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겹살은 원래 어휘상 틀린 단어다.

물체의 면과 면 또는 선과 선이 포개진 상태를 말하는 ‘겹’을 쓸 때 한 겹, 두 겹, 세 겹이 옳은 표현이어서 그렇다.

이같은 원칙에 비추어 삼겹살의 원래 이름은 ‘세겹살’이 맞다.

하지만 지난 1994년 삼겹살은 국어사전에 표준어로 정식 등재됐다.

어원은 확실치 않지만 사람들이 두루 쓰는 단어였기 때문이다.

어쩌다 삼겹살이 국민 단어가 됐는지는 어원에 대해선 어문학자들 사이에서도 여럿 갈린다.

개중에 개성 사람들의 상술에서 비롯됐다는 것이 정설처럼 통한다.

인삼의 본고향인 개성의 삼(蔘)을 돼지고기 세겹살의 삼(三)과 매치시켜 삼겹살로 부르게 됐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아무튼 우리나라 사람들의 삼겹살 사랑은 세계적으로 정평이 나있다.

돼지고기 소비 왕국 중국조차 혀를 내두를 정도다. 전 세계 삼겹살을 한국인이 다 먹어 치운다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우리의 수입 돼지고기 중 절반 이상이 삼겹살이다.

연간 국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 22.2㎏의 절반 이상도 삼겹살이다.

우리의 생활속 희노애락(喜怒哀樂) 모든 행사와 모임에 빠지지 않는 지존(至尊) 먹거리로 자리잡고 있는 덕분이다.

삽겹살이 국민의 열정적 사랑을 받는데는 찰떡 음식궁합으로 통하는 ‘상추’도 크게 기여했다. 

삼국시대로 거슬러 올라갈 정도로 재배 역사가 유구한 상추가 언제부터 삼겹살과 어울려 환상의 짝을 이루게 됐는지 모르지만, ‘삼겹살과 상추’가 이미 오래전부터  ‘뗄래야 뗄 수 없는 관계’ 유지가 지속되고 있어서다.

사실 선조들이 매우 즐겼다는 상추는 삼국시대부터 매우 귀한 작물이었다. 중국이 상추 종자를 비싸게 팔았기 때문이다.

당시 얼마나 비쌌으면 ‘천금채(千金菜)’라는 별칭이 붙을 정도였다.

이런 상추가 맛과 향이 뛰어난 우리만의 품종으로 개량된 것은 고려시대라고 한다.

그리고 상추씨로 폭리를 취하던 중국으로 역수출까지 했다고 하는데 중국의 고서인 천록식여(天祿識餘)에는 이런 기록도 있다.

 “고려의 상추는 질이 매우 좋아서 고려 사신이 가져온 상추씨앗은 천금을 주어야만 얻을 수 있다고 해서 ‘천만채(天萬菜)’라고 했다”

‘천금’이 ‘만금’이 됐다는 상추는 쌈장을 곁들이면 어느 육류, 특히 삼겹살과 잘 어울린다. 그래서 일부에선 서민 먹거리의 수어지교 (水魚之交), 관포지교(管鮑之交)라고 까지 부른다.

이 같은 삼겹살과 상추의 몸 값이 요즘 천정부지로 오르며 또 다시 ‘금겹살’과 ‘금추’로 불리고 있다. 세계적 물류대란 등의 여파로 가격이 30%이상 올라서다.

물론 연례행사처럼 요동치는 두 먹거리의 가격사태가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하지만 각종 물가가 오르고 정치 사회 어느 한곳 속시원한 구석이 없는 요즘, 그나마 위안을 삼았던 서민 먹거리마저 고공의 가격행진이니 이래저래 살기 힘든 세상임을 절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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