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 수원문화재 야행' 수원의 극장 옛 사진 전시. (사진=김우영 필자)
'2021 수원문화재 야행' 수원의 극장 옛 사진 전시. (사진=김우영 필자)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2021 수원문화재 야행(夜行)’이 열렸다. 물론 코로나19 대유행으로 인해 정상적인 행사는 아니었다.

이제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 식상해진 ‘비대면’ 행사가 대부분이었다. ‘너튜브’인지 ‘유튜브’인지 온라인 라이브 방송으로 진행되는 행사는 솔직히 관심도 없었다.

얼마 전 수원문화원 수원지역문화연구소 주최로 열린 학술발표회도 청중이 없는 비대면 온라인 라이브 방송으로 진행됐다. 나도 토론자로 나섰지만 힘이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지난해 소수였긴 하지만 사람이 있었을 때가 좋았는데. 객석의 반응이 있어야 하는데 사람대신 카메라만 돌아가고 있으니...

그러니 오랫동안 이번 야행을 준비한 이들도 맥이 빠졌으리라. 계속 연기된데다 일부 행사는 아예 취소되기도 했다.

내가 속한 (사)화성연구회도 매년 화성축성 낙성연 행사를 맡아왔으나 올해는 수차례 연기 끝에 아직도 ‘미정’ 상태다. 도저히 정상적으로 준비할 여건이 안됐기 때문이었다.

나는 첫해인 2017년부터 빼놓지 않고 매년 수원야행을 즐겼다.

뜨거운 한낮을 피해 밤에 수원 곳곳과 화성의 아름다운 야경을 감상하며 역사·문화를 체험하는 프로그램이다.

행궁동 공방거리에 주민들이 설치한 등불. (사진=김우영 필자)
행궁동 공방거리에 주민들이 설치한 등불. (사진=김우영 필자)
화성행궁 앞에 설치한 갓 모양 조명등. (사진=김우영 필자)
화성행궁 앞에 설치한 갓 모양 조명등. (사진=김우영 필자)

나는 한 신문 사설을 통해 2018년 수원야행의 현장을 이렇게 전했다.

“화성행궁 광장 내 산대무대에서 열린 무예 24기 특별 야간 공연 ‘장용영의 후예들’, 전통연희 ‘수원야행 산대놀음’도 관람객들의 큰 환호를 받았다. 또 오주석 서재에서 열린 수원시립교향악단과 합창단의 클래식 공연도 발 디딜 틈이 없었으며 로데오거리 야외공연장과 미술관 옆, 화령전 앞에서 열린 마술, 음악·댄스 공연도 여름밤을 더 뜨겁게 달궜다. 성안 동네인 행궁동은 시민과 관광객들의 ‘해방구’가 됐다. 엄청난 인파가 몰렸음에도 사고 없이 안전하게 이틀간 행사가 진행됐다. 인근 카페와 통닭거리, 식당, 편의점 상인들은 밀려드는 손님맞이에 행복한 비명을 질렀다.”

첫해인 2017년 20만 명이 넘는 인파에 고무된 수원시는 2018년엔 8월과 9월 두 차례로 나누어 행사를 진행했고 역시 대성공을 거두었다. 이때부터 수원야행은 수원화성문화제, 수원연극축제와 함께 수원과 인근 시민, 관광객들이 가장 기대하는 수원의 대표축제가 됐다.

그러나 지난해에 이어 올해 역시 코로나19로 비대면 위주의 행사가 되고 말았다. 축제분위기는 나지 않았다.

첫날인 15일에 이어 둘째 날도 팔달문부터 시작해 화서문까지 걸었다.

수원문화재단의 설명처럼 “관람객이 모이는 공연·체험·마켓 등 대면 행사를 제외해 대부분 걸으며 관람할 수 있는 비대면 프로그램”으로 구성돼 있었다.

눈에 들어왔던 것은 건물 벽을 활용한 ‘드로잉 맵핑(Drawing mapping)’이었다. 특히 수원의 옛 극장과 수인선 협궤열차 관련 사진들이 전시된 벽 앞에서는 옛 추억을 떠올리며 한참 서 있었다.

또 이 기간 동안 무료입장할 수 있었던 화성행궁과 화령전을 천천히 걷는 것도 좋았다.

화령전 담장 옆 야경. (사진=김우영 필자)
화령전 담장 옆 야경. (사진=김우영 필자)

수원 문화재 야행은 야경(夜景)·야로(夜路)·야사(夜史)·야화(夜畵)·야설(夜設)·야시(夜市)·야식(夜食)·야숙(夜宿)으로 구성된 8야(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모든 음식점이 10시면 끝나고 인원제한도 있어서 벗들을 부를 수도 없으니 야시(夜市)·야식(夜食)은 틀렸다.

'야사'(밤에 듣는 역사 이야기)는 온라인 라이브 방송으로, '야로'(밤에 걷는 거리)는 비대면 방식으로, '야설'(밤에 보는 공연)은 수원문화재단 유튜브 채널로, '수원, 야식기행'은 온라인으로 송출했다니 관심이 가지 않았다.

솔직한 마음을 밝히자면 아쉽다. 물론 수원문화재단의 잘못이 아니다. 코로나19라는 내 생애 처음 겪는 재난 때문이다. 마음고생, 몸 고생 많았을 관계자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수원천 동쪽 마을 남수동에 설치된 달 조형물. (사진=김우영 필자)
수원천 동쪽 마을 남수동에 설치된 달 조형물. (사진=김우영 필자)

그나마 다행인 것은 수원 문화재 야행이 문화재청이 주관한 '2022년 문화재청 공모사업'에 선정돼 내년에도 열린다는 점이다. 코로나19 없는 ‘2022년 수원문화재 야행’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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