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게임’. MZ세대에서조차 시청 안한 사람이 없을 정도로 여전히 화제다. 직장인들 일상의 대화도 오징어게임이 빠지면 싱겁다고 한다.

페러디영상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이러한 인기는 우리나라에 국한되지 않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이어가면서 넷플릭스 컨텐츠 1위를 기록하고 있어서다.

그렇다면 오징어게임이 왜 인기의 절정을 달리고 있는 것일까?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달고나’, ‘줄다리기’, ‘구슬뺏기’ 등 우리의 유년시절 놀이가 등장하지만 생명을 담보로한 놀이를 통해 ‘일확천금’을 노리는 인간 군상들의 욕망을 표현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붕어빵엔 붕어가 없다’고 했던가. 오징어게임에도 정작 오징어는 나오지 않는다. 게임만 있을 뿐이다.

그러나 게임 덕분인지 식탁에선 ‘오징어’가 때아닌 인기다. 시장 가격마저 오르고 있다고 한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사실 과거엔 오징어가 귀한 대접을 받지 못했다. 다리에 빨판이 있는 등 생김새가 요상해서다. 그러나 맛이 좋고 영양이 풍부하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다양한 요리와 간식으로 변신, 서민 대표 어류로 자리 잡았다. 특히 말린 오징어가 그렇다.

이번에 다시 진가(?)를 발휘 중인 오징어. 별칭도 오적어(烏賊魚)로 재미있다. 까마귀를 훔치는 도적이라는 뜻이다.

자산어보에는 이렇게 기록돼 있다. “성질이 까마귀를 즐겨 먹어서 매일 물 위에 떠 있다가 날아가던 까마귀가 죽은 생선으로 알고 쪼면 곧 그 까마귀를 감아 물속에 들어가 먹었다”고.

진짜 그렇게 ‘내숭’을 떨었는지 모르지만 말이다.

오적어 외에도 남어(纜魚) 묵어(墨魚) 십초어(十梢魚) 등 부르는 이름이 다양하다. ‘십초어’는 다리가 10개라 붙여진 이름이다.

다리가 10개지만 양쪽으로 길게 뻗은 두 다리는 팔에 가깝다. 먹이를 잡을 때와 교미할 때 주로 쓴다.

오징어의 가장 큰 무기는 먹물이다. 옛 선비들은 그 먹물을 모아 ‘먹’ 대신 사용하기도 했다.

오징어 먹물은 오래되면 흔적이 없어지는 단점이 있다. 그리고 신기하게도 바닷물에 넣으면 먹의 흔적이 다시 살아나지만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조선시대부터 일제때까지 탐관오리들은 이 점을 악용, 장부를 조작할 때 오징어 먹물을 자주 썼다. 시간이 흐르면 장부에 먹물로 쓴 숫자나 글씨가 감쪽같이 사라져 속여먹기 십상이었기 때문이다.

해서 나온 말이 오적어묵계(烏賊魚墨契)다. 믿기 힘들고 지켜지지 않는 약속, 근거를 없애면서 사람을 간사하게 속이는 행위를 표현할 때 사용한다.

아무튼 오징어게임 덕분에 오징어가 뜨는 요즘, 정치권의 오적어묵계격인 ‘대장동개발’ ’화천대유‘ 등과 관련된 각종 뉴스와 루머가 점입가경이다. 

그렇지 않아도 많은 국민들이 게임속 군상(群像)들을 보며 우리사회의 비극을 공감하는데 ‘오징어 먹물’까지  진실을 덮는 형국이니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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