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숨진 무연고 사망자는 총 3052명이었다. 3년 전인 2017년의 2008명보다 1.5배나 증가한 것이다. 7일 더불어민주당 최혜영 국회의원(비례, 보건복지위원회)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공개했다. 올해 8월 기준으로도 이미 1951명이나 발생했다. 연고자가 있음에도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사례도 매년 늘어 지난해엔 70.9%(2165명)였으며 올해 8월 기준 발생 사례도 70.8%(1382명)였다.

얼마 전 이재명 지사는 자신의 SNS를 통해 “도처에서 사람이 죽습니다. 소리 없이 죽습니다. 외롭게 죽습니다”라며 무연고 사망자들에게는 죽음마저도 불평등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제적 불평등’을 넘어 ‘죽음의 불평등’도 심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무연고 사망자 수는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들은 죽음에 이르는 인생의 마지막 여정까지 가난했고 아팠고 외로웠다. 외로움은 숨이 끊어진 후에도 계속됐다. 연고자가 없거나, 있다고 해도 가정 해체나 붕괴, 생활고 등의 사유로 시신 인수를 거부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마지막 길을 배웅해 줄 가족이나 친척이 한명도 없었던 이들이지만 그 길이 덜 외롭도록 존엄한 장례를 치러주는 수원시의 행정에 가슴이 따듯해진다. 시는 지난 2월 관련 조례를 제정하고, 무연고 사망자나 가정 해체·붕괴, 경제적 이유 등으로 인해 시신 인수가 기피·거부돼 장례를 치르지 못하는 이들의 장례를 지원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더해 지난 7월 22일엔 수원시불교연합회·천주교수원교구·수원시기독교연합회·원불교경인교구와 함께 ‘공영장례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전국에서 처음으로 수원시가 종교단체와 함께 무연고 사망자의 장례를 지원하기로 한 것이다. 시가 시신안치료·염습비·수의·관 등 시신 처리에 드는 비용과 빈소 사용료·제사상 차림비·영정사진·향·초·국화 등 장례의식에 필요한 비용을 지원하고, 각 종교단체는 무연고 사망자의 영혼을 위해 엄숙하고 품위 있는 추모의식을 거행한다.

지난 8월 12일엔 종교단체와 협약을 맺은 후 처음으로 무연고자 장례식이 열렸다. 수원역 건너편 여관의 객실에서 심장마비로 추정되는 사인으로 숨진 채 발견된 56세 기초생활수급자 이모 씨였다. 연고자가 있었지만 시신 인수를 거부했다고 한다. 장례를 치러줄 사람이 없자 수원시와 원불교 경인교구가 상주(喪主)가 됐다. 팔달구 한 병원에서 열린 장례식은 원불교 예식으로 거행됐다. 시에 따르면 원불교 경인교구 사무국장 김동주 교무 등 관계자와 시 위생정책과 직원 등 참석자들은 고인에게 경례했고, 극락왕생을 기원하는 ‘천도법문’, ‘축원문’ 등이 낭독됐다.

시는 사망자의 종교에 따라 추모의식을 거행한다. 그러나 이 씨처럼 종교를 알 수 없는 경우엔 분기별로 지정된 해당 종교의식에 따른다. 이날 원불교식으로 고인의 장례식을 연 것은 3분기를 원불교가 맡았기 때문이다.

지난 5월 24일엔 화성시 비봉면에 있는 화성시추모공원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 서철모 화성시장과 불교, 천주교, 개신교 종교 지도자들도 참석한 가운데 최근 3년 이내 세상을 떠난 화성시 무연고 사망자 100명의 명복을 빌기 위한 합동 추모제도 열렸다. 쓸쓸하게 세상을 떠난 영령들의 마지막을 지켜주는 행정이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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