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인적이 드문 거리.(사진=김우영 필자)
코로나19 이후 인적이 드문 거리.(사진=김우영 필자)

입맛이 없을 때마다 찾아가던 단골음식점이 소리 소문도 없이 문을 닫았다. 해물을 넣은 비빔밥이 참 맛있었다. 저녁엔 주인장의 후한 인심과 손맛이 느껴지는 안주로 해서 석양주 한잔하기에 참 좋았던 집이었다.

40년 넘게 순댓국밥 4000원을 고집스럽게 유지하던 음식점도 이젠 없어졌다. 순댓국밥에 소주 한 병을 마셔도 1만원이 채 안되던 그 집.

주인 내외께서 오래오래 건강하셔서 없는 이들이 항상 부담 없이 들를 수 있는 집이 되기를 소원했건만 기어이 간판을 내렸다.

주변 사람들에게 수원 최고의 닭곰탕이라고 소개했던 식당이 있었는데 얼마 전 주인이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났다. 가게를 확장·이전하자마자 코로나19가 시작돼 고전을 면치 못했다. 손님도 주인도 없이 텅 비어있는 그 집 앞을 지날 때마다 가슴이 아리다. 얼마 전 향 한 묶음을 사서 문 앞에 피워줬다.

여름이면 가끔 들렀던 코다리냉면집 사장은 이른바 7080라이브업소를 차렸지만 곧바로 코로나19의 습격을 받아 지금까지 문 앞에 관청의 '집합금지 명령서'가 붙어 있다.

우동이 맛있었던 종각 옆 짜장면집 주인을 동네 수퍼에서 만났다. 몸은 서른 살이 가까운 건강한 청년이지만 정신연령은 두 살 정도라는 아들과 함께 있어 과자 등 간식 몇 봉지를 사서 건네줬더니 내 손을 두 손으로 꼭 잡았다. “저 내일부터 가게 접습니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정말 다음날 아침부터 가게 문은 닫혔다.

사업 실패로 파산신고를 한 뒤 3개월 전 가출했던 40대 자영업자가 야산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는 뉴스를 보았다.

지난 6월 가족에게 “떠나고 싶다”는 말을 한 후에 집을 나갔다고 한다. 그는 쓸쓸히 이 세상을 떠나기 전 무슨 생각을 했을까. 얼마나 힘들었으면 극단적 선택을 했을까.

전국 자영업자비상대책위원회는 코로나 확산 후 생활고로 극단적 선택을 한 자영업자가 22명에 달한다고 밝힌바 있다. 19일 발견된 40대 남성까지 합치면 23명이다. 그러나 이는 드러난 최소 수치일 뿐 알려지지 않은 경우는 얼마나 될지 모른다. 위원회는 16일부터 18일까지 여의도 국회의사당 인근에 합동분향소를 설치하기도 했다. 현장에 가지는 못했지만 자영업 경험이 있는 나는 마음으로나마 애도를 표했다.

지난 8월 넷째주 자영업 업종별 매출 감소 폭은 2년 전 지난 2019년 같은 기간에 비해 술집의 경우 50%가 줄었다. 한식은 27% 줄었으며 외식업 전체로도 27%에 달했다. 이는 한국신용데이터 통계에 따른 것이다. 자영업자의 고통을 단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수치다.

이에 따라 “도대체 거리두기를 언제까지 견뎌야 하나”라는 불만에 더해 현재의 영업규제가 비과학적이고 비합리적이라면서 전면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그동안 전염병에 대한 ‘과잉대응’ 방침을 유지해왔던 수원시 염태영 시장도 “백신 접종률이 70%에 이르고, 치명률이 낮아진 지금은 방역체계를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염 시장은 지난 17일 한 라디오 시사프로그램에 출연해 “현재 일일 확진자 수는 지난해 대유행 때보다 2배 정도 많은데, 치명률은 훨씬 낮아졌다”며 이같이 말했다.

염 시장은 지난 15일에도 개인 SNS에 게시한 글을 통해 “영업 제한으로 자영업자들이 위태로운 상황이고, 수원시의 소상공인 폐업률은 10%에 이른다”면서 ‘방역체계 완화’를 제안했다. 소상공인, 자영업자의 일방적 희생을 전제로 하는 방역체계를 지속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것이다.

염 시장의 말처럼 소상공인이 몰락하면 지역경제가 침체되고 이는 중산층 붕괴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방역체계 ‘완화’와 ‘강화’ 사이에서 정부의 고민도 참 깊을 것이다. 얼마 전엔 확진자 수가 3000명을 넘기도 했다.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의 흰머리가 더 늘어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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