악한 환경에서 고생해온 단원들의 환한 표정이 상상된다.

원래 갑옷무게만 해도 묵직한데 거기다 땀으로 범벅이 됐으니 얼마나 무거울까?

지난 2015년 8월 23일 미국 NBC UNIVERSAL이 제작하는 프로그램 ‘Better Late Than Never(더 늦기 전에)’ 한국 편 수원화성 촬영을 위해 수원을 방문한 적이 있다. 미국판 ‘꽃보다 할배’라고 할 수 있는데 미국 왕년의 스타들이 한국 문화 체험 첫 로케이션 장소로 수원을 선택한 것이다.

미국 시트콤 ‘해피데이즈’의 주연이었던 헨리 윙클리, 우리나라에서도 상영된 SF드라마 ‘스타트랙’ 함장 윌리엄 샤트너, 전직 풋볼 선수 테리 브래드쇼, 전설의 주먹 조지 포먼 등이 출연했다.

이들에게 무예24기 갑옷을 입혀주고 칼과 월도 등을 휘두르게 했는데 너무 무겁다며 고개를 젓고는 금방 벗어버렸다.

2015년 8월 23일 수원화성 연무대에서 프로복싱 세계 챔피언 조지 포먼(왼쪽)과 함께 한 필자. (사진=수원시청 김기수)
2015년 8월 23일 수원화성 연무대에서 프로복싱 세계 챔피언 조지 포먼(왼쪽)과 함께 한 필자. (사진=수원시청 김기수)

나도 10년 넘게 무예24기를 수련했다. 아, 물론 중간 중간에 수련을 멈추곤 했으므로 실력은 그다지 내세울 만 한 것이 아니다. 게다가 코로나19가 발생한 이후 중지했다. 매일 새벽 효원공원이나 올림픽공원, 행궁 앞마당 등에서 수련했고 수련생들끼리는 지금까지도 나이와 성별을 떠나 돈독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그런데 운동을 쉬니 곧바로 50견인지 뭔지 하는 놈이 뒤늦게 찾아와 요즘 고생 좀 하고 있다. 왜 이제야 오는 건데. 60살도 훨씬 지났는데.

몇 년 전 나와 화성행궁 근처에 사는 동네사람 한동민 화성박물관장, 김충영 전 (사)화성연구회 이사장, 서주호 부이사장, 황인욱 이사 등과의 술자리에서 무예24기 수련을 다시 시작하자는 이야기가 나왔다. 모두 찬성했다.

이들에 더해 화성 안에 사는 주민 몇 명이 더 합세해 10여명으로 늘어났다. 아침 6시30분에 화성행궁 신풍루 앞마당에 모여 최형국 사범의 지도로 수련을 했다.

최형국 사범은 현재 수원시립공연단의 무예24기 시범단 책임자를 맡고 있는 무인(武人)이다.

그러나 <친절한 조선사> <조선무사(朝鮮武史)> <승마와 마사> <정조대왕 무예신체관 연구> <조선후기 기병전술과 마상무예> <정조의 무예사상과 장용영> <조선의 무인은 어떻게 싸웠을까?> <무예 인문학> <병서, 조선을 말하다> <정조, 무예와 통하다-정역 무예도보통지> <조선군 진법 속 무예와 전술신호> 등 손에 꼽기도 힘들만큼 많은 저서를 펴냈다.

지난 2011년 ‘조선 후기 기병의 마상무예 연구’란 주제의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은 학자이기도 하다. 문무를 겸비한 인재인 것이다.

나는 무예24기야말로 수원이 가진 보물중 최상급 보물이라고 확신하고 있다.

무예 24기는 정조대왕 명으로 편찬된 무예서 ‘무예도보통지(武藝圖譜通志)’에 수록된 24종류의 무예다. 당대 최고의 무사집단이었던 장용영 군사들은 무예도보통지의 무예를 수련했다. 수원 화성의 연무대에서도 장용외영 군사들이 무예24기를 수련했다.

몇 년 전 “화성이 무생명체로서 생명을 담는 그릇이라면 무예24기는 거기에 담긴 역동적 생명체”라는 칼럼을 쓴 일이 있다. “무예24기를 지키고 배우는 것은 역사와 문화를 후세에 전하는 매우 중요한 사명”이라고 강조했다.

앞으로 정조테마 공연장이 무예24기 전수관의 기능도 했으면 좋겠다. 이곳에서 전문적으로 후계자를 양성하고 관광객들에게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해야 한다. 무예24기가 수원은 물론 한국을 대표하는 문화 자원이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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