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111에 위치한 대유평공원과 111CM 전경. (사진=수원시)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 111에 위치한 대유평공원과 111CM 전경. (사진=수원시)

[수원일보=정준성 기자] 수원의 대표적 시민 휴식공간이자 문화 공간으로 화려하게 부활한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소재  ‘대유평’.

지금은 시민들이 자유롭게 활용하며 이야기를 꽃피울 수 있는 새로운 공간으로 변했지만, 수십 년 전에는 그야말로 허허벌판이었다. 

특히 조선 후기 농업개혁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백성들의 삶의 터전이 됐었지만 근대에 접어 들면서 연초제조창이라는 산업시설이 자리하고 이 시설이 외곽으로 떠난뒤 남겨진 폐건축물은  ‘골칫거리’ 그 자체였다.

자연히 노후화되고 흉물스러워진 건축물들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도 높아졌고 더불어 시민들로부터 잊혀진 공간과 지역으로 변한것 또한 사실이다.

 하지만 수원시는 이 곳을 새로운 목적을 부여하는 시민의 공간으로 재창조했고 더 큰 열린공간으로 만들기 위해 야심찬 계획도 수립했다.

시민의 문화공간으로 새롭게 탄생한 대유평의 역사를 더듬어 보고 과정을 살펴본다. (편집자 주)

 ◇조선부터 근대까지 산업을 꽃피운 중심지 ‘대유평’

대유평의 시작은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간다. 수원에 화성을 축조해 백성들을 위한 실용적인 도시를 건설하고자 했던 정조대왕이 대유평의 최초 계획자이다.

농경 시설 확충과 화성 축조의 재원 마련을 위해 대유둔전을 조성한 것이 1795년이다. 대유둔전에서의 원활한 농업을 위해 만석거와 축만제 등 수리시설도 함께 만들어졌다.

이후 200여 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르는 동안 대유평 넓은 뜰은 조선 후기 농업개혁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백성들의 삶의 터전이 됐다.

연초제조창
1970년대 연초제조창 모습. 표시된 부분이 공장건물 일부를 존치해 현재 111CM으로 조성한 곳이다. (사진=수원시)

대유평의 첫 번째 변화는 전후 대한민국의 활발한 산업화와 함께 진행됐다.

1960년대 후반부터 한국담배인삼공사가 담배를 생산하는 연초제조창을 조성, 1971년 4월 1일부터 공장을 가동했다. 시나브로, 88, 라일락, 한라산, THIS 등 한 번쯤은 들어본 이름의 담배들이 대유평 연초제조창에서 제조됐다. 한때 1500명의 노동자가 종사하며 연간 1100억 개비의 담배를 생산할 정도로 성업한 대유평은 근대화의 상징과도 같았다.

이후 담배 산업의 정체기와 공장의 자동화 및 집적화가 이뤄지면서 대유평 연초제조창은 32년만인 지난 2003년 3월 14일 가동을 중단했다.

연초제조창은 또 다른 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폐쇄된 공장과 부지는 20년 가까이 그대로 방치되면서 도시에서 ‘골칫덩이’ 같은 존재가 되어갔다. 그 사이 주변에는 아파트가 들어섰고, 해당 부지에 대한 개발 요구가 이어졌다.

수원시는 지난 2017년 대유평 지구단위계획을 결정하면서 개발의 혜택이 주민들에게 돌아갈 수 있는 방안을 찾았다. 즉, 개발이익으로 자연을 접하며 문화생활을 할 수 있는 거점을 만들어 주민에게 환원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특히 진행 과정에 건축설계사와 조경가 등을 참여하도록 함으로써 전문가가 사업을 총지휘하도록 주문했다. 덕분에 지역의 역사성과 접근성, 주변 환경과의 어우러짐 등의 조화를 이루며 민관 협력 사업의 완성도를 높였다. 이렇게 만들어진 것이 바로 대유평공원과 111CM이다.

