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갑동의 視角] '언론 입막기'로 진실이 묻혀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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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동의 視角] '언론 입막기'로 진실이 묻혀질까?
  • 김갑동 대표이사
  • 승인 2021.10.15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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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갑동 수원일보 대표이사 / 전 한국기자협회 인천.경기기자협회장

 

세상은 진실을 감추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들 사이에서 언제나 끊임없는 전쟁이 일어나는 현장이다. 

최근 발생한 성남 대장동개발 관련 진실게임을 굳이 예로 들지 않아도 이러한 사실은 지나온 역사 속에 수없이 기록돼 있다. 

수 천년 전 설화나 신화에도 나온다. 대표적인게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우화다.

삼국유사에 따르면, 신라 48대 임금인 경문왕의 귀는 크기가 대단했다.  

창피함을 느낀 왕은 왕관 속에 귀를 숨겨 아무도 그 사실을 알지 못하게 했다. 

하지만 왕관을 만드는 복두장(幞頭匠)은 예외였다. 

그러나 그는 세상사람들이 모르는 진실을 알고 있으면서도 왕의 의중에 맞춰 평생 침묵하면서 힘든 삶을 살아야 했다. 

그러던 복두장은 죽음이 임박하자 도림사의 대나무숲에 가서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며 목청껏 외친 후 생을 마감했다. 진실을 나무에게 알린 것이다.

그 후 바람이 불면 대나무 숲에서 그 소리가 들려오곤 했다고 한다.

소문을 들은 경문왕은 대나무를 베어버리고 산수유를 심었지만 산수유 숲에서도 바람이 불 때면 ‘임금님의 귀는 길다’라는 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결국 진실과 실체는 언젠가 드러난다는 진리를 깨닫게 해주는 우화가 아닐 수 없다.

사실 이와 흡사한 설화는 세계 곳곳에서 전해진다. 그리스 신화에도 나온다. 아폴론의 눈 밖에 난 미다스왕의 긴 귀에 대한 이야기다. 

아폴론은 자신의 권위에 도전한 미다스의 당돌함과 우둔함을 힐책하며 당나귀 귀를 주었다. 

미다스는 이후 모자로 당나귀의 귀를 가려 수치심을 보이려 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발사에게만은 비밀을 감출 수 없었다. 

미다스의 머리를 깎으며 유난히 긴 귀를 본 이발사는 왕의 누설금지 엄명으로 말을 하지 못해 병이 날 지경에 이르렀다. 

견디다 못한 그는 갈대숲 구덩이에 입을 대고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고 바람만 불면 숲에서는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소리가 들렸다는 것이다.

입에서 입으로 수천년을 이어온 이같은 설화에는 상징과 비유가 응축돼 있으면서 ‘역시 진실은 드러난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역사는 이처럼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지만 이 시대 각 분야의 권력자들은 자신들의 치적에 반하는 사실이나 불의를 저지른 치부를 감추기 위해 복두장의 입을 막고 대나무 숲을 잘라낸 신라 경문왕의 아둔한 행위를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정부의 ‘언론중재 일부 개정안’도 이와 다름 없음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여론에 밀려 지난 9월 여야가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골자로 한 언론중재법 8인 협의체를 가동했지만 합의안을 도출하지 못했다. 

법안 처리는 무산됐고 국회는 별도의 특위를 구성해 언론중재법은 물론 정보통신망법과 신문법, 방송법 등 미디어 제도 전반에 관한 논의를 연말까지 계속하기로 합의했으나 정부 여당이 좀처럼 원안을 양보하지 않으려 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제보를 받고 대장동 특혜 의혹을 처음 보도한 것으로 알려진 모 인터넷신문을 상대로 화천대유측이 2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고 한다. 

사실 여부가 가려지기도 전에 허위사실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를 한 것이다. 그것도 보도 다음날. 

화천대유측은 이와 더불어 인터넷 게시금지 및 삭제 가처분신청도 냈다. 

이를 두고 언론계와 법조계는 후속 보도를 막기 위한 전략적 봉쇄 소송이라고 밝히기도 했다.

더불어 이같은 사실을  경문왕이 대나무 숲을 잘라낸 아둔함과 견주기도 했다.

진실을 말할 수 있는 공간을 사전에 봉쇄한다는 것은 언로를 막겠다는 의미나 다름 없다.  

특히 ‘함부로 들춰냈다간 각오하라’는 식의 입맛대로 입법은 국민의 알 권리를 침해할 여지도 충분하다.

지역 한 인터넷 매체의 대장동 사건 단초 제공이 대선판에 영향을 미칠 정도의 큰 사건으로 번진 작금의 현실.  

만약 언론중재법 일부개정안이 발효됐다면 어떠 했을까 생각해 보며 다시한번 ‘언론 악법’ 개정 철회를 주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