◇111CM, 누구에게나 열린 공간이 되다

dufflsrhdrks
111CM 복합문화공간 갤러리에서 진행되고 있는 개관 기념 전시. (사진=수원시)

11월 1일 개관한 111CM은 옛 연초제조창 건물의 일부를 개조해 수원시민들에게 환원한 복합문화공간이다.

공간의 이름은 주소에서 따왔다. 정자동 111번지에서 모두가 하나 되는 공동체를 만들자는 희망을 담아 커뮤니티(ComMunity)에서 C와 M을 조합해 만들었다.

111CM은 단정하게 조성된 공원 안쪽으로 자리 잡은 회색빛 낡은 건물을 중심으로 조성됐다.

건축물은 파이고 긁힌 흔적이 곳곳에 남아 세월이 느껴지는 오래된 기둥들이 6m 간격을 두고 규칙적으로 배치돼 있다.

내부 공간은 2개 동과 가운데 야외공간으로 나눠져 있다. 자칫 삭막하다고 느껴질 수 있는 외관이지만 어디에서든 장벽 없이 진입할 수 있어 오히려 개방감이 크다.

내부에서 어느 방향을 바라보더라도 공원과 푸른 하늘이 눈에 들어와 탁 트인 시야가 펼쳐지는 것 또한 장점이다. 계단을 따라 지붕을 올라가면 2층 야외데크가 마련돼 있어 도심 한가운데서 한가로운 정경을 감상할 수 있다.

◇여유와 힐링을 선물하는 대유평공원

.,
지난 1일 111CM 개관 기념 토크콘서트에서 염태영 수원시장(오른쪽 두 번째)이 김준성 총괄건축가(왼쪽 두 번째), 김현 총괄조경가(오른쪽) 등과 대화하고 있다. (사진=수원시)

111CM을 품고 있는 대유평공원은 공동주택, 대형상업시설 등이 들어서는 개발사업부지의 정중앙에 공원을 배치해 더 많은 사람들이 공원을 누릴 수 있도록 열린 공간을 만들었다.

2단계로 사업 구간을 나눠 총 11만3757㎡에 달하는 면적의 공원이 조성된다.

우선 111CM과 함께 지난 28일 사용승인을 받은 1단계 구간은 9만6천여㎡다. 대각선으로 흐르는 부지 모양을 따라 중심부에 나들마당, 생태연못, 생태계류 등이 조성돼 다채로운 공간 구성을 보여준다.

주변부에는 숲속놀이터, 왕벚꽃길, 물가쉼터, 전망데크 등이 재미를 더하고, 111CM과 연결되는 부분은 스테핑가든과 자작나무숲을 조성해 건축물과 외부 공원이 시공간적으로 단절되지 않고, 시각적으로도 연결될 수 있도록 했다.

또 공원은 녹지가 끊어지지 않도록 도로 위로 둔덕을 조성하고 바람언덕과 지붕정원을 꾸몄다. 대형 공동주택단지와 연결되는 부분은 계수나무길과 야생화원으로 만들었다.

알찬 구성 가운데 여유공간도 곳곳에 배치해 넓은 공간을 더욱 활동적으로 사용할 수도 있다. 조경을 위해 교목 2999주, 관목 6만7960주, 지피 15만3600본 등이 식재됐다.

대유평공원은 아직 미완성이다. 2단계로 1만7천여㎡ 면적이 오는 2023년 하반기에 지하주차장과 상부공원이 결합된 형태로 조성된다.

뿐만 아니라 향후 2단계 공원사업이 진행되면 북쪽에 위치한 서호천과 남쪽에 위치한 숙지공원을 연결하며 수원시내 도심의 녹지축을 연결하는 역할도 기대된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111CM 개관을 기념해 지난 1일 진행된 토크콘서트에서 “건물과 장소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새로운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문화”라며 “담배공장의 한 터를 남겨 놀라운 변신을 한 만큼 인문도시와 지속가능발전도시의 상징적인 공간이 될 수 있도록 시민과 함께 나머지 색을 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수원일보 - 특례시 최고의 디지털 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